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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중계권 시리즈②] 야구 영상, 유튜브 쇼츠로도 본다...외연 확장 노리는 KBO와 구단들

KBO리그 유무선(뉴미디어) 중계 사업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OTT(Over The TOP·인터넷동영상서비스) 플랫폼만 보유한 CJ ENM이 중계권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십수 년 동안 포털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중계를 시청했던 야구팬은 혼란에 빠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야구단은 콘텐츠 저변 확대를 도모할 계기로 보고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권 선정 상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KBO는 이번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에 가격평가와 기술평가의 배점을 각각 5대5로 뒀다.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카카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이 선정됐던 5년 전(2019년 2월)에는 6대4였다. KBO가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를 선정하는 목적은 마케팅 수익 확대와 KBO리그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한 가지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소비할 수 있는 뉴미디어 시대가 정착한 현재, 선정된 업체는 야구팬이 온라인 경기 중계뿐 아니라 많은 영상 소스를 다양한 경로로 즐길 수 있도록 산업 발전을 이끌게 된다. KBO는 안정적인 운영 노하우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과 의지를 갖춘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기술평가 배점을 높였다.2024~2026 유무선 중계권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CJ ENM(OTT 티빙)은 지난 5일 열린 기술평가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많은 호응을 얻었다. 400억원 이상 써낸 것으로 알려진 입찰액도 경쟁 업체에 비해 우위를 점했지만, 야구 저변 확대를 이끌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한 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공약'은 영상 소스 활용 방침이다. CJ ENM 대외협력 관계자는 "이전까지 특정 공간(포털) 안에서만 소비할 수 있었던 중계 영상 부가 콘텐츠가 다양한 소셜미디어(SNS)와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유도, KBO리그 시청 저변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전 사업자이자 영상 재판매 권리를 갖고 있던 통신·포털 컨소시엄은 쇼츠(짧은 영상) 사용조차 철저하게 제한했다. 저작권 보호 명분으로 중계 영상에 대한 2차 가공과 유통을 금지하고,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영상 콘텐츠가 가장 많은 유튜브와 개인 소셜미디어(SNS)에서 야구 영상이 사라졌다. 심지어 콘텐츠 생산 주체인 야구단도 자체 제작에 애를 먹었다. 이전 계약(2019~2023) 초기, 중계 영상 활용은 야구장 전광판에 노출할 때만 가능했다. 구단 영상 채널엔 쓸 수 없었다. KBO리그 대표 스타였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22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 '움짤(웹에서 움직이는 이미지)'조차 개인 SNS에 활용이 어려운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라며 아쉬움을 전한 바 있다. KBO도 지난 5년 동안 영상 소스가 가진 힘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국내외 유력 OTT들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가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도록 유명 크리에이터들에게 리뷰를 맡기는 점도 주목했다. 원천 소스에 자신이 있다면 저작권 침해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KBO는 이번 기술평가 사업 전략·콘텐츠 활성화 항목에 이 점을 중시했다. KBO 관계자도 "다른 입찰 업체도 이전보다 많은 전략을 준비했다. 하지만 CJ ENM이 가장 돋보이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 같다. 이 점이 야구단 (마케팅) 실무자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보인 것 같다"라고 했다. 야구단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A구단 관계자는 "이전에는 짧은 영상을 사용하는 것조차 절차가 복잡했다. 요즘 쇼츠가 더 많이 소비되는 추세인데, 더 다양한 자체 콘텐츠 제작이 가능할 것 같다"라고 했다. B구단 관계자도 "야구에 관심이 많은 인플루언서가 한 번 영상을 올릴 때마다 화제가 많이 될 것 같다. 그러면 야구팬이 더 생길질 수 있다"라고 했다. 야구팬은 중계 유료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반면 KBO와 구단은 영상 소스 활성화로 이뤄낼 야구의 외연 확장이 장기적으로 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1.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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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리포트] 야구장, 크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사람들이 살면서 여러 이유로 이사하듯, 야구단도 홈구장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꿈꾼다. 반면 야구의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은 최근 잇따라 더 '좁은' 집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21세기에 홈구장을 이전한 MLB 13개 팀은 모두 새 구장의 좌석 수를 감축했다. 얼핏 생각하기에 좌석이 많으면 관중 수입이 오르고, 구장 내 먹거리와 상품의 소비도 증가할 것 같다. 이로 인해 구단 수익도 늘어나지 않을까. 좁은 집으로 이사한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많은 관중 수가 반드시 구단의 수익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관중이 늘어나면 구장 안전요원 수, 쓰레기와 주변 교통 혼잡도도 정비례해 증가한다. 경기중 관중 안전사고의 발생 확률도 높아진다. 추가 수입만큼 한계비용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늘어난다. 많은 사람으로 들어찬 경기장은 구장 내 부대 수익 시설에도 악영향을 준다. 야구는 한 경기를 치르는 데 3시간 이상 소요된다(2021년 MLB 정규이닝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10분이었다). 관중이 내내 자리를 지키지 않고 나가서 돈을 쓴다. 하지만 구장 내에 유치할 수 있는 부대 수익 시설은 한정적이다. 지나치게 많은 관중은 시설 이용을 방해한다. 그들에게는 야구 관람이 주목적이기에 자리를 이탈하는 건 잠시일 뿐이다. 부대시설 이용에 지나치게 긴 시간을 허비하느니 차라리 자리를 지키게 된다. 구단 입장에서는 적절한 관중 수를 유지하면서, 그들이 부대 수익 시설에 돈을 더 많이 쓰도록 유도하는 게 수익에 도움이 된다. 팬들의 고령화도 변수다. 미국 스포츠 비즈니스 저널이 지난 2020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MLB 시청자의 평균 연령은 57세로 4대 프로스포츠(야구,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중 가장 높았다. 경기당 평균 관중 수도 2007시즌 3만2696명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하락했다.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에는 2만8209명으로 2007년 대비 약 14% 감소했다. 팬들의 연령대가 올라간다는 건 한편으로 개인의 구매력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구단은 입장 수익 감소분을 관중 1인당 소비 증가를 통해 벌충할 수 있다. 과거 MLB 구단이 많은 관중을 바탕으로 박리다매(薄利多賣)식 영업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적게 파는 대신 이윤을 크게 남기는 후리소매(厚利小賣) 전략으로 선회했다. 실제 MLB의 수입은 2019시즌까지 17년 연속 상승했다. 2019년 MLB 전체 매출은 107억 달러(14조원)를 기록했다. KBO리그는 어땠을까. 최근 KBO리그 4개 팀은 새로운 구장으로 이사했다. 모두 2만2000석 내외의 좌석을 갖춰 팬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과거 구장 대비 좌석 공급량을 두 배 이상 늘리며 MLB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하지만 새 구장 이전으로 인한 관중 증가가 늘어난 좌석 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새 구장의 경기당 평균 좌석 점유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내야 2층과 외야 관중석은 일부 주말 경기를 제외한다면 거의 텅 비어있다. 결국 이 팀들은 비인기 좌석을 부랴부랴 고급화했다.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와 창원 NC파크는 기존 좌석을 테이블석으로 교체했다. 서울 고척스카이돔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역시 기존 좌석을 푹신한 소파로 교체하며 총 좌석수가 1000석 가까이 감소했다. 수요 예측 실패가 낭비를 불러온 것이다. KBO리그에는 좋은 사례가 없을까? 현재 가장 오래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1964년 완공·이하 대전구장)를 꼽을 수 있다. 2012년 이후 지속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한 대전 구장은 국내 최초로 내야 3층 관중석과 포수 후면석을 설치했다. 이외에도 불펜석, 가족석, 라운지석, 잔디석 등 특색있는 관람환경을 제공하는 시설을 갖추며 팬들의 다양한 눈높이를 충족하고 있다. 그 결과 대전구장은 관중 1인당 입장 수익인 '객단가'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리모델링 직전인 2011년 대전구장의 객단가는 6553원으로 당시 8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그러나 2017년 객단가는 1만2549원으로 10개 구단 1위를 기록했다. 2018년과 2019년 서울 야구단에 이어 객단가 4위를 기록했다. 대전구장은 관중에서도 2013년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최하위를 기록하지 않아 가장 작은 야구장이라는 핸디캡도 극복했다. 이 기간 한화의 성적이 나빴던 것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성과다. 좌석 수 확대 노선 대신 특색 있는 좌석을 만들면서 관중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것이다. 현재 KBO는 4개 구장이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이중 서울 잠실 구장은 3만3000석, 대전 새 구장은 2만2000석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좌석 수를 크게 늘리는 과거 사례를 따르려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무리한 좌석 수 증가가 불러오는 역효과를 이미 경험했다. 여기에 대전구장은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몇 년 후 팬들과 만날 새 구장은 편안한 관람 환경과 팬들의 취향을 두루 수용하길 바란다. 그러려면 적절한 규모와 좌석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민경훈(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재학 중.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 2022.07.2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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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은의 야野·생生·화話] 키움증권은 ‘노이즈 마케팅’에 200억원 썼다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은 지난 일주일간 야구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팀은 메인 스폰서 키움증권의 간판을 걸고 ‘키움’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야구 KBO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키움증권과 히어로즈 구단은 태생부터 닮았다. 증권사는 대개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회사의 계열사로 출발한다. 독립기업인 키움증권은 처음부터 기댈 언덕이 없었다. 점포 없는 증권사로 시작했고, 20년간 온라인 특화 서비스로 성장했다. KBO 리그 야구단도 대부분 그렇다. 삼성, SK, LG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 야구단을 운영한다. 시가총액 2조원 규모의 키움증권은 엄두를 내기 힘든 사업이다. 키움증권은 대신 2019시즌을 앞두고 독립 야구기업 히어로즈와 손잡았다. 2023시즌까지 연 100억원씩 5년간 지원하는 조건으로 야구단 네이밍권을 샀다. 키움증권은 이 계약을 통해 브랜드 홍보와 이미지 제고 효과를 누리려 했을 것이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를 등에 업고 이전보다 지명도가 높아졌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팀보다 더 좋은 성적도 냈다. 다만 지난 2년간 야구단에 투자한 200억원이 ‘키움’ 브랜드의 신뢰도도 높였는지는 미지수다. 수감 중인 전 대표이사의 ‘옥중경영’ 의혹, 과도한 보수를 받다 물러난 임원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중도 퇴진한 감독…. 야구단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허민(44) 이사회 의장의 ‘구단 사유화’ 논란까지 일었다. 발단은 지난해 6월의 ‘야구놀이’다. 키움 2군 훈련장을 방문한 허민 의장은 훈련시간이 끝난 뒤 일부 선수를 타석에 세워놓고 공을 던졌다.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이 한 방송사를 통해 공개됐다. 키움 구단은 일단 대외적으로 사과했다. 키움에서 뛰다가 은퇴한 이택근(40)은 최근 KBO에 ‘키움 구단과 관계자에 관한 품위손상 징계 요구서’를 제출했다. 그는 “구단이 불법적으로 설치한 자체 CCTV를 사찰해 그 영상 촬영자가 내 팬이라는 점을 찾아냈다. 이후 내게 그 팬의 개인 정보를 요구하고 영상 제보 여부를 캐물었다”고 썼다. 키움은 이택근의 주장을 부인했다. 하지만 구단 해명과 상반된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구단 임원진이 이 팬의 사진을 공유하고 대응 방법을 논의한 모바일 메신저 채팅 내용도 속속 드러났다. 거짓 해명으로 망신살까지 뻗쳤다. 마침내 현역 및 은퇴 선수들이 한목소리로 야구단 행태를 규탄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는 11, 14일 각각 성명을 발표했다. 두 단체는 “히어로즈가 계속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이른바 ‘야구놀이’를 강요하고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 키움 구단은 선수에 대한 갑질 및 비상식적인 지시를 당장 멈출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KBO에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조처도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단은 사과도, 해명도 없이 철저히 침묵한다. 거짓말이 들통나면 대응하지 않는 게 키움 구단의 변함없는 방식이다. 구단이 운영을 잘못해도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모기업이 없어서 그렇다. 팀 내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은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야구단에 이름까지 내준 ‘메인’ 스폰서 키움증권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쏟아지는 비난을 ‘노이즈 마케팅’이라 생각하고 남은 300억원을 순순히 건네야 할까. 히어로즈 야구단은 키움증권이 회사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투자’하는 ‘주요 종목’이다. 그런 종목 리스크 관리도 이뤄지지 않는 키움증권이라면 고객은 누굴 믿어야 할까. 배영은 야구팀장 bae.youngeun@joongang.co.kr 2020.12.1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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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은 '노이즈 마케팅'에 200억원을 썼다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은 지난 일주일간 야구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팀은 메인 스폰서 키움증권의 간판을 걸고 '키움'이라는 이름으로 KBO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키움증권과 히어로즈 구단은 태생부터 닮았다. 대부분 증권사가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회사의 계열사로 출발한다. 독립 기업인 키움증권은 처음부터 기댈 언덕이 없었다. 점포 없는 증권사로 시작했고, 20년간 온라인 특화 서비스를 통해 성장해왔다. KBO리그 야구단도 대부분 그렇다. 삼성, SK, LG, 기아자동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야구단을 운영한다. 시총 2조원 규모의 키움증권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사업이다. 대신 지난해부터 독립 야구 기업 히어로즈와 손을 잡았다. 2023시즌까지 연 100억원을 5년간 지원하는 조건으로 야구단 네이밍 권리를 샀다. 키움증권은 아마도 이 계약을 통해 브랜드 홍보와 이미지 제고 효과를 누리려 했을 것이다. 실제로 키움증권의 이름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를 등에 업고 이전보다 훨씬 유명해졌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팀보다 더 좋은 성적도 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야구단에 투자한 200억원이 '키움'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였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구속 수감 중인 전 대표이사의 '옥중경영' 의혹, 과도한 보수를 받다 조용히 사라진 임원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중도 퇴진한 감독…. 구단은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켰다. 여기에 이젠 허민(44) 이사회 의장의 '구단 사유화' 논란까지 불거졌다. 발단은 지난해 6월 벌어진 '야구놀이' 사건이다. 키움 2군 훈련장을 방문한 허 의장은 훈련을 끝낸 일부 선수를 타석에 세우고 공을 던졌다.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이 한 방송사를 통해 공개되자, 키움 구단은 일단 대외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키움에서 오래 뛰다 은퇴한 이택근(40)은 최근 KBO에 '키움 구단과 관계자에 관한 품위손상 징계 요구서'를 제출했다. 그는 이 문서를 통해 "구단이 불법적으로 설치한 자체 CCTV를 사찰해 영상 촬영자가 내 팬이라는 점을 찾아냈다. 이후 내게 그 팬의 개인 정보를 요구하고 영상 제보 여부를 캐물었다"고 고발했다. 키움은 9일 즉각 장문의 보도자료를 내 이 내용을 공식 부인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구단 주장과는 상반된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커졌다. 이튿날에는 구단 임원진이 이 팬의 사진을 공유하면서 대응 방법을 논의한 모바일 메신저 채팅방 내용도 세간에 알려졌다. 거짓 해명으로 망신까지 산, 최악의 대처였다. 현역 선수들과 은퇴 선수들이 입을 모아 야구단을 규탄하고 나섰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와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한은회)는 11일과 14일 각각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두 단체는 "키움 구단이 계속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 선수에게 이른바 '야구놀이'를 강요하고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 선수에 대한 갑질 및 비상식적인 지시를 당장 멈출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또 KBO에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조처를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키움 구단은 이 모든 일과 관련해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사과도, 해명도 없다. 거짓말을 들키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게 키움 구단의 전통이자 특징이다. 구단이 팀을 잘못 운영해도 철퇴를 내릴 모기업이 없어서 그렇다. 팀 내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히어로즈 구단은 키움증권이 거액을 투자하는 '주요 종목'이다. 그런데도 리스크 관리에 매번 실패하고 있다. 유일한 자랑이던 성적조차 점점 하락세다. 야구단의 메인 스폰서인 키움증권은 이제 어떤 대처를 해야 할까. 바닥에 떨어진 야구단의 신용등급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봐야 할까. 앞으로도 계속될 '노이즈 마케팅'을 위해 약속된 300억원을 말없이 건네야 할까. 메인 스폰서로서 잃어버린 권리와 책임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0.12.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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