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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지섭, ‘괴물 신인’이 될 ‘떡잎’이었다

"그동안 '괴물 신인'이 없었으니 내가 내년에 잘해 그렇게 되겠다. 그래야 야구가 더 흥행하고 발전할 거라 생각한다."(2013년 12월 LG 임지섭)스프링 캠프에 가기 전 당찬 새내기 투수는 ‘괴물 신인’이 되겠다고 했다. 그리고 시즌 개막 두 번째 경기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그는 승리를 따내며 목표로 가는 첫 발을 내디뎠다. LG 임지섭(19)은 지난달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5이닝 동안 3피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2만 6000명의 관중이 모인 앞에서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자신의 공을 던졌다. 제주고 재학 시절 임지섭은 미완의 대기였다. 190㎝의 장신을 활용해 시속 150km가 넘는 직구를 던졌다. 여기에 커브와 슬라이더, 포크볼 등 변화구를 다양하게 구사했다. 2013년 고교 대회 18경기에 나와 9승4패 평균자책점 1.57을 기록했다. 2014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LG는 주저 없이 그를 선택했다. 당시 LG 스카우트 팀은 임지섭의 기록보다는 '성실한 훈련 태도'와 '빠른 습득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임지섭은 자신의 투구 폼이 정립되지 않아 제구가 흔들리는 단점이 있었다. 당장 1군 전력보다는 2~3년 뒤를 내다본 지명이었다. 하지만 임지섭은 지난해 9월 대만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다른 선수로 거듭났다. 이수민(19·삼성)과 한주성(19·두산) 등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지만, 그는 아마 최강 쿠바 타선을 7이닝 2실점(1자책) 16탈삼진으로 막아내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유 있는 '파격'임지섭은 LG 신인 투수로는 유일하게 스프링 캠프에 참가했다. 고교를 갓 졸업한 신인 선수에게 선배들과 함께하는 훈련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임지섭은 수비 훈련에서 공을 여러 번 엉뚱한 방향으로 던지기도 했다. 또 캠프에서 열린 삼성과의 평가전에선 2이닝 동안 2실점하면서 공을 59개나 던졌다. 경기 후 그는 "마운드에 오르니 긴장이 됐다"고 했다. 김기태 LG 감독은 지난달 16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임지섭에 대해 “2군에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키울 생각이다. 선발투수로 가닥을 잡아놨다”며 “임지섭은 굉장한 공을 던진다. 재능이 있는 투수인 만큼, 데뷔 무대를 어떻게 만들어줄지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당초 두산과의 개막 2차전 선발은 신재웅(31)이 유력했다. 신재웅은 지난 시즌 두산에 3승 1패 평균자책점 2.81로 강했다. 하지만 스프링 캠프가 끝나고 신재웅은 팔꿈치에 이상이 생겼다. 코칭스태프는 신재웅의 회복을 기다렸지만 가만 있을 수는 없었다. 대안을 찾아야 했다.지난달 13일 NC와의 시범경기에서 1이닝을 던진 것을 끝으로 2군에 내려가 있던 임지섭을 23일 KIA와의 마지막 시범경기에 불렀다. 선발 등판한 임지섭은 4⅓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제구는 여전히 불안했지만, KIA의 간판 타자들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은 투구를 했다. 특히 시범경기임에도 2만 4000명이 모인 잠실에서 더 이상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김기태 감독은 회복이 더딘 신재웅 대신 임지섭을 선발로 내는 ‘파격’을 택했다. 임지섭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기에 내릴 수 있었던 결정이었다.◇'제2의 류현진' 될 수 있을까임지섭은 데뷔전 호투로 ‘제2의 류현진(27·LA 다저스)’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물론 단 한 경기만 놓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데뷔전 성적만 놓고 보더라도 류현진이 더 강렬했다. 2006년 4월12일 잠실 LG전에 프로 첫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7⅓이닝 10탈삼진 1볼넷 3피안타 무실점했다. 이후 3연승을 기록한 류현진은 결국 그해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쥔 '괴물'이 됐다. 30일 경기에서 임지섭은 직구 위주로 투구했다. 75개의 투구수 가운데 슬라이더는 9개, 포크볼은 3개뿐이었다. 그는 “경기 전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두산 타자들이 내 직구에 못 따라온다는 느낌을 받아 경기 중에 직구 위주 승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포크볼을 잘 던지는 편인데, 제구가 잘 안돼 많이 던지지 않았다”고 했다. 최고 시속 149km에 이른 직구는 위력적이었지만, 들쑥날쑥한 변화구 제구는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고교 시절 결정구로 사용해온 포크볼과 스프링 캠프에서 강상수 LG 투수코치와 중점적으로 연습한 슬라이더의 제구가 좀 더 정밀해져야 한다는 지적을 낳았다. 임지섭은 캠프에서 코칭스태프와 선배들에게 '습득력이 좋고 영리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임지섭은 3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2군으로 내려갔다. 당장 1군에서 활용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는 데다, LG가 4일부터 나흘간 휴식기를 가져 마운드 운용에 여유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원 기자 rapsos@joongang.co.kr 2014.03.3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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