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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개념부터 잡고 다시 합시다

“자자, 이러지 말고, 개념부터 다시 잡아봅시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지금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개념을 분명히 하고 토론을 하자고요.”토론을 하는데 서로 결이 맞지 않는 말이 떠돌면 토론 대상에 대한 개념이 서로 달라 그럴 수가 있다고 의심을 해야 합니다. 이때의 처방은 개념부터 확인하는 것입니다. 가령, 자유에 대한 토론이라고 한다면, 토론자들에게 “자유란 무엇이지요?” 하고 질문을 하여 각자가 신념화하고 있는 자유에 대한 개념부터 확인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자유라는 한 단어를 토론자들이 각각 다른 개념으로 쓰고 있다면 토론을 벌인다기보다는 웅변 대회를 열고 있다고 하는 게 적절할 것입니다.토론이 가장 활발한 영역이 정치판이기는 합니다만, 일상에서도 우리는 수시로 토론을 합니다. 책 읽고 토론하고, 영화 보고 토론하고, 음악 듣고 토론하고, 심지어 화장실에 두루마리 화장지를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토론을 합니다. 일상의 토론은 각자의 취향이 보태어져 있는 토론이고 또 토론의 결과 자체가, 정치 토론과는 달리, 공공의 성격을 띄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가볍게 각자의 의견을 내고 확인하는 것으로 끝을 냅니다. 음식 토론도 취향 토론이라서, 그러니까 각자의 입맛을 존중하는 선에서 끝을 내어야 하는 토론이라서, 상대의 의견에 정색을 하며 논박을 하는 것은 무례한 일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불행하게도, 저는 맛칼럼니스트입니다. 음식 전문 글쟁이입니다.음식에 대한 저의 품평은 취향 품평이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취향 품평을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리 여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때로 ‘쇠고기 마블링 등급제’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1.5kg 육계로 튀기는 치킨’처럼 음식에 대해 정색을 하며 논쟁을 벌여야 합니다. 이건 저의 직업적 의무입니다.“요리에 대한 개념부터 잡자.” 1992년 음식 전문 글쟁이가 되겠다는 뜻을 굳히면서 제일 먼저 한 생각입니다. 요리사들을 만나면 이 질문부터 하였습니다. “요리란 무엇인가요?” 실로 다양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가장 인상에 남은 요리 개념은 이제는 저 세상에 있는 임지호의 것입니다. “요리란 자연을 전달하는 행위이다.” 임지호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이 둘을 소통하게 하려고 노력한 요리사입니다.요리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레시피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보편적 원리를 찾아내는 작업이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이 문장이 제 머리에서 만들어졌습니다.“요리란 식재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소화하는 행위이다.”식재료를 다듬어서 자르고 누르고 깨뜨리고, 다지고 묵히고, 삶고 데치고, 굽고 볶고 지지고 양념하는 등등 일체의 행위에서 제가 발견한 보편적 관념, 즉 요리에 대한 개념입니다. 이 개념은 어디까지나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의 요리 개념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대로 요리에 대한 개념을 정립할 사상의 자유가 있습니다. “요리란 식재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소화하는 행위이다”는 개념을 적용하여 요리를 품평하려면 식재료를 잘 알아야 합니다. 식재료를 알려면 식재료 산지에 가야 합니다. 농수축산물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전국을 두루 돌면서 취재하였습니다.저에게도 취향이 있습니다. 어릴 때에 먹었던 음식에 대한 강력한 취향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맛칼럼니스트로서 말을 할 때에 제 취향은 제 머리에서 의도적으로 지웁니다. 식재료의 선택과 그에 맞는 조리법을 적절하게 이용했는지만 봅니다. 제 취향에 안 맞아도 맛있다고 평가를 하고, 제 취향에 맞아도 맛없다고 평가를 합니다.선거는 정치 토론이 크게 열리는 장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정치인은 그 주권을 자신에게 위임해달라고 정치 토론을 벌입니다. ‘서로 좋은 게 좋은 것’인 취향 토론과 다릅니다. 적어도 민주공화국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개념조차 없는 정치인은 토론을 통해 걸러져야 합니다. 동서로 확연하게 갈라진 총선 결과를 보며 아직도 정치판이 취향 토론의 장인가 싶어 입맛이 씁니다. 2024.04.25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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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Epi-Life] 돼지고기를 소금만 넣고 삶는 일과 그 이후의 일

요즘, 요리 쉽습니다. 인터넷에는 온갖 조리법이 다 있습니다.돼지고기를 삶아 수육에다 소주 한 잔 하려고 검색을 합니다. 다들 자신만의 비법이라고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된장, 간장, 월계수 잎, 후추 정도는 방송에서 자주 보던 것입니다. 대파, 마늘, 양파, 생강도 익숙합니다. 맥주, 청주, 소주에다가 최고 비법이라며 쌍화탕, 콜라, 인스턴트 커피 등등을 넣어보라고 권합니다.그 많은 조리법 앞에서 선택 장애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빠뜨리면 수육 맛이 엉망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수천수만의 ‘돼지고기 맛있게 삶는 비법’ 앞에서 길을 잃습니다.이럴 때에는 다들 비슷한 전략을 선택합니다. 저인망 쌍끌이 전략입니다. 당장에 집안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은 모아다가 넣습니다. “이 중에 어느 것 하나는 걸리겠지.” 이렇게 해도 맛있습니다. 간만 맞으면 못 먹겠다고 뱉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돼지고기이니까요. 그런데, 그게 정말 맛있는 돼지고기 수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금요미식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이템을 정하면 딴지일보 김정수 기자가 요리를 합니다. 김정수 기자의 요리 솜씨는 프로급입니다.돼지고기 수육을 낼 때였습니다. 제가 김정수 기자에서 이렇게 주문을 했습니다. “돼지고기를 소금만 넣고 삶으세요.” 김정수 기자는 놀라며 되물었습니다. “소금만 넣고요? 냄새가 날 텐데요. 소금만 넣으려면 돼지고기를 잘 골라야 하지 않나요?” 제 대답은, “마트에 가서 국산 돼지고기 아무것이나 사세요.” 금요미식회 전날 저녁에 작가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지금 소금만 넣고 돼지고기를 삶고 있는데요, 불안해요.” “뭔 냄새가 납니까?” “아니요, 그냥 돼지고기 냄새가 납니다.” ‘진짜 돼지고기 냄새’에 익숙하지 않아서 불안했던 겁니다.다음날 스튜디오에 갔더니 난리가 났습니다. 돼지고기가 맛있다고. 소금만 넣었는데, 이런 맛이 나는 줄 몰랐다고. 방송을 보고 소금만 넣고 수육을 해서 먹은 사람들의 후기도 한결같았습니다. 소금만 넣고 삶은 돼지고기가 이렇게 맛있을 줄을 몰랐다고 놀라워합니다.제가 만약에 10년 전에 돼지고기 수육 삶는 법을 방송했다면 된장 정도는 넣으라고 제안을 했을 것입니다. 20년 전이었다면 인스턴트 커피를, 30년 전이었다면 쌍화탕을 권했을 수도 있습니다. 2023년이니까 소금만 넣으라고 했습니다.인터넷에 떠도는 돼지고기 수육 삶는 비법을 보면 한결같이 이런 말이 붙어 있습니다. “돼지고기 잡내를 없애려면!” 돼지고기에서 나는 누린내나 비린내를 뜻합니다. 돼지고기에 잡내가 나는 것은 질 낮은 사료, 불량한 사육 환경과 도축 시설, 부실한 냉장 혹은 냉동 장치 때문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잡내 나는 돼지고기가 많았고, 그래서 잡내 잡는 부재료를 닥치는 대로 넣어야 했습니다.요즘에 잔반 먹이는 돼지는 거의 없습니다. 사육 환경과 도축 시설이 개선되어 돼지가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냉장과 냉동 장치도 예전과 다릅니다. 돼지고기에 잡내가 나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아무 마트에나 가서 돼지고기를 사고 소금만 넣어 삶으라고 자신있게 제안할 수 있는 겁니다.요리란 식재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식재료의 단점을 극소화하는 행위입니다. 돼지고기에 잡내라는 단점이 없으면 단점을 극소화하는 조리법도 필요가 없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잡내를 잡는다며 이것저것 넣으면 돼지고기 고유의 육향만 잡을 뿐입니다.요리법은 양념법이 아닙니다. 재료의 상태를 파악하는 게 요리의 처음입니다. 재료에 대한 분별이 없는 상태에서 양념법부터 말하는 것은 집 지을 터도 안 다졌는데 상량식 고사 음식을 언급하며 입맛을 다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그러면 이제부터 돼지고기는 소금만 넣고 삶아야 하느냐 하면, 아닙니다. 돼지고기에 꼭 어울리는 부재료를 찾아야 하겠지요. 다시 말하면, 돼지고기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부재료를 찾는 일이 관건입니다. 진짜 요리는 이때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3.03.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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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IS] '편스토랑' 싱글맘 오윤아 집밥여왕 일상 '공감+응원'

오윤아의 꾸밈없는 일상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4일 방송된 KBS 2TV ‘신상출시 편스토랑’(이하 ‘편스토랑’)애서는 NEW 편셰프 오윤아가 등장했다. 화려한 이미지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다양한 작품을 통해 활약해온 배우 오윤아가 집밥 여왕의 면모를 보여준 것. 특히 14살 아들 민이와 함께 하는 둘만의 알콩달콩 사랑 넘치는 일상이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NEW 편셰프 오윤아에게 요리란 곧 아들 민이에 대한 엄마의 사랑이었다. 오윤아는 이른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부엌으로 향했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14살 아들 민이를 위해 아침 밥상을 차리기 위해서였다. 오윤아는 민이가 좋아하는 돼지 등갈비 찜부터 구수한 된장찌개, 달걀찜 등 감칠맛 나는 아침 밥상을 완성했다. 엄마가 정성으로 차려준 밥상인만큼 아침을 뚝딱 해치우는 민이를 보며 오윤아는 아들 바보 미소를 감추지 못했고, 아들 민이가 남긴 등갈비를 뜯으며 여느 엄마들과 같은 평범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끈 것은 오윤아의 ‘집밥 여왕’ 면모이다. 아파트 베란다에 미니 장독대를 마련하고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 뿐만 아니라 믹서기 등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강판에 재료를 가는 등, 꾸밈없이 정말 맛있는 집밥 요리 실력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싱글맘 오윤아의 아들 민이를 향한 사랑과 모정이 뭉클함을 선사했다. 오윤아는 민이가 처음 아팠을 때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발달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힘겨운 시간을 거쳐 아이를 키우는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서 키웠다고. 많은 곳을 데리고 다니고 사람들과 마주하게 하며 민이를 보듬었다고 고백했다. 오윤아의 눈물에 ‘편스토랑’ 출연자들도 엄마의 마음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아들 민이가 TV에 얼굴을 공개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고민이 있었을 터. 오윤아는 "민이 같이 아픈 아이들이 세상이 나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아이들에 대해 알고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용기를 가졌다"며 "만일 우승한다면 아들 민이 같은 아픈 아이들을 위해 수익금을 기부하고 싶다"고 밝혀 더 큰 감동을 자아냈다. 이에 많은 시청자들이 오윤아의 ‘편스토랑’ 도전에 응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남다른 요리 실력의 집밥 여왕이자, 아들을 위한 사랑으로 똘똘 뭉친 NEW 편셰프 오윤아가 앞으로 ‘편스토랑’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분식’을 주제로 한 7대 출시메뉴가 공개됐다. 소스의 달인 이경규의 ‘앵규리 크림쫄면’(앵그리 크림 쫄면)이 우승을 차지하며, 출시 영광을 거머쥔 것. 크림 소스에 떡볶이 소스를 가미한 뒤 쫄면을 볶아낸 ‘앵규리 크림쫄면’(앵그리 크림 쫄면)은 두 소스가 느끼한 맛과 매운맛을 서로 잡아줬다는 호평 속에 우승했다. 이로써 이경규는 1대 마장면, 5대 꼬꼬밥에 이어 ‘편스토랑’ 최초 3승 주인공이 됐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0.04.0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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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2' 신다은 "하석진 소개로 남편만나, 귀인이자 업보"

신다은이 센스 넘치는 입담을 뽐냈다. 18일 방송되는 SBS ‘동상이몽 시즌2 - 너는 내 운명’(이하 ‘너는 내 운명’)에서는 신다은 임성빈 부부의 두 번째 결혼기념일 이야기가 공개된다. ‘너는 내 운명’ 제작진은 본 방송에 앞서 네이버V앱과 SBS 공식 SNS 채널 ‘SBSNOW’ 등을 통해 신다은이 등장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빨간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러블리한 미모를 자랑하는 신다은의 인사말로 시작된 영상은 잠시 뒤 ‘바로 묻고 바로 답하는’ 즉문즉답 인터뷰로 이어졌다. ‘단이(신다은의 애칭)에게 결혼 2년 차란?’ 질문에 신다은은 “아직 좋다”라는 답으로 신혼의 달달함을 표현했다. 신다은은 ‘너는 내 운명’에서 “블로그에서 요리를 많이 배운다. 맛보다는 비주얼을 추구한다”고 밝히며 플레이팅에 열중하는 모습을 전한 바 있다. ‘단이에게 블로그란?’이라는 질문에 신다은은 “나의 요리 선생님”이라는 답변을, ‘단이에게 요리란?’이라는 질문에는 “갈길이 멀다”라고 단호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뒤이어 배우 하석진의 소개로 남편 임성빈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 신다은에게 ‘하석진이란?’ 질문이 던져졌다. 신다은은 “은인이자 업보이자 친구이자 귀인”이라는 재치 있는 답변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인터뷰 영상 곳곳에서는 신다은의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묻어났다. “단이에게 애교란?”이라는 질문이 등장하자 신다은은 “숨?”이라고 답한 뒤 빵 터지는 모습을 보였고, “애교를 한번 보여주세요”라는 요청에 부끄러워하며 “남편 없으면 못해요~”라고 답해 보는 이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이 날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단이에게 반이(임성빈의 애칭)란?”이었다. 이 질문에 신다은은 “세상에서 1순위 절친, 남편, 남친”이라 말한 뒤 잠시 뜸을 들이고 “이제 곧 아들이 되려나? 그래도 아직은 남친이자 존경하는 남편”이라고 답해 ‘여친 같은 아내, 남친 같은 남편’인 워너비 신혼 부부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18.06.1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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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is] '먹방'이란, 사람을 행복으로 초대하는 것

시들하기는 해도 먹방의 인기는 꾸준하다. 2016년 들어 거품이 꺼질 거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여전히 방송사마다 신규 콘텐츠를 론칭하고 있고 SBS는 ‘3대천왕’을 아예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대로 이동 배치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트렌드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바뀌는 것이 당연하지만 ‘먹방’만큼은 꾸준한 파워를 발휘하며 방송가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방송가의 스테디셀러인 먹방의 힘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그 공식을 파헤쳐보자. 전제: 먹방의 태생적 한계, 극복 방법을 고민하다이야기는 한참 전, 세기말인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먹방이 있기 전 태초에 ‘비룡님’이 계셨다. 당시만 해도 아동을 주 시청층으로 삼아 진부한 소재만 방영하던 어린이 애니메이션에 요리를 주제로 한 ‘요리왕 비룡’이 편성됐다. 스토리 자체는 다소 진부했다. 국영 음식점 국하루의 주방장이었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대를 잇기 위해 비룡은 특급요리사가 되는 과정을 밟는다. 특급요리사 자격을 취득 후에도 비룡은 고향인 사천에 돌아가지 않고 광주에 남아 암흑요리계와 대립하며 이른바 전설의 요리기구를 찾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50부작이 채 되지 않는 별 거 아닌 아동용 애니메이션에서 2010년대 주류가 된 먹방의 주요 요소가 숨어있다면 믿어지겠는가? 냄새까지 전달하는 4D 텔레비전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시대가 오기는 했지만 음식의 맛까지는 어찌할 수 없는 법이다. 게다가 실제 음식이 아닌 그림이라는 한계까지 안고 있어 음식을 표현해야 하는 문제가 작가에겐 상당한 고민거리였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어 음식의 맛을 전달할 수 있을까? 답은 자극적 효과의 극대화였다. 영상매체인 텔레비전의 효과를 십분 살려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 그것도 모자라 선녀가 날아다니고 꽃이 흩날리며 때로는 화산이 폭발하고 우주로 날려버리는 과장된 배경장면도 삽입하는 수고를 기울였다. 여기에 음식의 묘사로 주인공들이 말 한 마디 끊김 없이 따따따따 내뱉는 연극적인 연출과 경쾌한 배경음악까지 동원할 수 있는 시청각 요소들은 모조리 동원하기에 이른다. 콘텐츠의 작품성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애니메이션이 주는 강렬한 장면과 음악들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았다. 요리왕 비룡에서 ‘전설의 누룽지탕’ 편은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총합된 장면으로, 이 만화영화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정말 전설로 남아있다. 사진 MBC `사유리 식탐여행` 캡처문제: 기존 먹방이 가진 실제와의 괴리성세기말에서 밀레니엄 시대로 접어들면서 먹방은 한 가지 고민을 안게 됐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먹방이 너무나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예능에서 다뤄지기 전만 해도 요리 콘텐츠의 공급은 교양 분야였다. 방송기술의 발달로 음식의 영상을 다각도로 촬영해 시각적으로 맛있게 묘사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그 맛을 묘사해줄 사람들의 대사나 자막 등 부차적인 효과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해 동떨어져 있었던 게 문제로 우선 지적된다. 또 이들 교양방송이 가진 콘텐츠의 방향은 시청자들의 지갑을 열어 ‘돈을 쓰도록 하는 행위’에 강요되어 있었다는 것도 지적할 만하다. 이들 먹방의 주체는 ‘먹는 행위’와 그 행위를 이행하는 ‘사람’에 있지 않고 전국 유명 맛집이나 계절을 타는 제철음식 소개 등 단순한 구조에 그치고 있는데다 방송시간마저 주말 점심을 겨냥하고 있어 방송을 가장한 홍보가 아니냐는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먹방에서 혁명을 불러왔던 사유리의 돌직구 맛 평가가 얼마나 호평을 받았는지를 상기한다면 기존 음식방송들과 시청자들의 사이가 얼마나 괴리가 컸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사진 JTBC 풀이: 단점 보완보다는 잘하는 것에 집중잘 되는 가게에 비법이 있듯이 잘 되는 먹방에도 이유가 있다.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는 2014년 11월 17일 첫 방송 이후 별다른 포맷 변경 없이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며 먹방의 홍수 속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 ‘냉부해’는 요리하는 과정도 재미를 살렸다. 소금뿌리기의 달인 허셰프 최현석이나 성자셰프로 변신한 샘킴, 요리과정 자체가 웃긴 김풍 등 단순히 레시피의 전달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의 기본인 웃음도 함께 담고자 했다. 여기에 현장중계로 나서는 김성주와 “맛있습니까악~”으로 케미를 이뤘던 정형돈의 진행 재미도 쏠쏠했다. 스타들의 냉장고 속은 어떨까 궁금했던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시청자들의 대리만족도 놓치지 않았다. SBS의 ‘3대천왕’은 조금 다른 스탠스를 취한다. 음알못 이휘재와 백설명 백종원, 먹선수 김준현의 조합은 시청자에겐 낯설다. 낯섦에서 오는 새로움은 이 방송을 더 빛낸다. 전문 MC ‘캐스터 리’ 이휘재의 진행과 백설명 캐릭터인 백종원의 전문적인 해설, 먹방 등 예능적 요소는 김준현이 책임진다. 음식방송에 중계라는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확실히 기존 먹방이나 쿡방과는 차별화된 경향을 띤다. 뿐만 아니라 백종원의 설명은 어딘가 부족한 듯한 음식 예능에 전문성까지 가미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MC로 가세한 EXID의 하니는 감칠맛을 더해줄 양념 역할로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사진 SBS 코미디TV에서 간만에 주목할 만한 콘텐츠가 나왔다. 뚱MC 4명의 먹방 탐방기인 ‘맛있는 녀석들’이 50회를 넘기며 어느덧 1년을 넘겼다. 눈을 잡아둘 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맛집을 홍보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중량급 개그맨 네 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맛있게 먹고 그것을 보는 것에 목적이 있는 방송이다. 이들이 펼치는 먹방은 가히 경이롭다. 못 먹는 자가 펼치는 ‘한입만’ 순서는 밥 반 공기가 한입에 들어가는 진기명기를 볼 수 있다. 말마따나 별풍선 천 개가 전혀 아깝지 않은 장면들이 매주 쏟아져 나온다. 먹방의 기본에 충실한 방송을 꼽으라면 단연 ‘맛있는 녀석들’이 아닐까. 예능의 기본도 놓치지 않았다. 알아주는 입담의 소유자인 코미디언 네 명이 주고받는 멘트와 개그 욕심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더 맛있는 팁’으로 실용성까지 잡았다. 이들 세 프로그램의 경우 ‘요리왕 비룡’처럼 먹방이 가진 단점 보완을 고민하기보다는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요소를 극대화시켰다는 것에 있다. 단순히 요리를 하고, 그것을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맛있게 먹고, 뻔한 소감과 따봉만을 치켜들었다면 이들 먹방이 성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요리를 떠나 ‘어떻게 하면 방송을 더 재미있게 만들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해 ‘예능의 기본은 재미여야 한다’는 명제로 돌아간 이들 프로그램의 초심에서 비결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코미디TV 해답: 요리란, 그리고 예능이란 사람을 행복으로 초대하는 것소위 ‘먹방 트렌드’가 저물어간다는 것에 대해 누구도 이견은 없을 것이다. 먹방은 그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져 이미지의 극심한 소비를 불러왔다. 후발주자들은 기존 먹방들과 다른 차별화를 요구받고 있고, 기존에 자리잡은 먹방들은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먹방들이 장수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먹방이라는 것은 결국 판타지와 직결된다. 내가 먹어볼 수 없는 음식을 방송에서 누군가 먹고, 그 음식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을 공유해 대리만족으로 삼게 된다. 취미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대인들이 가장 쉽고 값싸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라면 ‘요리’를 제일 먼저 떠올릴 테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누군가 음식을 만들고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처럼 위안을 얻을 수 있다니, 어떻게 보면 초라한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아 한편으로 씁쓸해진다. 비룡은 늘 이렇게 말한다. 요리란 사람을 행복으로 초대하는 것. 예능프로그램 또한 다르지 않다. 예능이란 사람을 행복으로 초대하는 것. 장수한 먹방, 성공한 먹방의 힘은 시청자들을 행복으로 초대한 것에 그 공식이 있었다.온라인팀=정영식 기자 2016.02.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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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규의 아이디어 창고] 29. ‘장금이의 꿈’

21세기 대한민국에 나타난 가장 강력한 콘텐트는 '대장금'이 아닌가 싶다. 드라마가 그 중심에 있지만 '대장금' 신드롬을 완성한 건 애니메이션 '장금이의 꿈'이었다. '대장금'의 애니메이션판인 '장금이의 꿈' 제작 프로젝트가 시작됐을 때, 나는 주저하지 않고 투자에 나섰다.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못한 부분을 애니메이션으로 새롭게 만들어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희원엔터테인먼트 MBC와 함께 나는 공동투자를 했다. '대장금'은 역사물이긴 하지만 완전히 창작한 이야기다. 역사적으로 장금이란 인물이 수라간을 거쳐 최고의 의녀가 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럼에도 드라마를 통해 전국민의 뇌리에 장금이란 인물이 각인됐다. 나는 장금이란 인물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역사라고 생각했다. 과거의 사실만 역사라고 국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2005년 10월 '장금이의 꿈'이 MBC를 통해 전파를 탔다. 명랑생각시 장금이 팔도를 돌며 요리비법을 전수하는 과정을 그리는 것으로 이야기를 압축했다. 여기서 스토리텔링의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드라마에서 나타난 의녀로서 장금이의 모습은 생략했다. 실제로 2007년 제작된 뮤지컬 '대장금'은 드라마의 긴 스토리를 무대에서 다 늘어놓다가 좋은 평을 얻지 못했다. '장금이의 꿈'은 다양한 궁중요리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식이 곧 한류가 아니겠는가. 기획단계에서부터 원작의 명성에 짓눌릴 수 있었지만 제작진은 부담을 잘 극복했다. '장금이의 꿈'이란 제목이 상징하는 바가 크다. 그냥 원작의 제목을 쓰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었지만 애니메이션이 추구하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새로운 제목을 찾았다. 내가 드라마 '대장금'에서 찾은 것은 장인정신이었다. 주인공이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모습은 바로 내가 평생 추구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래서 '장금이의 꿈'이란 제목을 달고 어린이도 함께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장금이의 꿈'은 일본·중국·미국·태국·이란·홍콩·터키·베트남·요르단 등 모두 15개국에 수출됐다. 제작 전부터 일본 NHK 편성이 확정돼 있었기 때문에 투자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대장금'과 '장금이의 꿈'은 음식이란 전문 소재를 대중작품으로 꽃피워낸 사례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도 결국 그 영향으로 만들어진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그 전에는 애니메이션에서 무조건 배틀(대결) 형식만 통했다면, '장금이의 꿈'은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음식이나 요리란 소재를 갖고도 흥행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장금이의 꿈'이 있지만 앞으로도 궁중요리를 소재로 한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개발될 여지가 크다고 본다. 소재를 확대·해석하는 표현력만 뒷받침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2012.07.29 15:20
스포츠일반

한국형 쌀국수 대중화 이끄는 ‘뚝배기집’

‘이제까지의 쌀국수는 잊어라.’흔히 쌀국수라고 하면 '베트남 쌀국수'를 떠올리곤 한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다. 바로 '뚝배기집' 이정근 대표(50)다. 농심에서 식품연구와 마케팅 분야를 두루 거친 이 대표는 지난달 14일 서울 역삼동에 쌀국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뚝배기집을 열었다. 한국적 이미지에 세련미를 더해 벌써부터 주변 직장인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개업한 지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줄 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것은 물론 하루 평균 250그릇 이상이 팔릴 정도로 인기다.한국식 쌀 면에 한국식 요리쌀 면의 탄생은 길게 뽑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에서부터다. 가래떡을 국수를 두껍게 뭉친 하나의 면발로 보았고, 이를 잘게 쪼개면 맛있는 면 요리가 될 거라는 확신에서부터 뚝배기집 쌀국수는 출발했다. 밥을 씹을 때 느껴지는 고소함과 단맛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쌀면 개발에 박차를 가해 성공했다. 반죽을 위해 쌀과 밀가루를 섞는 경우가 있지만 뚝배기집의 썰면은 100% 쌀로만 만들었다. 여기에 우리에게 친숙한 '설렁탕'과 '짜장면'을 결합해 설렁탕면·쌀짜장면·뚝배기 쌀 면을 주력 메뉴로 내놨다. 익숙한 맛이지만 쫀득한 쌀 면의 질감 등으로 새로운 쌀국수 요리란 평가를 얻고 있다. 뚝배기집의 성공 요인은쌀 면 요리는 우선 건강에 좋다. 그래서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밀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매일 밥처럼 먹어도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금방 배가 쉽게 꺼지는 밀면과 다르게 저녁 식사시간까지 든든함이 이어지는 것도 장점이다. 포만감이 오래남아 남자들도 즐겨 찾고 있다. 뚝배기집은 또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은 향신료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쉽게 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쌀 면 외에도 해물·카레·짜장 덮밥과 떡갈비·주먹밥도 준비돼 있어 입맛에 따라 선택의 폭을 넓힌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감각적인 인테리어도 돋보인다. 세련되면서도 한국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것이 특징이다. 격자무늬 창문 장식과 도자기 그릇으로 정겹고 소박한 분위기를 표현했다.뚝배기집은 49.59㎡(15평)에 30여개 좌석을 갖춘 소규모 음식점이다. 초기 투자비용은 약 7000만원. 뚝배기집 창업자 교육은 기초교육 5일·주방 1주일·홀서빙 교육 4일·슈퍼 바이저 교육 2주 등 맞춤형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사업설명회와 홈페이지를 통해 가맹주를 모집중이다. 창업문의는 02-827-3400. 다음은 이정근 대표와 일문일답.-왜 지금 쌀국수인가."요새 젊은 사람들은 밥보다 면을 즐겨먹는다. 밀가루면 보다 건강에 좋고 다이어트도 할 수 있는 웰빙면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쌀 면의 경우 쌀소비도 늘릴 수 있어 일석이조다."-베트남 쌀국수와 큰 차이점은."베트남 쌀국수는 끈적거림이 있어 물로 계속 씻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맛을 보완하기 위해 향료나 소스를 첨가했다. 우리는 쌀국수의 끈적거림을 없애는 기술을 개발했다. 물로 씻어내지 않기 때문에 쌀 고유의 맛과 풍미를 살렸다. 약 3년 이상을 쌀 면 개발에 힘을 쏟았다."-향후 계획은."우리 음식 문화에 대한 남다른 자긍심이 있다. 한식 세계화에 기여하고 싶다. 현재 한국은 '비빔밥'을 널리 알리려고 애쓰고 있지만 '밥문화'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에게 한계가 있다. 면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식재료다. 이탈리아의 파스타·일본의 우동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뚝배기집의 쌀 면을 가지고 한식을 널리 알리고 싶다. 내년에는 미국과 일본에도 뚝배기집을 열 예정이다." 손예술 기자 meister1@joonang.co.kr 2011.11.1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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