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IS 냉탕] 최고 150㎞인데 '0삼진', 2007년 이후 14년만...'괴물' 류현진 구위 어디 갔나
KBO리그 역대 최고의 닥터 K로 꼽혔던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의 복귀가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끝났다. 실점도 실점이지만, 트레이드마크인 탈삼진이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 무려 17년 만의 일이다.류현진은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 개막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3과 3분의 2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점)에 그쳤다. 팀도 2-8로 패배, 복귀전 패배를 기록했다.구속이 떨어졌던 건 아니다. 이날 류현진은 총 86구 중 직구 45구를 던졌는데, 최저 구속은 138㎞/h였지만 최고 150㎞/h를 찍었다. 시범경기 포함 복귀 후 최고 구속. 하지만 타자를 압도하진 못했다. 이날 그가 기록한 탈삼진은 단 한 개도 없었다.'닥터 K' 류현진이라 충격적인 성적표다. 류현진은 2006년 데뷔하자마자 204탈삼진을 기록하며 탈삼진왕에 올랐다. 이후 7시즌 동안 1238개 탈삼진을 쌓으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메이저리그(MLB) 진출 직전인 2012년 210 탈삼진을 기록해 절정의 구위를 보이기도 했다. 세월이 지나고, MLB 적응 과정에서 탈삼진이 줄었다고 해도 이전의 모습을 기대했던 이유다.
하지만 그 기대가 복귀전부터 흔들렸다. 이날 류현진은 1회 범타 3개로 출발하긴 했으나 좀처럼 LG 타자들에게 삼진을 잡아내지 못했다. 헛스윙도 단 두 개에 불과했다. 아무리 예리한 코스에 제구해도 모두 LG 타자들의 방망이에 걸렸다.물론 실점의 빌미가 된 건 2루수 문현빈의 실책이었다. 그러나 이전의 류현진이었다면 실책이 나와도 삼진으로 탈출했을 터다. 이날 류현진은 그러지 못했고, 헛스윙 대신 맞혀잡는 걸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 위기를 탈출하지 못하고 대량 실점에 그쳤다.류현진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도 놀랄 일이다. 2006년 한화에서 데뷔한 이래 류현진이 KBO리그에서 탈삼진을 단 한 개도 잡지 못했던 경기는 단 3경기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인 2011년엔 7월 30일 SK 와이번스전, 8월 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 기록했다. 하지만 2경기는 각각 3분의 2이닝, 3분의 1이닝 구원 등판했던 날에 불과했다. 그가 선발로 등판한 181경기 중 탈삼진을 단 한 개도 잡지 못한 건 2007년 9월 25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처음이다. 약 6024일 만에 한국 무대에서 탈삼진 없이 물러난 셈이다.
류현진은 경기 후 "1회 말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많은 팬들이 이름과 응원의 함성을 외쳐주셔서 너무 기뻤고 감회가 새로웠다"면서도 "그동안 준비를 잘 해왔고 오늘 날씨도 좋았기 때문에 구속이나 컨디션은 괜찮았는데 다만 제구가 좋지 않았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특히 오늘 와주신 팬분들께 시즌 첫 승리를 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다. 다음 경기에는 꼭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전했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3.23 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