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소방방재본부 산하 종합방재센터 상황실. 이곳은 6~7년 전만 해도 장난 전화가 폭주했지만 최첨단 위치 추적 시스템 도입 이후 크게 줄었다. 그러면 한가할까? 아니다. 더 바빠졌다. 서울 지역의 화재.구조.구급과 관련한 신고 전화(119)가 5초당 한 건이 접수될 정도로 긴급 상황이 늘 발생,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 가운데에서도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사람을 찾아 달라는 신고 전화 급증에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지난 4일 오후 종합방재센터 상황실에는 한 40대 주부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애가 공부를 하지 않아 좀 나무랐는데 `죽고 싶다`며 집을 나갔다. 혹 잘못될지도 모르니 아이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달라"는 신고 전화였다. 종합방재센터 상황실은 이를 긴박하게 해당 지역 소방서에 연락했고, 대원들은 사이렌을 울리며 현장으로 달려가 수색 작업을 벌였다. 애는 어이없게도 친구 집에서 놀고 있었다.
또 50대 한 남자는 "부부 싸움한 후 아내가 집을 나갔다. 혹시 자살하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위치 추적을 의뢰해 왔다. 확인 결과 아내는 쇼핑 중이었다.
소방방재본부에는 이처럼 `홧김 가출자`를 찾아달라는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화재 신고는 119`가 아닌 `가출 신고는 119`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이는 지난달 4일 부산에서 "`자살하겠다`는 아버지를 찾아달라"는 딸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 요청을 거부, 아버지가 결국 자살 후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여론으로부터 몰매를 맞고 위급한 상황 시 휴대전화를 이용한 위치 추적 등을 통해 긴급 구조키로 방침을 바꾸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화는 급박한 위험 상황이 아닌 것이 상당수다. 대부분이 `자살 기도`를 악용한 단순 소재 확인 전화라는 것. 부부 싸움 뒤 열김에 집을 나간 배우자를 찾거나 귀가 시간이 늦은 가족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자살 기도를 핑계로 위치 추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에 따르면 위치추적 시스템을 가동한 지난 달 4일부터 30일까지 "자살할 것 같다"며 휴대폰으로 위치를 추척해 달라는 신고가 무려 150여 건이나 접수됐다. 이는 지난 한 해 총 접수 건수인 123건보다도 많은 수치다. 한 달 평균으로 보면 12배 이상이다.
이 때문에 단순 가출 신고를 처리하는 데 인력이 매달리다 보니 정작 화재나 대형 사고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휴대폰 위치 추적은 반경 1~5?뼈?넓은 지역을 일일이 수색해야 하기 때문에 인상 착의만으로 사람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문제는 자살 기도 전화 위치 확인을 요청받고 출동을 안했을 때 만에 하나 자살했을 경우 비난이 쏟아지기 때문에 출동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종합방재센터 상황실 관계자는 "하루에 구조를 비롯해 119 신고가 8000건 이상 접수된다. 그런데 `사람 좀 찾아달라`는 신고를 받고 위치를 확인해 현장에 나가 보면 급박한 위험 상황이 아닌 것도 상당수다. 이는 인명 구조라는 본래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긴급 구조 요청을 허위로 한 사람에 대해서는 `위치 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고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기억하면 편리한 전화번호
대공.국제 범죄.대테러 신고(111), 범죄 신고(112), 간첩 신고(113), 성매매 피해 여성 신고(117), 사이버 테러 신고(118), 화재 신고(119), 행정 민원 신고(120), 수도 고장 신고(121), 전기 고장 신고(123), 밀수 사범 신고(125), 마약 사범 신고(127), 환경 오염 신고(128), 보건 복지 콜센터(129), 기상예보(131), 법률 구조 상담(132), 관광 정보 안내(134), 미아.가출 신고(182), 감사 민원 신고(188), 검찰청 범죄 종합 신고(1301), 인권 침해.차별 행위 신고(1331), 교통 정보(1333), 개인 정보 침해 상담(1336), 병원 정보 안내 및 상담(1339), 국민 연금 상담(1355), 불공정 거래 신고(1357), 여성 폭력 피해 신고(1366), 금융 정보 조회(1369), 주민등록 진위 확인(1382), 기업 불편 신고.상담(1385), 노인 학대 신고 및 상담(1389), 아동 학대 신고(1391), 부패 행위 신고(1398), 부정.불량 식품 신고(1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