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이 없을 때 우리끼리 더 잘해야 하는 거야!' LA 전지훈련에서 핌 베어벡 코치가 박주영(왼쪽)에게 포지션에 관해 조언하고 있다. LA=
감독은 떠나고 감독의 메모만이 남았다.
오는 멕시코전(16일 낮 12시 30분)을 코앞에 둔 13일 아드보카트 감독이 장모상을 당해 로스앤젤레스 훈련 캠프를 떠나 장례식이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로 급거 귀국했다. 일단 멕시코와의 평가전은 핌 베어벡 수석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게 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대표팀이 아시안컵 2차예선지인시리아로 가기 위해 런던에 도착하는 18일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아드보카트 없는 '아드보카트 사단'에 이제 믿을것은 선수들의 힘뿐이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다. 아드보카트가 남긴 메모장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부랴부랴 짐을 싸면서 핌 베어벡 코치에게 멕시코전에 대한 기본적 전략과 지침을 담은 메모장을 건네주고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한국 대표팀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는 표정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빈자리를 메우게 될 핌 베어벡 코치는 메모장에 담긴 내용을 묻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공개할 수 없다"며 "내일 훈련장에서 만나자"며 말을 아끼고 있다. 홍명보 코치는 "문제없다"면서 감독이 없지만 선수단을 신뢰하고 있음을 밝혔다. 주장 이운재는 "선수단을 대표해 어려운 일을 당하신 감독에게 조의를 표한다. 멕시코전에서 최선을 다해서 감독의 빈자리를 좋은 결과로 잘 메우겠다"며 투지를 다졌다.
멕시코전에서 임시로 사령탑을 맡게 될 핌 베어벡 코치는 선수들의 부상 등에 대해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보고하는 한편 스타팅 멤버 결정 등 중요 사항에 대해서도 아드보카트 감독과 연락을 취해가며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는 한국 대표팀이 중동과 홍콩 미국을 거치는 전훈기간 만났던 상대 가운데 가장 어려운난적으로 북중미의 맹주다. 잉글랜드 프레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트라이커 보르헤티(볼턴)는 출장하지 않지만 한국전에 나설 엔트리 18명 가운데 11명이 2006년 독일 월드컵 최종예선 무대를 경험했던 정예멤버다. 그 중에는 월드컵 예선에서 10골을 뽑은 프란시스코 호세 폰세카(크루스 아줄), 5골을 올린 미드필더 루이스 페레스(몬테레이)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장모상' 대비해
대표팀 선수단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장모상으로 멕시코전을 지휘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기자단을 통해 들었다. LA 교민회가 마련한 환영 만찬에 감독이 빠졌지만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던 것. 아드보카트 감독은 환영 만찬 (현지시간 12일 밤 7시.한국시간 13일 낮 12시)이 열리기 1시간 20분 전쯤 장모상 소식을 듣고 급히 떠났다.
이원재 축구협회 홍보부장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장모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지난해 12월 휴가 때부터 나름의 준비를 해왔다. 처가 쪽에 장례를 치를 만한 사람이 없어 아드보카트 감독이 직접 가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