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 결과에 대한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자평은 대성공이다. 팬들은 다소 아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코칭스태프의 평가는 `A+`다. 한국 대표팀은 16일 멕시코전서 1-0 승리를 거두며 전훈 기간 동안 치른 9차례의 평가전서 5승3무1패를 기록했다.
이번 UAE-사우디아라비아-홍콩-미국으로 이어진 해외 전훈은 아드보카트 감독으로서는 사활을 건 승부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해 10월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부터 "1, 2월 장기 해외전훈에서 선수들을 살펴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부풀렸고 "전훈에 오지 않으면 월드컵에서 뛸 생각은 하지 말라"고 전훈 참가에 미적거리던 K리그 구단을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실로 강행군이었다. 대표팀은 지난달 15일 인천공항에 소집된 이후 16일 치러진 멕시코전까지 약 한 달 동안 무려 9경기를 치러냈다. K리그에서도 한 달에 9경기를 치르는 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강행군을 전 세계를 누비면서 해냈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런 일정을 짜지 않았을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스리백도 포백도 설 수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끈질기게 포백 수비를 조련해 나갔다. `포백은 안된다, 한국은 스리백을 서야 한다`, `곧 아드보카트도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회귀할 것이다`라는 추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드보카트 감독은 16일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도 뚝심있게 포백으로 밀고 나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2월 초 "포백을 할지 스리백을 할지 갤럭시전이 끝난 뒤 결정하겠다"라고 예고했지만 막상 경기를 치른 후에는 "한국은 이제 3-4-3과 4-3-3을 모두 구사할 수 있다. 전술적 선택권을 지니게 됐다"고 말했다. 전술적 다양성을 얻게 된 것이 한국의 소득이라는 뉘앙스다.
하지만 포백의 성공 여부는 현재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내세우며 안정되기는 했지만 좀 더 결과를 두고 성공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스리백에 대한 점검이 다소 미흡했다는 점도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젊은 유망주들이 좋은 경험을 쌓으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
젊은 유망주를 발굴하고 경험을 쌓는 충분한 기회를 준 것은 이번 전훈의 가장 큰 소득이다. 백지훈, 이호, 김진규, 조원희, 김동진 등 지난 2002년 월드컵을 경험하지 못한 한국의 젊은 기대주들에게 강도높게 이어진 훈련과 평가전은 기량을 성장시키는 도약대가 됐다. 실전을 통해 유럽이나 북중미의 기술이 좋은 팀과도 충분히 맞붙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에 힘입어 한국 대표팀은 전훈 막바지에 치러진 코스타리카전과 멕시코전에서는 마치 2002년 월드컵 대표팀이 했던 것과 유사한 수준의 압박 축구를 구사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점이 코칭스태프가 "전훈 성과에 만족한다"라고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다. 원정 경기와 같은 분위기에서 치러진 멕시코전의 승리도 젊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오는 6월 독일 월드컵에 데려갈 선수들의 명단을 약 90% 이상 확정지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수비 조직력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월드컵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한층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 새로운 선수의 발굴은 사실상 어렵다. 현재 있는 자원들이 이번 전훈의 성과를 잊지 말고 대표팀이 소집될 때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골 결정력은 여전히 중요한 숙제로 남아 있다. 이번 전훈 기간 동안에는 주로 수비 훈련에 중점을 두었지만 월드컵을 앞두고는 공격력 향상에 점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가장 큰 걱정은 체력 문제다. 히딩크 감독과 달리 아드보카트 사단은 동계 전훈에서 별도의 체력 훈련은 실시하지 않았다. 월드컵 무대에 나서기를 원하는 선수라면 개별적으로 체력 관리에 힘써야 한다.
`여러분의 투지와 승리에 대한 집념이 멕시코전 승리를 일궈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라.`
딕 아드보카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자신이 장모상으로 자리를 지키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멕시코전 승리를 일궈낸 태극전사들을 격려했다. 네덜란드 출국 후 핌 베어벡 수석코치와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며 대표팀 훈련과 멕시코전 준비에 대한 원격 지시를 내렸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멕시코전이 끝난 뒤 베어벡 코치를 통해 선수들에게 `잘 싸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원재 대표팀 언론담당관은 17일(한국시간) 베어벡 코치가 아침 식사를 마친 선수들에게 아드보카트 감독의 격려를 대신 전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여러분의 투지와 승리에 대한 집념이 멕시코전 승리를 일궈냈다"며 "잘 싸워주었다. 오늘은 쉬면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라"는 말을 전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에게 하루 휴식을 주었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전지훈련 이상으로 중요한 시리아전(22일)이 남아 있다며 멕시코전이 끝이 아님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