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세.박재동.조원행.원수연.전세훈.김수용 씨 등 한국의대표급 만화가 6명이 19일 스크린 쿼터 축소 반대 1위 시위를 한 영화배우들의 캐리커처를 그려 일간스포츠(IS)에 전달해 왔다. 이현세 한국만화가협회장과 황미나 씨 등 만화가들은 지난 15일 남산에 자리한 스크린 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를 방문, 투쟁하고 있는 영화인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시사만평으로 유명한 박재동 씨가 전도연, <공포의 외인구단> . <남벌> 의 이현세 씨가 안성기, <러브 차일드> 의 조원행 씨가 장동건, 순정 만화 <렛 다이> . <풀 하우스> 의 원수연 씨가 이준기, <슈팅> 의 전세훈 씨가 박중훈, 올해 드라마화 계획이 발표된 만화 <힙합> 의 김수용 씨가 최민식의 캐리커처를 맡았다.
독특한 색깔을 가진 인기 작가들이 영화배우들과 일대일로 짝을 지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만화가들은 개별적으로 캐리커처에 자신이 전하고 싶은 문구를 지어 넣는 등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다.
일간스포츠가 독점 게재하는 만화가들의 캐리커처는 "우리 문화를 지키자"라는 공감대로부터 제작됐다. 1990년대 초부터 정부 주도의 대중문화 개방으로 일본 만화가 여과없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가장 피해를 입은 분야가 만화이기 때문. 이후 일본 만화에 만화 시장의 80% 이상을 빼앗기며 회복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장의 캐리커처이지만 재치와 만화가적 감각이 돋보인다. 이현세 씨가 그린 안성기, 조원행 씨가 그린 장동건, 원수연 씨가 그린 이준기, 김수용 씨가 그린 최민식, 박재동 씨가 그린 전도연, 전세훈 씨가 그린 박중훈(왼쪽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중훈의 캐리커처를 그린 전세훈 씨는 "같은 문화 단체라는 큰 틀에서 지지를 하며, 우리 문화를 지키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것이다. 만화계는 일본 만화에 너무 쉽게 시장을 내주었다. 자유경쟁이라는 게 겉으로는 가장 편한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문화는 다르다. 문화는 한번 무너지면 되돌릴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현세 회장은 "문화 분야 가운데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가장 먼저 개방됐고,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대응을 못했다. 만약 스크린 쿼터가 축소되면 영화 쪽에서도 장기적으로 만화와 같은 결과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우리는 1997년 청소년 보호법 파동으로 만화책이 서점에서 치워지는 상황에 대처하느라 당시 일본 만화가 들어오는 데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라면서 "정책적 추진력과 단결력을 갖춘 영화계가 부럽기만 하다"라고 말했다.
만화인들은 "일본 만화 90개에 장악된 상태에서 열 개의 한국 만화가 무슨 힘을 쓰겠는가? 일본 만화는 훨씬 더 큰 시장에서 우수한 작품을 골라 초저가로 들어오니 어떻게 경쟁이 되겠는가"라고 입을 모았다.
박재동 씨는 "영화계가 스크린 쿼터 때문에 살았다. 만화계도 쿼터제(일본 만화의 수입을 제한하는 안) 도입을 신중하게 논의할 시점을 맞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영화계 측은 "만화가들의 방문 및 캐리커처 제작에 의한 스크린 쿼터 축소 반대 지지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