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위크
[정덕상 기자의 팝콘&필름] 시네마천국은 없고 코미디 천국이다
"한국 영화란 어떤 것입니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사실 할 말이 마땅치 않다.
같은 아시아 국가로 일본은 아주 사실적인 미학이 있고, 비록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홍콩은 전통과 단절하려는 뉴웨이브가 있다. 이란 영화는 스타시스템을 배제한 리얼리즘이 있다.
한국 영화가 비록 외국영화제 수상이 더 이상 뉴스가 아닐 만큼 수준이 높아졌고,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잇따라 나오는 등 스타일이 바뀌고 있지만 독창적인 영화는 가뭄에 콩나듯 드문 게 현실이다. 한국 영화는 여전히 할리우드 방식과 유사하냐, 덜 유사하냐의 이분법 구분이 적용될 뿐이다.
특히, 2006년 2월에는 답변이 더 궁색하다. `한국 영화는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어찌된 게 극장에 걸린 한국 영화는 관객들에게 웃어달라고 조르는 영화밖에 없다.
`설 연휴에는 코믹 영화가 통한다`는 흥행 공식에 따라 지난 달 19일 <투사부일체> 가 선을 보이더니, 이번달 들어 <흡혈형사 나도열> <썬데이서울> (2월 9일)에 이어 한 주 사이를 두고 <구세주> 까지 개봉됐다. 방학 특수를 놓칠 수 없다는 영화제작사들의 가열찬 의지에 따라 코미디 영화를 2월에 `몰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저들을 보라, 어서 가서 웃기자"는 <투사부일체> 는 전편 <두사부일체> 에서 한 발도 못나간 채 깡패반 사람반이고, 자극할수록 강해지는 `에로 흡혈귀`라는 새로운 소재를 발굴했지만 <흡혈형사 나도열> 은 슈퍼맨.스파이더맨.배트맨 등 할리우드 `맨`시리즈의 짬뽕이다. 촌빨 날리는 여검사가 쌩~날라리 남편을 인간으로 만든다는 <구세주> 는 코미디에 황당 액션, 어설픈 가족애까지 끼어 넣어 도대체 집중이 안되는 영화다.
"과거에는 관객들이 영화 한편 보는 것을 책 한 권 보는 것과 같이 생각했는데 요즘은 영 달라졌다"는 강우석 감독의 푸념처럼 세태가 분명 달라졌다. 심각하면 싫어하고,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이 가벼운 영화를 좋아하는 추세다.
소설보다 만화를 읽고, 만화보다는 사이버공간에서 즐기는 N세대에게 영화보기는 감상이 아니라 이벤트인 풍속에서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닌 `충무로의 상업주의`를 새삼스럽게 도마 위에 올릴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무궁무진한 영화적 소재와 방식을 제쳐두고 방학 때 학생들에게 들이미는 게 허접한 코믹 영화뿐인가. 영화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고발하고, 인생과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주변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로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적 방식은 널려 있다. `영화는 문화`라고 열변을 토했던 영화인들, 그들 스스로가 영화를 통해 세상을 읽는 소재 발굴에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보호와 성장`이라는 혜택에 안주해서 나태하고 무책임하고 허술해지고 있지는 않은지 영화인들은 반성해야 한다.
<투사부일체> 가 600만명을 넘어서고, <흡혈형사 나도열> <구세주> 가 개봉할 때마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관객 반응이 좋은데 웬 딴죽걸기냐고? 이건 `흥행의 재앙`이다. 일시적인 흥행은 성공할 수 있지만, 어느 순간 바닥이 드러나는 알맹이 없는 흥행 말이다.
조폭두목 계두식과 흡혈귀형사 나도열, 돈이면 안되는 게 없고 여자 꼬시는데만 관심이 있는 정환이가 스크린을 지키고 있는 2006년 2월, 시네마 천국이 아니라 코미디 천국, 그래서 한국 영화가 슬프다.
정덕상 기자 구세주> 흡혈형사> 투사부일체> 구세주> 흡혈형사> 두사부일체> 투사부일체> 구세주> 썬데이서울> 흡혈형사>투사부일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