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3연승 뒤 2연패를 당했다. 상승세를 이끌던 베테랑들이 수비에서 아쉬운 플레이를 보여줬다.
롯데는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리그 1위 한화 이글스와의 홈 주중 3연전 1차전에서 0-6으로 완패했다. 타선은 한화 선발 투수 라이언 와이스를 상대로 8이닝 동안 3안타에 그쳤다. 롯데 선발 터커 데이비슨은 3회 초 안치홍에게 스리런홈런을 맞고 주춤했지만, 7회 초 1사까지 막아내며 제 몫을 다했다. 승부 균형이 무너진 건 8회 초, 내야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책과 본 헤드 플레이 탓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롯데 두 번째 투수 김강현은 8회 초 선두 타자 문현빈에게 중전 안타, 후속 노시환에게도 가운데 방면 피안타를 기록한 뒤 마운드를 박진에게 넘겼다. 이 상황에서 김경문 한화 감독은 '5번' 타자 채은성에게 보내기 번트 사인을 냈다. 채은성은 2구째 커브에 배트를 냈고, 공은 마운드 왼쪽으로 흘렀다.
롯데는 3루수 김민성이 타구를 쫓지 않고, 3루 커버를 들어가려 했다. 타구 방향이 왼쪽이면 1루수가 커버하고, 오른쪽이면 투수가 잡는 약속된 플레이로 보였다. 3루 진루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롯데 벤치의 의지였다.
하지만 타구는 그야말로 3루 정면으로 흘렀다. 투수 박진이 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기도 했다. 결국 김민성은 다시 앞으로 쇄도해 공을 잡았다. 멈칫한 사이 타자주자 채은성은 홈과 1루 사이 반을 넘었다.
그렇게 접전 상황. 김민성의 1루 송구는 채은성의 발보다 느렸고, 커버에 나선 2루수 한태양이 잡지 못할 만큼 앞에서 벗어난 채 바운드되며 파울 지역으로 빠졌다. 그사이 2루 주자였던 문현빈이 홈을 밟았다.
문제는 다음 상황이다. 공을 잡은 우익수 빅터 레이예스는 홈 근처 오른쪽 선상에 있었던 1루수 정훈에게 송구도 전달도 아닌 어정쩡한 공을 뿌렸다. 정훈은 자신 예상보다 짧게 떨어진 공을 놓쳤고, 심지어 공이 왼발 안쪽을 맞고 홈플레이트 오른쪽으로 흐르며 포수 정보근이 커버하기에 이르렀다. 런다운을 했다가 3루로 귀루하려 했던 주자 노시환까지 홈을 밟았다. 정훈이 뒤늦게 홈으로 향해 정보근이 던진 공을 받아 태그를 시도했지만 늦었다.
박진은 이어진 상황에서 채은성의 대주자로 나선 이상혁에게 도루를 허용했고, 후속 이도윤에게 안타를 맞고 1·3루 위기에 놓였다. 이재원은 뜬공 처리했지만 그사이 이상혁이 태그업 뒤 홈을 밟았다. 승세가 한화로 기울었다.
김민성과 정훈 모두 팀 내 최고참 야수다. 젊은 주전 선수들이 부상이나 부진으로 이탈했을 때 자리를 메워 롯데의 전력 저하를 막는 역할을 해줬다. 특히 김민성은 주전 2루수 고승민이 수비 소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내야 포지션 조정이 이뤄지며 지난주 내내 선발로 나섰고, 14일 인천 SSG전에선 홈런과 쐐기타를 치며 롯데의 3연승을 이끌었다.
팀 위기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던 베테랑들이 17일 한화전에서는 다소 아쉬운 플레이를 했다 리그 안타 1위를 지키며 나무랄 데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레이예스 역시 이 순간은 다소 집중력이 떨어졌다. 결국 세 선수가 차례로 세밀하지 못한 동작을 하면서 '동네 야구'에서나 볼만한 상황을 자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