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제7회 농심 신라면배 바둑] 본선 5국 제3보(22~36)
장윤정의 `어머나` 포석?
미무라 9단은 1969년생으로 류싱 7단과는 15살의 차이. 94년, 95년 신인왕전 2연패의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2003년 NHK배 우승, TV아시아선수권전 준우승 등 속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온천의 나라에서 살기 때문일까. 일본기사들은 최고의 온천시설을 갖춘 농심호텔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다 아침 일찍 산책을 하거나 식사를 위해 1층 로비로 내려가면 일본기사 한, 둘은 꼭 눈에 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 1층 뷔페식당 `이스탄불`에서 나오는 사람, 뽀얀 얼굴로 온천탕인 `허심청` 쪽에서 걸어오는 사람 등등.
23일 오전 9시쯤일까, 약간 늦은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이스탄불`로 들어섰더니 농심의 김기영 차장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며 웃는다.
그 한쪽 옆으로 중국의 선수단장 화쉐밍 8단과 통역 후수동 씨가 보인다. 김일성대학을 졸업했다는 후 씨는 단순한 통역을 넘어 한국 전문가로 불리는 친한파.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얼굴이다.
"오늘 바둑, 정말 독특하네요. 도무지 예측이 안돼요. 일단 전국적인 형세는 백이 활발합니다. 흑이 좀 딱딱하게 굳어있는 느낌입니다."
검토진도, 관전자들도 계속되는 변칙행마에 혼란스럽다. 우하귀 백 32까지는 그렇다 치고 좌상귀 흑 33으로 도전해놓고 백 34에(흑 33에 즉각 36의 곳으로 협공하는 건 흑 A, 백 B, 흑 C로 흑의 주문.) 손을 돌려 흑 35로 우상귀를 굳히는 건 또 뭔가?
흑 35로 36의 곳을 둘 것으로 예상했던 검토진은 대국실의 착수가 번번이 예측을 벗어나는 게 공연히 쑥스러운 듯 한마디 농을 던진다.
"여기저기, 이리저리 왔다갔다. 정말 난해하군요. 장윤정의 `어머나` 포석인가요?"
흑 35면 백 36은 절대의 갈라치기. 마땅히 두어야 할 곳을 외면하고 우상귀로 손을 돌린 흑을 응징하는 차원의 공격이다. 흑 35로 귀를 굳힌 류싱 7단의 배짱은 어떤 속셈을 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