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1960년대 세계 프로레슬링계를 풍미했던 고 역도산의 제자들이 화났다. 이들은 지난 4일 일본 전역에서 한국 영화 <역도산> 이 개봉됨에 따라 스크린을 통해 스승의 호쾌했던 삶이 다시 부활할 것으로 잔뜩 기대했었다. 그렇지만 하루 앞서(3일)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제자들은 "역도산의 삶을 3류 인물로 깎아내렸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도산>
특히 영화 감수를 했었던 제자 고토네(66)는 더 발끈했다. 고토네는 "영화 자막에 `감수자`로 내 이름이 나온다. 하지만 난 저런 감수는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애초 영화를 감수할 때 영화 제작사 측에 "역도산은 죽었지만 일본에선 영웅이다. 그의 삶이 잘못 그려지면 안된다. 이런저런 내용은 빼라"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그대로였다며 흥분했다.
이날 역도산 영화를 본, 역도산과 같은 시대에 레슬링을 한 이토오(83)도 "역도산이란 인물을 그리는 데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 역도산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고토네를 비롯해 역도산 제자들이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역도산의 죽음과 사생활`이다. 이들에 따르면 영화에서 역도산은 마치 누군가에게 먼저 시비를 걸고 폭행, `저렇게 폭행하니 칼에 찔리지`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 칼로 찌른 야쿠자의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역도산이 먼저 그들을 폭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역도산이 툭 하면 술 마시고 폭행하는 것도 사실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역도산이 아내를 때리는 장면에 이르면 말문이 막힌다고 했다. 일본에선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역도산이 아내를 때림으로써 `폭군 남편`을 연상케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역도산의 세 번째 부인 다나카 게이코 여사(64)도 "남편은 자상했다. 때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고토네는 "이 영화를 본 일본인들이 역도산을 난봉꾼으로 여기지 않을까 걱정이다"라며 "안토니오 이노키 등 역도산 제자들과 협의한 후 이 영화의 일본 상영 가처분 신청 등 필요한 모든 조처를 강구하겠다"라고 밝혔다.
역도산 수제자 김일 씨(78)는 "역도산 영화 제작사가 제작 과정에서 나에게 한 번도 자문을 구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고, 이왕표 대한종합격투기협회 회장은 "역도산을 한국인이 오히려 죽인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역도산> 제작사 싸이더스 한 관계자는 " <역도산> 영화가 개봉되면서 이 문제가 불거져 나올 것으로 예상은 했었다"면서 "그럼에도 이 영화를 제작한 것은 역도산이란 인물이 상징적 가치가 있는 영웅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나리오는 애초 한.일 공동으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측 시나리오가 더 좋아 한국 측에서 만든 시나리오를 채택했다"면서 "고토네 씨에게 감수를 의뢰했었다"라고 말했다. 또 역도산 제자들이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 등 조처를 취할 것이란 주장에 대해 "배급사인 일본 소니픽처스사에서 대책을 세운 것으로 안다. 영화는 픽션으로 봤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