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집에 재를 뿌려도 유분수지, 할리우드 통신은 지난 6일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여우 주연상을 받은 리즈 위더스푼의 파경을 예고했다.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는 날, 그녀는 불행하게도 결혼생활의 끝을 예감했을 것"이란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1999년)에 동반 출연하면서 결혼한 위더스푼과 라이언 필립은 알아주는 잉꼬부부. 결별설의 근거가 걸작이다. `최근 주연급에서 밀려난 필립이 잘나가는 위더스푼의 들러리가 됐다. 그래서 심기가 불편하다.` 엄청난 오버센스다. 우리 식으로 하면, "차인표가 대종상 남우 주연상을 받았다. 신애라가 삐졌다. 그래서 불화가 생겼다"는 황당한 추측이다.
스타들의 사생활을 특별검사 수사하듯 헤집고 다니는 할리우드 통신들은 몇 년째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에 대해 광풍 수준의 루머를 토해내고 있다.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로 만나 연인이 된 이 커플에게 `브랜젤리나(Brangelina)`란 이름까지 붙였다. 일찍이 벤 애플렉-제니퍼 로페즈 커플을 `베니퍼(Bennifer)`, 톰 크루즈-케이티 홈즈를 `톰캣(TomKat)`, 제니퍼 애니스턴-빈스 본 짝을 `빈시퍼(Vincifer)`란 신조어로 불렀던 전례에 비추어 보면 당연히 예상됐던 일. 파파라치들은 두 사람의 사진을 찍기 위해 대륙을 넘나들면서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대로 확대 재생산 중이다.
최근 졸리의 임신이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르자, 브렌젤리나의 아기를 찍은 첫번째 사진은 최소 100만 달러(약 9억 5000만 원)에 팔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아기는 말 그대로 태어나기도 전에 `밀리언 달러 베이비`인 셈이다.
얼마나 도를 지나쳤으면, 시사주간지 <타임> 은 죄수를 고문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졸리의 임신과 이 커플의 결혼뉴스를 들려준다는 내용의 풍자 만화를 실었을까.
할리우드에 비한다면 사생활을 감추고 싶어하는 스타들에게 한국은 천국이다. 원빈처럼 지난 8일로 예정된 휴가 일정을 하루만 앞당겨도 따돌릴 수 있을 만큼 국내 취재진은 순진하다. 세상이 다 아는데 여전히 둘만의 비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뻔뻔한 스타들도 동거설, 열애설만 나오면 `사생활 침해`란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면 만사 오케이가 되기 때문이다. 제 입맛에만 맞게 공인(公人)과 사인(私人)을 해석하는 스타들, 이제는 자수하여 광명 찾으면 안 될까. 어차피 김주혁-김지수, 조승우-강혜정처럼 "내 사람에게 영광을 돌린다"는 닭살 멘트를 날려도 인기가 식지도 않고, 데이트 현장이 적나라하게 공개되지도 않으니 말이다.
생뚱맞게 사생활 따져서 뭐하고, 그게 무슨 대수냐고요? "이해찬 국무총리가 3.1절에 골프를 쳤네, 내기를 했네, 돈을 냈네 안냈네 같은 기사보다는 재미있지 않을까."
여기서 잠깐, 원빈 씨 지금 군사작전 하는 거요! 팬들에게 머리 깎은 모습 좀 보여주면 안 되나. 당신이 뭐 신비주의자요?
정덕상 기자 타임> 미스터>사랑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