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역대 대통령 캐리커처 담은 불온 삐라 첫 공개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들의 캐리커처를 담은 반체제(북한 포함) 전단, 이른바 불온 삐라들이 한 수집가에 의해 처음으로 일간스포츠(IS)를 통해 공개됐다.
영어 단어 `Bill`의 일본식 발음으로부터 유래(양주동 박사의 해석. 정작 일본인들은 `Leaflet`을 변형시킨`리프레또`를 사용)한 `삐라`는 1945년 해방 직후부터 각각 다른 색깔을 가진 정치단체들이 자신의 사상이나 이념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대량 살포해 왔다. 북한을 비롯해 반체제단체가 대한민국을 흔들기 위해 뿌린 불온 삐라들은 개인이 가지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처벌의 대상이 됐다. `진기한` 삐라들을 소장하고 있는 수집가는 김영준 씨(56). KBS 1TV 의 감정위원으로 옛 물건에 대한 전문 식견을 자랑하는 김 씨는 1970년대 이후 삐라 2000여 종을 모았다.
김 씨가 소장하고 있는 삐라들은 북한이 풍선을 통해 유포하거나 반체제단체가 제작해 뿌린 것들로 역대 대통령들을 모두 `악마`로 묘사하고 있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전파를 쉽게 하기 위해 역대 대통령들을 풍자한 자극적 그림을 삐라 속에 곁들였는데 이를 통해 각 대통령이 반체제 측에 어떤 식으로 비춰졌는가를 알 수 있다.
`리승만은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제목의 삐라는 "조국과 인민을 팔아먹느라고 우리 민족의 철천의 원쑤 양키놈과 왜놈에게 재롱을 부리며 …"라는 카피와 함께 이 대통령을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서 장난하는 철부지 아이로 그리고 있다. 이 대통령의 친미 정책을 심리적으로 역이용하려는 북측의 의도가 엿보인다.
박정희 대통령을 다룬 삐라들은 그를 독재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국민의 반발을 유도해 내려는 성격이 강하다. 박 대통령의 삐라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은 그가 즐겨 쓰던 검은 선글라스. 광주사태와 관련한 영화 필름 형태로 디자인한 전두환 대통령의 삐라는 섬뜩한 느낌을 준다.
대선을 앞두고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노태우 대통령 삐라는 "이 자에게 찍는 것은 국민 자살 행위이다"라는 카피를 가지고 있다. 눈썹은 칼, 눈은 수갑, 귀는 권총, 코는 도깨비 방망이, 입은 철창 등으로 노 대통령의 얼굴을 조합해 냈다.
북한 정권이나 반체제단체가 삐라를 통해 가장 신랄한 공격 대상으로 삼은 사람은 김영삼 대통령. 문민 정부가 탄생했음에도 그들의 뜻대로 따라주지 않은 데 대한 거센 반발 심리가 반영된 걸로 보인다. 이들은 `미친 개`라는 카피를 붙이며 김 대통령을 비하한 여러 가지 삐라를 만들었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선 초기에만 간단한 삐라가 있었고, 공격적 삐라는 보이지 않는다. 2004년 무렵 남북 상호 비방 중지가 지켜지면서 이제 대통령을 공격하는 삐라는 자취를 감추었다.
김영준 씨(56)는 "삐라를 가진 자체가 커다란 죄악으로 여겨졌다. 우리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중요한 사료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소지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럴수록 더 갖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가 혼란할 때(해방 공간, 4.19) 각종 삐라가 많이 뿌려졌고 이후엔 반드시 변란이 발생하곤 했다. 해방 공간 직후 6.25, 4.19 직후 5.16이 각각 일어났다. 삐라가 제작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