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기획취재]스포츠에이전트의 명과 암3 - 실제와 대안<끝>
현재 흐림. 미래 안개.
국내 대학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강의하는 교수들이 바라보는 한국 스포츠 에이전트 시장의 기상도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국내 스포츠 에이전트 산업이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스포츠와 관련된 전반적 업무를 담당하는 스포츠 마케터의 활동 분야 중 하나다.
외국의 경우 스포츠 에이전트가 하는 주요 업무는 ▲경기 단체· 팀· 선수에 대한 스폰서 유치 ▲TV 중계권 판매 ▲캐릭터·로고 등 라이선싱 사업 ▲선수나 팀 매니지먼트·경기 이벤트 기획과 홍보 전략 수립 ▲관중 동원 전략 수립. 대형 경기장을 갖춘 지자체 홍보 업무 대행 ▲연봉 대행 등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에이전트들은 주로 연봉 협상이나 이적 등에 그치고. 창의적 스포츠 마케팅은 초보 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2002 월드컵 이후 에이전트 시장 확대 예상 빗나가
대부분 업체 열악,자질 등 문제… 제 살 깎기 경쟁도
무분별한 난립 막기 위해 에이전트 등록제 도입 필요
스포츠마케팅 시장 활성화가 우선적으로 밑바탕돼야
—전문가 견해
■스포츠 마케팅과 에이전트의 상호 조화
김용만 단국대학교 체육대학 스포츠경영학부 교수는 “2002년 월드컵 이후 국내 스포츠 위상이 한층 높아지면서 향후 거대한 에이전트 시장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이에 따라 많은 업체들이 에이전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들이 열악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 이유로 스포츠 에이전트 자질론을 지적하며 ▲스포츠에 대한 해박한 지식 ▲외국어 실력과 국제적 감각 ▲경영 마인드 ▲경제력을 그 자질 요소로 꼽았다. 김 교수는 계약서 체결 등 법률 상식이 풍부한 변호사나 연봉 계산 등 수치에 밝은 회계사 출신들이 에이전트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스포츠 에이전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도 이런 풍토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한 국내 에이전트 시장이 뿌리 내리려면 스포츠 마케팅 시장이 먼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람 스포츠’와 ‘참여 스포츠’가 스포츠 마케팅 시장의 근원이며 이것이 발전되면 에이전트 시장도 자연 성장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학문적 연구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에선 아직까지 스포츠 마케팅과 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한 인식이 미비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학술적 연구도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학술 단체·기업·국가의 유기적 학술 체계 구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 한양대 체육학 교수는 에이전트 업체 간의 M&A(합병)를 통해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스포츠 시장 파이가 점점 커지고 수요자와 공급자 간 이해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에이전트 업계들이 ‘제 살 깍아 먹기’ 경쟁을 하고 있어 에이전트 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에이전트 업체들간의 M&A가 이뤄지면 조직 기능도 다양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말하는 전문 분야 에이전트사는 ‘원스톱 로펌식’이다. 변호사·회계사·스카웃 맨·선수 홍보와 기획 등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조직적 시스템을 갖추면 에이전트사들의 외형적 파워와 질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에이전트 등록제 도입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에이전트들의 주장도 교수들 의견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이들은 무분별한 에이전트의 진출을 막기 위해 등록제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때 안정환(독일 분데스리가 뒤스부르크)의 소속사였던 이플레이어 대표를 거친 안종복 인천 유나이티드 단장은 “에이전트 난립을 해소하기 위해 등록제를 도입.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개인이 자격증만을 갖고 에이전트로 나설 경우 협상력이 떨어진다. 법인 대 법인으로서 협상을 할 때 공정하고 동등한 협상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에이전트의 법인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안 단장의 주장은 김종 교수의 원스톱 로펌식 에이젠트와 맥락을 같이한다.
안 단장은 또 선수들도 에이전트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이전트를 단순히 연봉이나 이적료만 챙겨 주는 중간자가 아닌 선수를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유기적 동반자로 받아들일 것”을 주문했다.
- 국내 사례
이철호 FS 코퍼레이션 대표
축구 선수하다 진로 바꿔
박지성,최태욱,김도균 등 보유
'정직하게 일하는 것이 비결'
박지성 에이전트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이철호 FS코퍼레이션 대표(34)는 선수에서 에이전트로 변신한 대표적 사례다. 박지성을 필두로 최태욱·오범석·정승용(이상 포항)·김영광·김도균(이상 전남)·김정우(나고야 그램퍼스)·이종민·서덕규(이상 울산) 등 12명을 거느리고 있다.
이 대표는 1995년 말 포항 스틸러스에서 은퇴하며 에이전트로 진로를 바꿨다. 선수 출신에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장점을 살렸다. 97년 헬스를 같이 하던 박지성과 친분을 쌓았다. 그의 첫 비즈니스는 97년 말 김대희를 일본으로 보낸 것. 우리나라 선수들의 일본 진출을 도우며 가능성을 타진했다.
박지성의 해외 진출로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2000년 연봉 5억원이란 조건으로 박지성을 일본 교토 퍼플상가에. 2003년 3년 반 동안 400만 유로(약 47억 원·이적료 없이)라는 조건으로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 2005년 이적료 600만 유로(약 70억 원)에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보냈다.
이 대표는 성공 비결을 묻자 “박지성과 2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 왔다. 벌써 함께 일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만큼 서로 간에 신뢰를 갖고 있다. 선수를 위해 정직하게 일하는 것 이상 없다”라고 설명했다.
정병철 기자
김민규 기자
- 외국 사례
SFX,옥타곤 등 세계 유수 마케팅 회사들 치열한 경쟁
스포츠 마케팅 효시 IMG, 1000여명 선수,유명인 관리
세계적 스포츠 에이전트사들은 선수 관리는 물론 다양한 마케팅 사업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IMG·SFX·옥타곤 등 세계 유수의 마케팅 회사들은 비단 스포츠뿐 아니라 TV·연예·정치 쪽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 중 대표적 회사로는 스포츠 마케팅사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미국 IMG(International Management Group)가 꼽힌다. 1960년 예일대 출신의 변호사인 마크 맥코맥이 골프 선수 아놀드 파머의 매니지먼트를 맡으면서 창립된 IMG는 현재 1000여 명의 선수와 유명 인사를 관리하고 40여 개국에 100여 개의 지사와 20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이 10억 달러(약 9800억 원)에 달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IMG의 사업 영역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광범위하다. 타이거 우즈와 박세리 등 최정상급 프로 골퍼와 비너스 윌리엄스 등 프로 테니스 선수들의 매니지먼트를 맡는 것은 기본이며 모델과 연예인. 심지어 은퇴 정치인들까지도 관리 대상에 포함돼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국제 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는 동시에 TV 중계권의 판매를 대행하며 세계 방송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 세계를 통틀어 IMG 주최의 스포츠 행사가 매일 6개 이상씩 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IMG는 1996년 한국에도 지사를 설립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마케팅 대행 업무를 맡기도 했다. 98∼99년 IMG 한국 지사의 대표를 맡았던 이창식 KPR 스포츠마케팅 연구소장은 “IMG의 성공 비결은 역시 최고 스타들의 육성과 함께 TV 중계 등 다양한 마케팅의 개척에 있다고 할 수 있다”며 “한국의 스포츠 마케팅 시장이 세계 수준으로 성장하려면 우선 1인당 국민 소득이 2만 달러(약 1959억 원)는 돼야 하며 에이전트들도 각국의 스포츠 팀·경기 단체·관계자들과 교류를 넓히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신화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