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와 애틀랜타의 개막전이 열린 4일(이하 한국 시간) 다저스타디움 홈플레이트 뒤쪽 관중석 5층에 프레스 박스(기자실)가 있다. 비 때문에 개막전 취재를 위해 대거 나온 기자들도 그라운드에 내려가지 못하고 취재진 전용 식당에서 점심을 했다. 개막에 대한 기대가 어우러져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다.
기자도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옆에서 밥을 먹던 미국 기자가 말을 건넸다. "일본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아니다. 나는 한국기자"라고 대답하자 그는 고개를 끄떡인 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을 취재하면서 정말 놀랐다. 한국과 일본이 보여준 착실한 기본 때문이다. 미국 야구 기자들의 공통된 의견이 `메이저리그 보다 아시아 야구의 펀더멘틀(기본)이 더 탄탄하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자는 수긍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문도 생겼다. 루키부터 트리플A까지를 거치는 마이너리그 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메이저리그가 기본에 있어서 아시아 야구에 뒤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물론 그동안 메이저리그는 힘(power)의 야구로 인식돼 왔다. 동양인의 체구와 체력으로는 내기 어려운 투구와 배트 스피드가 메이저리그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튼튼한 펀더멘틀에서 출발한 아시아 야구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메이저리그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 지난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증명된 것도 사실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한국인 타자 이승엽과 결승전에서 쿠바를 무너뜨린 일본 세이부 투수 마쓰자카가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로 공인을 받았다.
미국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예선에서 멕시코에 패해 본선 무대를 밟지도 못했다. 메이저리거들이 정상적으로 참가하지 않았다고 해도 자존심은 분명 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세계 최강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준비한 메이저리거들의 대회였던 WBC에서도 4강 진입에 실패했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