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80세를 일기로 지난 11일 밤 타계한 고 신상옥 영화 감독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12일 밤 늦도록 조문 행렬이 줄을 이어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고인의 제자인 변장호 감독을 비롯.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곽정환 서울시 극장협회 명예 회장. 정인엽 감독. 정진우 감독. 영화배우 신영균ㆍ남궁원ㆍ윤일봉ㆍ최지희 등 영화인들과 평소 고인과 가깝게 지냈던 성우 오승룡 씨.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연극 연출가 임영웅 씨. 드라마 작가 신봉승 씨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또한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도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정부가 추서한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고인의 영화 <전쟁과 인간> · <내시> 등에 출연했던 배우 남궁원은 “평생 잊지 못할 분”으로 고인을 추억했다. 신필름 전속배우였던 남궁원은 “공대 출신으로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배우로 키워 주셨다. 틈나는 대로 연기 지도를 해 주시는 등 배려가 많은 분으로 그분과의 추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작품 <자매화원> · <해녀> 등에 출연했던 영화배우 최지희는 영화와 실생활에서 평생 파트너였던 고인과 최은희 여사에 대해 언급했다. 최지희는 “50여 년 동안 영화계에 있으면서 두 분을 곁에서 지켜봤다. 신 감독님은 최 여사를 위대한 배우로 키웠고. 최 여사는 신 감독님을 위대한 감독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고인을 추모하는 행렬에 방송사들도 참여했다. SBS TV는 오는 17일 0시 55분 <시네클럽> 을 통해 고인의 2002년 미개봉작 <겨울이야기> 를 방송한다. EBS도 고인의 초기작 가운데 하나인 <지옥화> (1958년작)를 16일 오후 11시 방송한다.
고 신상옥 감독의 인생은 그 자체가 한 편의 영화였다. 1926년 10월 18일 함경북도에서 출생한 그는 경성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45년 일본 도쿄 미술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이듬해 고려영화협회 미술감독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그의 연출 데뷔 작품은 1952년 개봉한 영화 <악야> (惡夜)였다.
대표작으로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 <성춘향> · <상록수> · <빨간 마후라> 등이 있으며 특히 <연산군> · <폭군 연산> 등은 작품성이 뛰어난 시대극으로 1960년대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1953년 영화배우 최은희 씨와 결혼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고인이 납북이라는 비운에 휘말린 건 홍콩 여행 중이던 1978년. 영화광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원을 받은 그는 1986년 3월 13일 북한을 탈출하기 전까지 <탈출기> · <소금> · <심청전> · <방파제> · <불가사리> 등 모두 7편의 영화를 북한에서 제작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은희 씨와 2남 2녀가 있다. 영결식은 영화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며. 발인은 오는 15일 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