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스위스 축구협회, 토고 코치로 간 함베르그에 발끈
"함베르그 이적행위 용납 못 해!"
한국과 2006 독일 월드컵에서 같은 G조에 속한 상대국인 토고와 스위스가 최근 코칭스태프 문제를 둘러싸고 남다른 신경전을 벌여 화제가 되고 있다.
얼마전 스위스의 프로구단 취리히 그라스호퍼즈(GC)의 훈련코치이자 네덜란드 출신 축구지도자인 함베르그가 월드컵 기간 동안에 토고 대표팀의 코치로 부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의 결정이 알려지자, 스위스 축구협회(SFV)는 그라스호퍼즈 구단측에 의미심장한 서신을 발송, 토고의 `코치 빼가기`를 견제하고자 했다.
지난 주초 스위스 주요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SFV는 최고위 임원진들의 이름으로 GC의 구단주 브루너에게 서신을 보내 함베르그의 토고행에 대해 한 마디로 "전혀 납득할 수 없다", "놀라움을 금할 길 없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서한에는 결과적으로 GC가 스위스 대표팀의 적수를 돕는 이적행위(?)에 동조한 것을 비난하는 뉘앙스가 가득 실려 있었다.
SFV의 이러한 태도가 보도되자 함베르그를 데려가기로 결정을 내린 토고의 감독 오토 피스터와 함베르그 는 SFV의 `과잉반응`에 항의를 했다. 개인의 선택에 대한 협회측의 지나친 간섭이라는 것이었다.
피스터 감독은 SFV의 그러한 입장이 토고에 알려지면 아프리카인들의 정서상 이를 인종차별주의적인 처사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라며, 이는 무례하기 그지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함베르그는 자신이 토고팀 코치로 먼저 지원한 게 아니라 피스터 감독의 요청을 수락한 것에 불과하다며 소속팀 GC에 절대로 해를 끼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그 편지에 대해 나 뿐 아니라모든 사람들이 비웃고 있다. 나는 이번에 반드시 월드컵에 출전할 것이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더 이상 오지 않을 기회일 것이다"라며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두 사람이 강하게 반발하자 SFV측은 "이 편지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저 이번 결정에 대한 놀라움을 표했을 뿐이다. 스위스 축구리그의 한 소속 팀의 훈련코치가 내린 결정이 스위스 대표팀에 끼칠 영향에 대해 우리는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며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이미 그 사이에 SFV의 협회장 츨로초버는 브루너 구단주를 비공식적으로 만나 GC가 함베르그의 대여를 철회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함베르그 측은 SFV에 대항하여 조만간 변호사를 수임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쾰른=박명준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