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박근혜 대표 2시간 수술, 60바늘 꿰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0일 저녁 50대 남자에게 테러를 당해 얼굴에 11㎝의 자상(刺傷)을 입고 60바늘 이상을 꿰매는 얼굴 봉합수술을 받았다. 제1야당 대표를 겨냥한 이번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날 범행 동기와 배후 등 사건 전모에 따라서는 5.31 지방선거의 중대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몇 달 지나야 원활하게 말할 수 있어
박 대표는 20일 오후 7시 20분쯤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위해 단상에 오르던 중 지모(50)씨에게 흉기로 피습당했다. 오후 7시 45분쯤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박대표는 두 시간 가량 수술을 받은 뒤 회복실에서 안정을 취했다.
박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탁관철 신촌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21일 "경정맥과 경동맥을 비켜 나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2주 이상 지나야 어느 정도 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말하는 것이) 자유롭게 되려면 몇 달은 지나야 한다. 오른쪽 귀 옆부터 입 옆 부분까지 11㎝ 가량 곡선형으로 심각할 정도로 열상이 있었으며, 상처 깊이는 1~3㎝"라고 설명했다.
■미음 마시며 회복 중
박 대표 입원실에는 전날에 이어 21일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 주요 인사들의 위문 발길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의료진의 `면회 사절` 권고에 따라 외부인과 접촉을 끊고 절대 안정을 취하고 있다. 동생 지만씨 부부를 비롯한 가족, 유정복 비서실장과 비서진 이외에는 접견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빨대를 꽂아 미음을 몇 모금 마셨을 뿐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해 계속 링거를 맞고 있다. 현재 수술 부위는 적지 않게 부어올랐으며 압착용 살색 반창고를 부착한 상태다.
■범인은 사회 불만 세력
현행범으로 체포된 지씨는 장기 복역과 건강 악화로 이 사회에 불만을 품은 인물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전과 8범인 지씨는 1991년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14년 4개월간 복역하다가 지난해 8월 청송보호소에서 가출소했다. 복역 중에도 교도관들을 폭행하고 협박할 정도로 반사회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고, 갱생 보호 조치를 받던 지난해 12월에는 한나라당이 개최한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집회에서 폭력을 휘두른 적도 있다.
■정치권 진상 규명 촉구
정치권은 사건 발생 직후 즉각 논평을 내고 박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동시에 이번 사건이 몰고 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 과정에 테러나 폭력은 어떤 경우,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 대표는 "이번 사건은 제1야당 대표의 생명을 노린 매우 조직적.계획적 정치테러"라면서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검경 합수부 설치
대검찰청 공안부는 사건 규명을 위해 서울 서부지검에 검.경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본격적 수사에 나섰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승구 서울 서부지검장(검사장)을 수사본부장, 곽규홍 서부지검 형사5부장을 검찰 측 수사반장 겸 주임검사, 김학배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경찰 측 수사반장으로 한 검.경합수부를 구성했다.
■악성 댓글 기승
이번 사건을 놓고 포털 사이트 자유게시판에는 누리꾼들의 `악플(악성 댓글)`과 박 대표의 조속한 쾌유를 비는 댓글이 수천 건 이상 올라오고 있다. 이 가운데 노혜경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가 "처음에 17바늘 꿰맸다더니 60바늘 꿰맸다는 것을 보면 성형도 함께한 모양입니다. 아마 흉터 없이 나을 거예요"라는 비아냥조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