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무엇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토니 라 루사(61) 감독과 데이브 던컨(60) 투수코치의 동행을 올해로 24년째 가능하게 하고 있을까.
두 사람이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언쟁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박찬호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승리해 4승무패를 기록 중인 세인트루이스 투수 시드니 폰슨은 음주운전에 폭행 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시드니 폰손이 ‘지난 해 12월 돈을 더 많이 주겠다는 시애틀이나 텍사스 행을 거절하고 세인트루이스와 1년 계약한 이유가 라 루사 감독과 던컨 코치의 존재 때문’이라고 당당히 밝혀 눈길을 끈다. 그에게 세상에 돈과 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라 루사 감독과 던컨 코치는 1963년 캔자스시티 어슬레틱스 산하 팀에서 마이너리그 선수로 처음 만났다. 던컨 코치는 1982년 시즌이 끝난 후 시애틀의 클럽에서 라 루사에게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시애틀에서 처음으로 투수코치를 1년 했는데 시즌을 마치고 연봉을 5000달러 올려 3만5000달러를 달라고 했다가 조지 아기로스 구단주로부터 거절을 당했던 것이다. 실업자가 될 운명의 던컨은 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이었던 마이너리그 7년 동료 라 루사에게 진로를 상담했고 라 루사는 1983시즌부터 투수코치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오클랜드를 거쳐 세인트루이스로 바뀌었다. 그 기간 동안 미국 대통령은 4명이 바뀌었다. 라 루사 감독은 24년째 함께 덕아웃을 지키고 있는 비결에 대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감독 자리가 이어졌겠는가. 던컨과의 인연도 벌써 끝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라 루사 감독은 감독으로서 메이저리그 통산 3번째 최다승을 거두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48승을 거뒀는데 그 승리 모두를 던컨 코치와 함께 한 것이다. 투수코치로서 던컨의 능력도 눈부시다.
사이영상과 MVP 수상(1992년). 그리고 1989년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낀 데니스 엑커슬리가 그의 작품이다. 1989년 오클랜드에서 21승9패를 기록한 데이브 스튜어트. 지난 해 세인트루이스에서 21승5패를 기록한 크리스 카펜터의 투수코치도 던컨이었다. 무려 7명의 사이영상 수상자가 그와 관계가 있다. 그러나 과연 성적만으로 관계가 24년째 계속될 수 있을까.
라 루사 감독은 “서로 존중할 때 오랜 세월의 동행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역으로 호흡이 중요한 야구에서 함께 해서 절대 안되는 코치나 선수들이 같은 덕아웃에 있는 것은 팀에 비극이라고 토니 라 루사 감독은 밝혔다. 서로 의견이 다른 것은 대화를 통해서 풀 수 있으나 그것이 불가능한 관계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