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허진의 축구이야기]비판·야유 잊고 심리적 안정 찾아라
가나에 3대 1로 진 것은 어디까지나 본선 직전의 테스트니까 크게 우려할 것은 아니지만 왠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2002년 프랑스와 3-2로 지고 급부상한 승리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뭔가 불안한 느낌을 않은 채 토고전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금은 매 경기의 전술분석이나 선수들의 기량향상보다는(이건 코칭스텝에 맡겨라) 오히려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독일 역시 일본에게 2골을 먼저 허용하다 겨우 무승부로 경기를 끝내었고, 네덜란드 역시 만만찮은 호주의 뒷심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래도 뭐 별로 비판적인 기사가 실리지는 않았다. 어차피 두 팀 다 반드시 우승을 하겠다는 선언적인 캐츠플레이즈도 없고, 객관적으로 브라질이나 이탈리아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질 않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16강을 낙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체력훈련의 강도가 조금 높았던 탓인지 선수들의 컨디션이 과히 좋지 않다고 한다. 베르하이옌이 너무 늦게 들어 왔다는 느낌도 들고(스케쥴상 어쩔 도리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과거처럼 홈에서 느긋하게 충분히 연습하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한 체력적 무리는 얼마든지 예견될 수 있는 문제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토고전만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조 예선 3경기 동안 일정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가 그렇지만 처음에는 비틀거리다가 경기를 더해 갈수록 체력과 조직력이 안정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으며, 객관적인 전력상 형편없는 팀인데도 불구하고 결승에 오를 때까지 놀라운 학습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예는 2002년의 독일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매스컴이나 팬들의 걱정과 비판, 야유와 조소를 듣는 등 마는 둥 현재의 컨디션 유지에만 신경 쓸 일이다.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본선 직전은 짧은 인터뷰조차 심리적 저해요소가 될 수도 있다. 그날그날의 기사거리에 목숨을 거는 언론의 경우 대표팀의 심리적 안정과 같은 문제를 배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니 본선 경기 직전 기간에는 어떠한 세리모니나 의전 행사에 동원되어서도 곤란하고 그저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고 적절한 생체리듬의 조절에 신경 쓸 때다.
고위 공무원이나 여의도에 계시는 분들은 자꾸 '경기 전'에 격려해 줄 생각 말고, 경기장에서 붉은악마랑 같이 응원하고 '경기 후'에 마음으로 격려해 주면된다. 김치를 싸들고 오시는 눈물겹게 고마운 동포도 있어 정문에서는 물론 고맙다는 말과 함께 김치를 받지만, 주치의와 영양사는 민감한 신체관리상 가차없이 휴지통으로 보낸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 것이 좋겠다. 아직까지 우리는 경기 자체에 대해 미신적 요소를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 그만큼 대표팀의 성적을 염려하는 지극정성으로 간주해도 좋다.
여기서 단 두 가지만 상기시키고자 한다. 판 바스턴-"언제나 승리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는 않는다". 호나우지뉴-"브라질 선수들이 축구를 잘 하는 것은 우리 모두 미소를 머금고 태어나기 때문이다."약간의 애매한 미소를 머금고 여유만만 상대를 쓰러뜨리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보라. 그가 방아쇠를 당기기까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승리와 죽음 직전에 그런 여유를 갖자.
베를린에서(주 독일대사관 참사관·2002년 월드컵 대표팀 미디어 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