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겨냥한 본격적인 전술훈련이 9일 가동된다. 훈련을 시작할 때와 마칠 때에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손에 손을 잡고 기도를 드리며 월드컵 돌풍을 기원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월드컵 출전수당을 놓고 협회와 선수들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출전 수당 협상으로 어수선한 가운데에도 코칭스태프는 계획표대로 훈련을 진행시키고 있으며 선수들은 손에 손을 잡고 한마음으로 월드컵을 향한 열망을 불태우고 있는 셈이다.
오전 훈련, 오후 비디오 분석-토고 본격 전술훈련 체제 가동
토고가 한국을 정조준한 맞춤형 훈련을 본격 가동한다. 토고는 9일부터 오전 한차례만 훈련한다. 훈련량은 줄고, 강도도 낮아진다. 하지만 마음놓아서는 안된다. 이 때부터 한국을 겨냥한 '맞춤형 전술훈련'이 시작된다. 오후에는 선수단이 모두 모여 비디오 분석으로 시청각 교육을 하며 한국의 약점을 찾기 위해 돋보기를 들이 댄다. 오전에는 실전 전략, 오후에는 이론 수업을 하는 셈이다. 피트 함베르크 토고 코치는 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까지 하드 트레이닝을 실시한다. 하지만 9일부터는 오전 한차례 씩 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선수들과 함께 비디오 분석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9일부터 시작되는 오전 훈련의 내용은 당연히 한국전을 대비한 '맞춤형 훈련'이다. '한국전 올인'을 선언한 함베르크 코치는 "매우 집중적인 전술 훈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킥 코너킥 등 세트피스를 가다담고 조직력을 최종 점검하는 훈련이 될 전망. 오후에 실시하는 비디오 분석을 통한 시청각 교육에서는 한국이 아프리카 팀을 상대로 했던 세네갈전과 가나전이 토고의 주요 '교재'가 될 전망이다. 비디오 분석을 통해 박지성, 이영표, 이천수, 안정환 등 한국 주요 선수들의 특징을 정밀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할 것이다. 아데바요르, 쿠바자, 도세비 등 공격진은 한국 수비의 허점을 뚫기 위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실전 훈련을 통해 갈고 닦게 된다. 한편 토고는 7일에도 오전 오후 두차례에 걸쳐 강도높은 훈련을 실시했다. 6일 방겐과 평가전을 치러 간단한 회복훈련만 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오전에는 방겐 인근 린덴베르크로 건너가 경기에 뛴 선수들은 40분간, 출장하지 않은 선수는 60분간 런닝을 하며 흠뻑 땀을 흘렸다. 토고는 오후에도 1시간 40분동안 강도높은 훈련을 실시했다. 이는 선수단의 컨디션 사이클을 오는 13일 한국전에 맞추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다. 컨디션은 상승과 하강의 사이클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경기를 며칠 앞두고 혹독한 트레이닝을 실시한 뒤 서서히 실전에 맞춰 다시 신체 리듬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토고, 기도 하며 단합
기도의 힘으로 한국을 꺾는다(?). 토고가 베이스 캠프를 차리고 있는 독일 남부의 방겐. 8일(한국시간) 오후 훈련을 위해 방겐 알고이 스타디움으로 들어선 토고 선수단은 손에 손을 잡고 그라운드에 커다란 원을 그렸다. 이방인 오토 피스터 감독, 피트 함베르크 코치도 아데바요르, 창가이, 아코토 등 검은 피부의 토고 전사들과 함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 약 2분 가까이 숙연한 자세로 기도를 드렸다.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단 전원이 참가하는 기도 의식은 약 1시간 40분 가까운 훈련이 끝난 뒤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되풀이 됐다. 그들이 기도를 드리는 순간 녹색 그라운드는 작은 성전이 됐다. 아톨로우 토고축구협회 대변인은 "선수들이 각자의 신을 위해 기도를 드리는 것"이라며 "토고 대표팀이 하나로 뭉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토고의 주요 종교로는 전통 토속신앙 50%, 기독교 18%, 무슬림 2% 등이다. 선수단 내부에도 무슬림, 카톨릭, 기독교, 전통 종교, 무신앙 등 종교 분포가 다양하고 각자의 신을 향해 기도를 올렸지만 손에 손을 잡은 그 순간 만큼은 모두가 한 마음이 됐다. 종교는 불확실성과 우연이 겹치는 스포츠에서 커다란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한국 여자 핸드볼팀도 경기를 시작하고 마칠 때마다 코트에 선수단이 모여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토고 대표팀의 평상시 모습은 관광객 못지 않게 활발하다. 훈련이 비는 시간을 이용해 호텔 근처 패스트 푸드점을 들르고 시내에서 쇼핑을 즐기기도 한다. 심지어는 호텔 근처 바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방겐 FC의 유소년 트레이너를 맡고 있는 린은 "마치 카니발을 즐기는 것 같다"고 비꼴 정도. 그러나 그라운드에서 기도를 올리는 모습은 토고가 한편으로 얼마나 진지하게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출전수당 갈등 여전히 진행중
토고를 한 방에 무너뜨릴 수 있는 폭탄에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다. 월드컵 출전수당을 둘러싼 토고 선수단과 토고 축구협회사이의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토고의 미드필더 아지아워누와 공격수 카데르 등은 8일 기자회견에서 "아직 출전 수당문제가 매듭되지 않았다. 선수들의 요구 사항을 협회와 협상중"이라고 밝혔다. 아톨로우 토고 축구협회 대변인은 "월드컵이 개막하기 전까지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로이터등 외신이 전한 '토고의 월드컵 출전수당이 타결됐다'는 보도는 토고 축구협회 관계자의 말에만 의존했던 오보였던 셈이다. 토고 선수단은 기본 출전수당으로 15만5000유로에 승리 수당 3만유로, 무승부 수당 1만5000유로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소득이 1500달러에 불과한 토고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액수다. 토고 축구협회의 생각대로 9일까지 협상이 종료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매우 불투명하다. 토고는 지난 1월 열린 네이션스컵에서도 출전수당 문제를 놓고 선수단과 협회가 대립을 벌였고 결국 조별리그에서 3전 3패를 하는 졸전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