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중 캠핑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적당히 ‘따뜻한’ 기온에 밤잠을 방해하는 날벌레도 없다. 게다가 피서철을 피하기 때문에 사람에 치이는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어 더욱 좋다. 충남 태안반도 일대는 수도권에서 가까울 뿐 아니라 수백리에 이르는 해안선을 끼고 있어 차량만 대면 어느곳이든 캠핑 장소로 제격이다. 또한 최근 개장한 국내 최대규모의 허브농장에서는 은은한 향기를 내뿜고 있으며. 이번 주말이면 1만 5000평의 들판에 꽃망울을 터뜨릴 백합이 장관을 이룰 예정이어서 캠핑을 겸한 주말 여행지로 적극 추천할 수 있다.
■붉은 노을에 사랑 싣고-청포대해수욕장
해가 뉘엿뉘엿 서쪽 바다로 떨어질 준비를 할 무렵 하나 둘 차량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장소는 남면 청포대해수욕장. 2㎞나 이어지는 너른 백사장 주위로 울창한 송림이 둘러싸고 있어 오토캠핑장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해질녘 썰물로 물이 빠져 모래밭은 더 넓게 보였다. 유감스럽게도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덮어 붉은 노을을 감상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10여 대의 차량이 모두 도착하자 송림 사이로 야영 준비에 들어갔다. 텐트를 치고. 테이블을 정리했다. 한 가운데에는 저녁식사 겸 파티를 위해 바비큐 그릴이 마련됐다. 텐트 5동 등을 설치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20분.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을 것이란 예보가 있었다. 이제 파티만 남은 셈. 그 사이 물감을 뿌려놓은 듯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구름이 사이를 벌리며 잠시 공간을 내준 것이다. 붉은 해가 그 사이를 뚫고 얼굴을 내밀었다. 바다와 백사장. 송림까지 한 색으로 변하는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해는 야속하게도 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들었다.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파티는 시작됐다. 메뉴는 숯불 위에서 익어가는 삼겹살이 전부였지만 분위기에 젖은 탓인지 어떤 진수성찬보다 맛이 좋았다. 그리고 취침. 낯선 텐트 안이었지만 오랜만의 ‘외박’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코끝 자극하는 허브향-팜 카밀레
팜 카밀레(www.kamille.co.kr)는 약 1만 2000평의 넓이로 허브농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25개월의 공사 끝에 지난 5월 23일 개원했다. 숍과 온실 식물원 위주의 기존 허브농원과 달리 7개의 주제별 가든과 식물원·레스토랑·허브숍 등으로 돼 있다. 지금 한창 향기를 내뿜는 품종은 흰색과 노란색이 예쁜 조화를 이루는 카모마일이다. 카밀레는 이 꽃의 독일 이름. 그만큼 카모마일은 이 농원의 상징이다. 약 2000평에 펼쳐진 카모마일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멋진 군무를 추고 있다. 그리고 사이사이 보라색의 애플제라늄과 콘플라워가 섞여 분위기를 돋운다.
그리고 며칠 후면 라벤다가 보라빛 얼굴을 내밀 예정이다. 라벤다는 더위에 약해 남쪽 지방에서는 재배가 어려운 품종. 하지만 이곳에서는 지난해부터 재배를 시도하고 있다. 박정철 원장은 “보라색 허브의 대표로 꼽히는 라벤다는 더위에 약해 북위 45~60도에서 생장하는데. 지난해 시험재배에서는 8%의 생존율을 보였다. 이를 좀 더 끌어올려 남쪽에서도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허브숍에서는 22종의 허브티를 비롯해 화장품·비누 등 허브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대부분 수입한 것들이다. 레스토랑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허브차와 홍차(5000~6000원). 허브를 이용한 식사(7000원~1만 5000원)를 즐길 수 있다. 16일부터 입장료를 받는다. 4000원(어린이 2000원). 041-675-3636.
■순결의 상징 백합
16일부터 10일 동안 태안읍 송암리 지내에서 2006 태안백합축제가 열린다. 이곳에는 태안반도 백합수출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백합 단지가 있다. 이번 주말이면 1만 5000여 평의 단지에서 자라는 백합 100만여 송이가 일제히 꽃을 피울 예정이다. 강항식 한국화훼협회 태안군분회 회장은 “개화 시기를 축제 기간에 맞췄다. 지난 봄 날씨가 쌀쌀해 걱정했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꽃이 피면 일대는 진한 백합 향기로 진동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태안군은 백합축제와 함께 제2회 태안6쪽마늘요리축제를 16일부터 3일 동안 개최한다. 마늘로 만든 국수·쿠키·전·떡 등을 맛볼 수 있고. 직접 마늘을 캐갈 수 있는 체험행사도 마련한다. 체험 참가비는 2접에 2만원으로 구입하는 것보다 1만원 싸다. 태안군 농림과(041-670-2830).
■그밖의 볼거리·먹을거리
태안군 북쪽 원북면 신두리에는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놓은 모래언덕 신두리 해안사구(천연기념물 431호)가 있다. 길이 약 1㎞·폭 500여m의 사구에는 지금 해당화가 한창이다. 푸른 풀과 잎사귀 사이로 피어난 빨간 꽃은 ‘향기가 100리 간다’는 말에 걸맞게 진한 향이 바닷바람 속에서도 후각을 자극한다. 남면 청산수목원은 논을 활용해 조성한 연꽃농원이다. 총 3만평 가운데 절반인 1만 5000평은 150여 종의 다양한 연꽃이 심어져 있으며. 나머지는 노강 목단 등 200여 종의 나무와 다양한 야생화가 자라고 있다. 특색있는 먹을거리로는 전국에서 유일한 전계탕이 있다. 인삼 대신 전복을 넣은 것만 다를 뿐 삼계탕과 비슷하다. 더덕과 해삼. 태안 특산물인 6쪽 통마늘이 들어갔다는 것만 조금 다르다. 쫄깃한 전복과 담백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한 마리면 네 명이 먹을 수 있다. 가격은 10만원으로 조금 비싼 편이지만 이유는 실내가 아닌 바다에서 직접 키운 10년산 전복이 500g(5만원 상당)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태안군 북쪽 끝 사목해수욕장 가는 길에 있다. 삼광수산(041-675-9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