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가 끝났다. 태극전사들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냈던 시민들은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전국을 달구었던 월드컵 열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직장에서·거리에서·가정에서 눈만 뜨면 들리던 축구 얘기가 하루아침에 크게 수그러들고 있다.
일부는 예상보다 일찍 끝난 축제에 ‘이젠 무슨 낙으로 사느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한여름밤의 꿈’을 꾼 것처럼 월드컵은 이제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휴일인 25일 시내 곳곳에서는 월드컵과 관련한 현수막 등을 정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울시청 앞 프라자호텔 직원들은 건물 외벽에 붙어 있던 월드컵 광고물을 정리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호텔 관계자는 “시청앞 광장에 붉은악마들이 모여 거리응원전을 펼쳐 상당한 광고효과가 있었다”며 “하지만 더 이상 거리응원전은 없어 광고물을 모두 철거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특수를 쏠쏠하게 누렸던 호텔·사우나·찜질방·야식업체·응원도구 판매점 등도 정상 영업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영화 대신 축구 경기를 상영했던 극장에도 다시 관람객의 발길이 돌아왔다.
서울 광장 인근의 한 찜질방은 “이젠 거리 응원을 위한 손님들의 예약 문의는 끊어졌고 입장객의 숫자가 월드컵 전과 비슷해졌다”고 전했다. 시청역 인근 의류매장도 “빨간 티셔츠와 야광뿔 등 응원에 필요한 상품들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뚝 끊겨 재고처리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근과 등교시간을 조정하는 등 세계적인 축제에 동참했던 기업과 학교들도 이번 주부터는 평소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우인규(30)씨는 “밤 새고 축구를 보고 출근하면 피곤해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며 “이제는 분위기를 가라 앉히고 그동안 못 했던 회사 업무에 더욱 바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16강의 염원은 좌절됐지만 다시 4년뒤를 기약하는 시민들은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