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둥개 ‘강가딘’에게 여자 친구 ‘예삐’가 말한다. IQ 350쯤 되고. 바람둥이며. 항상 긍정적 현실주의자 강가딘. 지금의 30대 독자라면 어릴 적 소년 잡지나 신문에서 연재되던 만화 <강가딘> 을 보며 ‘혹시 개로 태어나면 꼭 강가딘이 되어야지. 아니 사람이어도 강가딘처럼 되고 싶다’란 생각을 한 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그만큼 소년·소녀들에게 강가딘은 우상이었다.
강가딘이란 묘한 이름은 <정글북> 으로 유명한 소설가 키플링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강가딘> 에서 비롯됐다. 만화가 김삼씨(65)가 초등학교 때인 1950년대에 본 영화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인도 소년 강가딘이 외인부대의 일원으로 영웅적 활약을 벌이는 모습이 뇌리에 박혔다. 까무잡잡한 토착민의 이름이 재미있어 검둥개도 강가딘으로 만들었다.
<강가딘> 을 시작한 시점은 김씨의 또 다른 히트작 <소년007> (1965년)을 소년동아일보에 선보이고 10년 후인 70년대 중반이다. 소설가 김동리의 아들인 김재홍씨가 소년지 <소년 생활> 의 편집장으로 그와 친구였다. 편집장 친구는 술자리에서 그에게 대뜸 동물 만화를 청탁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는 며칠 안으로 후한 원고료까지 적힌 원고 청탁서를 정식으로 보내왔다. 만화가들은 기분파이지 않은가. 두고 볼 것도 없이 O.K였다. 이후 소년동아·소년한국으로 옮기며 약 10년 동안 연재됐다.
<강가딘> 의 탄생에는 작가의 죄의식이 섞여 있다. 사연인즉 이러하다. 주인공을 새까만 멍멍이로. 암캐를 흰둥이로 해 보자는 생각이 떠오르기 몇 년 전. 그의 아내가 친정에서 개를 한 마리 얻어 왔다. 워낙 개를 좋아하지도 않는데다가 이 애완견 잡종은 장애를 갖고 있었다. 개를 준 장모도 아내도 원망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막상 개를 잃어 버리니 자신도 모르게 죄의식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원하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잡종에 다리까지 저니 싫었다. 너무 홀대했다. 눈길 한 번 안주었으니 …. 마치 나 때문에 없어진 것 같았다.”
그 개를 애지중지하던 아내는 예상과 달리 무덤덤해 했다. 그 찜찜한 마음이 강가딘이라는. 인간보다 잘난 개를 만드는 동기가 됐다. <강가딘> 에는 실제로 장애인이라든가. 장애견을 소재로 한 감동적 에피소드들이 자주 등장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김씨에겐 종교적 성향이 강해졌다. 그래서 그는 한때 신학 대학을 다니기도 했다. 지금도 그가 술잔을 기울이며 입을 한 번 열 때마다 유교·불교·기독교·이슬람교를 넘나드는 종교와 삶의 자세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욱’하는 성격이 강해 많은 에피소드를 뿌린 이 황해도 사나이가 이토록 ‘센치’해진 것은 <강가딘> 에서 조짐이 드러난 셈이다.
장상용 기자 강가딘> 강가딘> 강가딘> 소년> 소년007> 강가딘> 강가딘> 정글북>강가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