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누리에 내리쬐는 강렬한 햇살이 풍요로운 결실을 기약하는 9월 오후. 모든 생명이 두 팔 벌려 ‘자연의 축복’을 맞이하는데 벌판 한가운데 버티고 있는 인삼만은 어두운 그늘을 고집한다. 단 한 줄기 햇살의 침투도 거부하는 듯 짙고 어두운 차양막 아래에 숨어 조용히 숨을 쉰다. 그러기를 4년여. 세상을 향해 몸부림을 시작했다.
계절이 열 여섯 번 바뀌는 동안 흙의 정기를 흡수한 인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고집스레 햇빛을 마다한 까닭일까. 흙을 박차고 나온 뒤 잠깐 몸을 흔들자 눈부실 만큼 곱고 깨끗한 나신이 드러난다.
인삼의 고장 충남 금산은 지금 인삼 향기로 가득하다. 지난 4년 동안 금이야 옥이야 키웠던 인삼 수확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삼장(인삼밭)에서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 쳐둔 검은 차양막 아래 동네 아낙의 손에 쥐어진 갈쿠리가 땅을 한 번씩 파낼 때마다 ‘노란 황금’이 쏟아져 나온다. 두 갈레로 길게 휜 갈쿠리의 모양이 이채롭다.
인삼 수확이 한창인 금산군 부리면 평촌리의 김길임(70) 할머니는 인삼을 캘 때마다 “고놈 참 잘생겼네. 한 번 볼텨”라며 “좋다! 좋다” 감탄사를 연발한다.
금산에서 취급하는 인삼은 4년근이다. 한국담배인삼공사 등에서 홍삼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 6년근을 사용하면서 ‘인삼은 6년근이 최고’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금산 상인들은 4년근을 최고로 친다.
박범인 금산군 문화관광 과장은 “최근 연구 결과 재배삼의 경우 4년근의 약효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5년이 넘으면 뿌리에 목질이 생기는 등 노화 현상이 나타난다. 가격도 6년근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금산은 전국 인삼 생산량의 10%를 차지한다. 하지만 유통량은 80%에 이른다. 인삼 시장의 중심이란 뜻이다. 금산 인삼 시장에서는 수삼뿐 아니라 인삼 관련 제품. 각종 약초도 판매하고 있다. 점포 수만도 1300여 개에 달해 인삼 시장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가격도 저렴하다. 인삼 매매 단위는 ‘채’인데 한 채는 750g으로 1만원~2만 5000원 선이다.
한편 금산에서는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2006 금산 세계인삼엑스포를 개최한다. 금산읍 신대리 일원 12만 9000평에서 펼쳐지는 엑스포는 인삼과 관련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또 바로 옆 인삼 약초 시장에서는 같은 기간 금산 인삼 축제도 같이 열려 인삼을 체험하고. 평소보다 싼값에 인삼을 구입할 수도 있다. 금산 세계인삼엑스포 조직위원회(www.insamexpo.or.kr·042-824-3321).
■인삼과 관련된 음식도 다양하다.
인삼을 재료로 개발된 종류만도 160여 가지에 이른다. 특히 금산에서는 인삼 튀김을 즐겨 먹는다. 식당에선 1만 2000원이면 인삼 튀김 한 접시를 먹을 수 있으며. 시장통에서는 한 뿌리에 1000원이다.
또 다른 먹을거리도 있다. 도리뱅뱅과 인삼어죽이 유명하다. 후라이판에 피라미를 둥그렇게 두른 다음 기름에 튀겨 그 위에 매콤한 소스와 인삼·당근·양파 등과 곁들여 먹는 도리뱅뱅은 고소하면서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1만원. 금상 상류 깨끗한 물에서 잡은 피라미·빠가사리 등 잡어로 만든 어죽도 맛있다.
소엽이란 향료를 넣어 비린 맛이 전혀 나지 않고 담백하다. 1인분 5000원. 인삼주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유리통에 큼지막한 인삼 두세 뿌리를 넣고. 1.8ℓ 소주를 부어 밀봉해 가져갈 수 있다. 2만 5000원. 마갈피가든(041-754-7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