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전> 에서 토끼는 거북이의 꾐에 넘어가 용궁으로 간다. 진주 선물이라든가 육지에서 가장 지혜로운 동물이라는 칭찬에 솔깃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가 보지 못한 바다 속 세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듯 싶다. 인간의 바다에 대한 호기심은 토끼 그 이상일지 모른다.
토끼는 거북이의 등에 업혀 바다 속으로 들어갔지만 인간은 공기통을 달고서라도 바다 깊숙히 들어가고자 한다. 도대체 바다 속이 어떻게 생겼길래 이토록 강력한 유혹의 힘을 발휘하는 걸까?
■코로 숨 쉬는 건 잊어라
체험 다이빙을 위해 찾아간 곳은 서귀포 앞바다에 위치한 문섬. 블루오션 스쿠바 피플(064-767-9111)의 19년 경력을 지닌 윤현식 다이버 강사와 함께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토정비결에서 ‘물가에 가지 마라’는 충고를 듣고 자라서인지 물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요. 물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게 첫번째입니다” 물에 들어가기 전 걱정이 앞서긴 했지만 안전 장비들을 믿기로 했다. 먼저 호흡기를 입에 물고 코가 아닌 입으로 숨 쉬는 법을 연습한다.
코에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선 머리카락이 안 덮이도록 물안경도 잘 써야 한다. 코를 완전히 덮어 답답한 느낌이 들지만 금방 익숙해진다. 입으로 하는 호흡은 길게 해야 한다. 숨을 짧게 들이쉬고 내밀면 머리가 띵하고 숨이 더욱 가빠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픔 뒤에 찾아오는 달콤함
드디어 입수. 물속으로 들어갈수록 수압 차이(10m 하강 때마다 1기압 증가)로 인해 귀가 아파 오기 시작한다. 고막 안쪽에 있는 공기가 압력을 받아 줄어들면서 평평하던 고막이 안쪽으로 밀리는 현상 때문이다.
이럴 땐 코를 잡고 숨을 불어넣어 고막 안쪽에 공기를 보내 밀려드는 고막을 다시 펴 주어야 한다(이퀄라이징이라고 함). 생각보다 고통이 심해 중간중간 멈추면서 계속 코를 부여 잡았다.
‘찍! 찍’ 귀에서 소리가 날 때까지 귀로 공기를 보내느라 정신이 없다.
‘여기서 멈추고 다시 올라갈까.’ 고통을 견디다 못해 포기하고픈 생각도 든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바다 속 풍경은 아픔마저 잊게 한다.
흔들거리는 산호초와 눈앞으로 다가왔다 멀어져 가는 물고기들. 더디더라도 수압에 견디어 가며 천천히 내려가기로 했다. 드디어 12m 아래까지 하강. 수압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바다 속 풍경이 더욱 잘 보이기 시작한다. “환상적이다”. “아름답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푸른 바다색 사이로 보라색·갈색·노란색 등의 물고기와 산호가 춤을 춘다. 연산호·전갱이·자리돔·주걱치·돌돔·호박돔·파랑돔 …. 물고기들이 이렇게 많을 줄 상상도 못했다. 손을 뻗으면 금방 손안으로 물고기들이 들어올 듯하다. 또 바다 속 수온 차도 확연히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옆으로 조금만 이동해도 몸이 차가워졌다 따뜻해졌다 한다. 신비로울 따름이다.
스쿠버 다이빙은 수영과 반대로 가라앉는 게 중요하다. 내려가고 뜨는 것. 이동하는 것 모두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 물속을 일정한 깊이로 이동하는 것은 부력 조절기 덕분이다.
공기를 넣고 빼는 것을 조절해 중성 부력(평형 상태로 있는 것)을 유지한다. 초보자에겐 어려운 기술이라 옆에서 윤 강사가 도움을 준다. 물속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데 물고기가 살짝 장갑 낀 손을 물고 간다. 아릿한 기운이 오히려 즐겁다.
40분간의 유영을 마치고 물 위로 올라서니 금방 물속이 그립다. 귀의 통증이 가실 줄 모르지만 ‘용궁으로 초대’를 다시 받는다면 모든 걸 내팽개치고 대환영이다.
■스쿠버 다이빙 장비
물속에서 속도를 높여 주는 오리발(10만원). 체온 유지와 상처 방지를 위한 슈트(wet 슈트의 경우 15만~35만원). 호흡기(레귤레이터·60만원). 물속에서 깊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도와 주는 부력 조절기(40만~100만원). 부츠(3만원). 물안경(7만원). 공기통(30만원·일반적으로는 대여해서 쓴다). 몸이 가라앉도록 도와 주는 웨이트벨트(3만원) 등이 있다.
■체험 다이빙에서 만난 사람
다이빙을 같이 한 일행 중에는 동양적 외모를 지닌 외국인도 있었다. 마치 인디언을 연상시키는 외모. 한국을 찾은 이유를 물어 보니 “어머니를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현재 덴마크에서 엔지니어로 살고 있는 네트(28). 한 살 때 입양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어머니의 이름을 알고 있어 한 단체에 어머니를 찾아 달라고 부탁해 놓은 상태. 한 달 휴가 기간에 찾은 것이라고 한다. 남자 친구인 크리스티안(27)이 스쿠버 다이빙을 즐겨 제주도 문섬을 찾은 것.
바다 속에 들어가기 전 굳어 있던 네트는 40분 후 환하게 밝아져 나왔다. “물속에 들어가기 전엔 무척 두려웠지만 정말 환상적이네요.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면 이런 기분일까요?” 이 바다 속 아름다움이 고국의 아름다움으로 기억되어지길. 그리고 어머니를 찾아 다이빙 체험 후의 얼굴보다 더 환한 미소를 띨 수 있기를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