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개월 전인 6월 4일,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한국에 1-3 참패를 안겼던 가나와의 재격돌. 하지만 핌 베어벡 축구 대표팀 감독은 복수보다는 실리를 택했다.
한국대표팀이 8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또 다시 1-3으로 패했다. 젊은 피들로 채워진 한국은 경험이 부족했고, 독일 월드컵 16강에 빛나는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는 강했다.
가나전 출전 선수 중 오장은 염기훈 이종민 김치우 등은 A매치 데뷔전이었고 박주성도 A매치 두번째 경기. 베스트 일레븐 중 무려 9명이 1983년생 이하의 어린 선수들로 채운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잇달아 찬스를 내줬다. 전반 16분에는 기앙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는 등 수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골키퍼 김영광의 선방이 이어지며 전반은 0-0 무승부. 하지만 가나는 후반 3분만에 킹스턴의 크로스를 기앙이 헤딩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트렸다. 10분 뒤 가나는 킹스턴의 코너킥을 에시앙이 다시 한번 머리를 이용해 골망을 흔들며 기세를 올렸다. 가나의 응원단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태극전사를 조롱했다.
대표축국 평가전 한국-가나/ 후반서 가나 이안에게 세번째 골을 허용한 뒤 골키퍼 김영광 등 선수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넘어져 있다.
베어벡 감독의 파격적인 실험은 실패로 끝나는 듯 싶던 그 순간 젊은 피들은 투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독일월드컵 뒤 가나 사령탑으로 새롭게 영입된 클로드 르 로이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하던 후반 18분 염기훈은 왼쪽 페널티박스를 파고들며 날카로운 왼발슛을 쏘았다. 골키퍼 킹슨이 몸을 던져 쳐낸 공은 골문을 향해 대시하던 후반 교체 투입된 김동현의 왼발을 피하지 못했다. 1-2로 추격의 불을 댕긴 한국은 끈질기게 상대를 괴롭혔다. 전반부터 과감한 슈팅을 아끼지 않았던 정조국의 슈팅이 이어졌고 젊은 태극전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착같이 가나를 물고 늘어져 후반 중반이후 경기를 대등하게 이끌었다.
하지만 후반 38분 기앙이 미드필드 정면에서 오는 패스를 아크 정면에서 이어받아 왼발슛으로 마무리골이자 자신의 두번째 골을 기록했다.
1-3으로 패했지만 아시안게임과 2010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주축을 이룰 젊은 유망주들이 가나전을 통해 천금같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또 오는 11일 시리아와의 2007 아시안컵 지역예선을 대비해 설기현, 이영표 등 핵심멤버들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 가나전에서 얻은 소득.
베어벡 감독은 부임 후 첫 패배를 당했고 가나와의 역대 전적에서도 1승2패로 열세에 놓였다. 가나는 지난 4일 일본과의 평가전에선 1-0으로 승리했다.
◇미니 인터뷰
▲정조국(서울·FW)=나뿐만 아니라 어린 선수 모두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회였다.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부족한 게 많아서 결정적인 찬스를 여러 차례 놓쳤다.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더 배우겠다. 젊은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 훈련을 같이 하다 보면 더 좋아질 것이다.
▲박주성(광주·DF)=후반 결정적인 수비 실수로 첫골까지 내주게 되어 아쉽다. 강팀을 상대로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수비진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는데. 아마 감독님이 잘 아실 것이고 고쳐질 것이다.
▲강신우=아시안게임 대표팀과 성인대표팀의 수준 차이가 드러난 경기다. 시리아와의 아시안컵대회 경기에 대비하기 위해 주전멤버들의 컨디션 조절. 전력 감추기 등의 목적으로 벤치에 앉힌 티가 확실히 났다. 수비 라인에는 안정감이 생명인데 경험 부족이 눈에 띄었고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들의 부담감이 눈에 띌 정도로 활약이 적었다. 가장 중요한 미드필드 싸움에서 두 팀의 실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상암=이해준 기자 [hjlee@ilgan.co.kr] 사진=(상암)이영목기자 [ymlee@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