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가 잘빠진 은색 승용차가 쓱 지나간다. NF쏘나타인가 하고 보면 혼다 어코드다. 또 인피니티RX를 보고 있으면 뉴싼타페가 절로 연상된다.
닮은꼴 차량들이 늘고 있다. 국내에 시판되는 외제차 모델이 다양해지면서 국내 완성차와 디자인이 비슷한 차량이 많아 소비자들 사이에 혼선이 일고 있다. 얼핏 보면 서로 카피한 것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들 정도다. 현재 시판되는 차량 가운데 비슷한 디자인의 차량 종류는 서너 가지에 이른다.
디자인뿐만이 아니다. 과거 일부 고급 차량에만 장착되던 첨단 장비도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각 브랜드의 개성이 사라지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의 기호를 맞출 수 있다는 긍정론도 만만찮다.
‘닮은꼴 자동차’의 대표적인 모델로는 현대자동차의 뉴싼타페와 닛산의 인피니티RX. 그리고 현대차의 NF쏘나타와 일본 혼다의 2005년식 어코드가 꼽힌다.
뉴싼타페와 인피니티RX는 외관이 쌍둥이처럼 닮았다. 두 모델은 스포츠유틸리티(SUV·Sports Utility Vehicle)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앞뒤의 생김새 모두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정면의 경우 헤드램프의 형태나 위로 치켜올라간 라인 등이 빼다박았다. 그릴의 형태도 길이만 약간 다를 뿐 로고가 새겨진 위치나 전체적인 곡선은 큰 차이가 없다.
NF쏘나타와 어코드의 카피 논쟁은 한 동안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슈가 돼기도 했다. 특히 뒷모습은 NF쏘나타가 어코드의 디자인을 그대로 차용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닮았다. 지금은 혼다가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이같은 논쟁은 조금 잠잠해진 상태다.
이밖에 기아자동차의 뉴오피러스와 현대차의 뉴아반떼도 ‘카피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뉴오피러스의 페이스는 재규어와 메르세데스-벤츠의 구형 E클래스를 섞어 놓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뉴아반떼의 경우 테일램프가 최근 출시된 렉서스 RX350과 BMW의 신형 5시리즈의 테일램프 디자인을 혼합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에 대해 자동차 디자인 전문가들은 강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과거 4~5년 주기로 바뀌던 디자인의 수명이 이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바꿀 수 있을 만큼 짧아져 이젠 ‘누가 먼저’라고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에도 트렌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경쟁사의 모델이라도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으면 디자인은 물론. 첨단기술이나 시스템 등을 벤치마킹해 그대로 적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막대한 신차 개발 비용을 아끼려는 이유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