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에는 잘 알려진 속설이 하나 있다. 바로 팀 관계자가 골프 홀인원을 할 경우.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1999년 한화가 팀 창단 후 첫 우승을 했을 때 당시 이남헌 사장이 그해 골프 도중 홀인원을 했다고 뒤늦게 밝힌 데서 비롯됐다. ‘홀인원을 할 경우 3년간 행운이 따르고 골퍼의 손만 잡아도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이 있는데 구단의 최고 경영자가 홀인원을 했으니 행운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
그리고 2001년 강건구 두산 베어스 사장도 시즌 중에 홀인원을 기록 했는데 공교롭게도 그해 두산은 그동안 한국시리즈 ‘난공불락’이었던 삼성 김응용 감독을 물리치고 우승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 9전 전승의 김 감독을 물리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강 사장의 홀인 원 덕분인지 두산은 1승2패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결국 4승2패로 역전 우승을 일궈내 두산 팬들을 열광시킨 바 있다.
세번째 사례는 지난 2003년. 현대 김재박 감독이 홀인원을 기록했는데 그해 SK와 7차전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한국시리즈에서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홀인 원=우승’공식은 올해도 예외없이 성립됐다. 주인공은 삼성 김재하 단장과 김응용 사장. 김재하 단장은 지난 5월 경기도 안성의 한 골프장에서 후반부 파 3홀(160야드)에서 아이언으로 친 볼이 홀 컵 앞에 떨어진 후 몇바퀴 굴러서 홀컵에 쏙 들어가는 믿어지지 않는 홀인원을 기록했다.
김 단장은 20년 가까이 골프를 쳤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홀인원을 기록하지 못했는데 이날 운좋게도 평생 있을까 말까한 대기록을 세웠다. 김 단장은 행운이 달아날까봐 그동안 쉬쉬하고 있었다.
더욱 재밌는 것은 김응용 사장도 이보다 보름전 이글을 기록했다는 것. 김사장은 4월에 신원 CC 파 4홀에서 세컨 샷을 홀컵에 집어 넣는 신기를 선보였다. 2단 그린이어서 친 공을 볼수 없었던 김 사장은 공이 그린 밖으로 나간 것으로 생각했지만 홀 컵에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함박웃음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구단 고위 관계자 두 사람이 보름 사이 홀인원과 이글을 동시에 기록한 삼성의 우승은 당연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