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대책은 없고 허탈을 넘어 분노로 치닫게 하는 소식만이 잇따른다. 특히 이백만 수석을 비롯한 정부 고위층의 강남아파트 보유 파문이 직장인의 마음을 헤집어 놨다. 지난 16일에는 “아파트야 올라라. 뛰어라. 나도 뛴다”라고 쓴 자필 유서를 남긴 채 자살하는 극단적 사건도 발생했다.
이 와중에 우화 <개미와 베짱이> 의 2006년판 버전이랄 수 있는 풍자 만화가 누리꾼의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마린부르스> 로 유명한 정철연 작가가 그린 이 만화가 그의 사이트(http://www.marineblues.net/marin/index.htm) ‘성게군의 일상’에 올려진 건 지난 5일.
이 만화는 최근 일련의 사태 속에 메일과 블로그로 퍼져나가며 불과 열흘 남짓 만에 누리꾼들. 특히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20대 직장인의 감성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라고 평가받는 이 만화가 이들의 허탈감과 무력감을 어루만지며 공감대를 이끌어 내고 있기 때문.
“완전 공감. 근데 웃고 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냐”(오렌지). “어렸을 적에는 누구나 내게 개미가 옳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베짱이가 옳았다고 이야기한다.
난 여전히 개미가 옳았음을 믿고 싶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어렵다”(이영수). “요새 하루 종일 부동산 이야기들뿐이다. 하루 사이에 몇 천만. 몇 억 ….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 같다. 누구 손에서 터지게 될까”(더미).
친구가 보낸 메일로 이 만화를 읽어 봤다는 결혼3년차 직장인 박경제(28)씨는 너무 공감을 해 친구 수십 명에게 메일로 보내 주었다. 그는 “3년 만에 모든 게 달라졌다는 상황이 너무 생생하다. 돈 많은 부모 만난 사람이 최고라니 우리 같은 직장인은 앞으로 어떻게 사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물론 꼼꼼한 독자는 “신입 사원이 3년 동안 3000만원 모았다면 괴물이다. 그런데 문제는 3000만원으로는 서울이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전세를 얻기엔 무리하다”라는 댓글도 달고 있다.
집값 폭등과 5년 연속 상승하는 한국의 자살률에 대해 연관 짓는 해석도 뒤따랐다. 한 전문가는 “지난해 자살률은 10만 명당 26명을 기록. 1995년의 2.2배 수준에 달했다. 이 같은 자살률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빈부 격차의 결과”라며 국가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편 지난 9월 개설된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 토론방의 ‘현대판 개미와 베짱이’도 조회수 2500회에 달해 앞으로도 ‘개미와 베짱이’에 대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개미가 부지런함이라는 무기 하나로 겨울에 창고가 가득하고 먹을 것을 얻으러 온 베짱이를 감싸던 시절은 갔다. 이제 개미들이 별 볼일 없는 세상이 되어 오늘도 복권방으로 달려가는 세태가 더욱 씁쓸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