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골’자만 들어도 손이 근질해지는 골퍼에게 겨울은 반갑지 않은 시즌이다. 따뜻한 남국으로 단숨에 날아가 온종일 라운딩이나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여행작가 조주청과 함께 그 바람을 실현에 옮겼다. 글=조주청. 사진=곽은정
왜 시코쿠(四國)인가? 휴일이래야 주말이 고작인 직장인에게 5시간 이상의 비행은 여간 부담스런 일정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1시간 남짓한 바다 건너 일본은 겨울 골프투어 최고의 대안이다. 그중에서도 시코쿠는 겨울에도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뿐더러 일조시간이 길어 라운딩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시코쿠로 들어가는 입구는 가카와현의 다카마쓰공항. 인천공항에서 불과 1시간 20분 걸린다. 속 터지게 길이 막혀 이리저리 돌아가는 경기도의 여느 골프코스보다 더 빨리 다다른다. 스케줄만 잘 짜면 가는 날과 돌아오는 날도 여유 있게 18홀을 돌 수 있다. 체력만 따라준다면야 골프에만 올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골프전문칼럼니스트 조주청의 일본 시코쿠 골프투어1
- 안온한 산악골프의 진수 다카마쓰 골드 CC
코스 디자인이나 그린상태에 있어 현재 톱클래스라고 평판이 자자한 다카마쓰 골드 CC는 일본판 골프다이제스트에서 3.7점의 평가를 받은 곳이다.
일본판 골프다이제스트는 잡지 그 자체로도 유명하지만 일본 전역의 2600여 개 골프코스에 대해 각각의 점수를 매겨 줄을 세우는 평가제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수십 만 명 골프마니아들의 온라인 투표로 매겨지는 이 점수는 만점이 5점. 평균이 3.5점이다.
일본전역에서 5점은커녕 4점만 넘어도 명문으로 칠 만큼 패널들의 평가는 참으로 인색하다. 3.7점을 받은 다카마쓰 골드 CC는 평균이상의 상위 골프장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다카마쓰 골드 CC는 산악골프코스지만 분지 속에 파묻혀 팅 그라운드에 올라가면 안온한 느낌을 받는다.
●전략 코스의 참맛
- 아유타키 컨트리 클럽
일본남자프로투어 KBS오픈의 무대였던 아유타키 컨트리 클럽은 공항에서 불과 5분 거리다. 다카마쓰 시내에서는 25분 거리에 위치한다. 일본 골프다이제스트 평점은 3.8로 역시 상위권에 속한다. 아열대 우림이 무성한 구릉으로 ‘바리캉’이 덥석 머리를 밀고 나간 듯 가지런하게 페어웨이가 이어진다.
카펫 같은 페어웨이는 널찍한 데 골퍼에게 공포감을 주는 것은 벙커다. 아유타키 코스의 12개나 되는 워터헤저드도 겁나는 대목이다. 이 코스는 장타자보다 교타자가 유리하다. 로핸디캐퍼에게는 전략적 코스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지만. 어설픈 장타자는 골탕을 먹는 코스다. 그리고 평균거리의 보통 골퍼에게는 파는 쉽지 않고 보기는 쉬운 편안한 코스다.
●전통 있는 명문골프장
- 마쓰야마 시사이드 CC
다카마쓰를 출발한 버스가 해안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두 시간쯤 달려 똑바로 간곳은 시코쿠섬 최대도시 마쓰야마(松山) 북쪽교외 시사이드CC다. 골프다이제스트 평점 4.0. 명문코스 반열에 오른 코스지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미 30년이나 된 올드코스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불안은 첫홀 티샷을 하고나니 말끔히 잠 재워졌다. 근년에 코스 재설계로 대대적 리모델링을 해 홀마다 투그린은 원그린으로 바꾸고 팅그라운드를 뒤로 빼고 전략적으로 재배치해 오히려 더 현대적인 코스로 탈바꿈한 것. 이 코스의 관전 포인트는 탁월한 경관으로 먼저 세토나이카이(內海)국립공원이 어떤 곳인지 알 필요가 있다.
시코쿠섬과 일본 본섬 남단 오카야마현 사이엔 해협 같은 바다가 크고 작은 수많은 섬들을 감싸 안고 있다. 바로 아름다운 세토나이카이 국립공원이다.
●머물 곳 이마바리 국제호텔
마쓰야마 동쪽 위성도시 이마바리는 걸어서 한 시간이면 도심을 돌 수 있는 깨끗하고 조그만 소읍이다. 하늘을 찌르는 이마바리 국제호텔은 이곳의 랜드마크다. 23층 전망대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저 멀리 시마나미해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호텔이지만 리조트나 다름없다.
천연온천이 솟아나는 노천 온천장과 개인 자쿠지. 좁은 일본호텔의 벽을 깬 넓고 쾌적한 방. 8억원짜리 소나무가 앉아있는 전통 일본식 연회장까지 갖췄다. 이중 백미는 다다미방에서 맛보는 가이세키요리(일본식 코스요리).
그림 같은 모양에 한번 놀라고 그 맛에 한 번 더 놀란다. 한 가지씩 요리가 차례로 이어지는데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쯤되면 일본인들이 소식한다는 말도 좀체 믿어지지 않는다. 0898-36-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