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의 대전쟁이 시작됐다. 겨울 대목을 앞두고 빅뱅이라고 할 정도로 과열현상을 빚고 있는 뮤지컬은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무려 40여 편이 무대에 오른다.
전문가에 따르면 12월말까지 50만~6O만명의 관객이 몰릴 전망이다. 관람객 유치전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공연마케터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공연 동호회다. 티켓판매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부산 공연관람 인터넷 동호회 카페인 ‘뮤클(musical & classic)’을 운영하는 이상훈(32)씨는 이들 공연관계자들 사이에서 큰손으로 통한다. 그가 움직이면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1000여 명이 함께 움직인다. 부산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이라는 지역특성 때문에 그가 ‘찍은’공연에는 여지없이 몇 대의 전세버스가 따라 움직인다.
그의 이번달 공연스케줄을 보면 거의 전국적이다. 12일 디즈니뮤지컬 <라이온킹> (서울). 17일 로린 마젤 지휘 뉴욕필하모닉 연주회(대전). 19일 정명훈 지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연주회(인천). 25일 니콜라스 아르농쿠르 지휘 모차르트 레퀴엠 연주회(서울). 12월3일 프랑스 뮤지컬 <돈 쥬앙> (서울). 10일 <에비타> (서울)까지 웬만한 규모의 공연에는 뮤클 동호회원들이 항상 참석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3년전 부산을 중심으로 결성된 공연동호회 카페 ‘뮤클’은 뮤지컬과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뜻이다. 회원만 1만1000명에 달한다. 모임이 활성화해서 할인프리뷰 관람 혜택이 잇따르자 서울(250명). 대전(100명). 대구(70)에도 지부가 생겼을 정도다. 보기드문 전국구 동호회이다.
이들이 창립이후 3년동안 동호회가 관람한 공연티켓을 금액으로 따지면 5억원이 넘는다. 회원수나 공연관람회수와 관람자 수를 놓고 보면 서울 지역 동호회를 포함해서. 뮤지컬로는 3~4위. 클래식에선 단연 수위를 차지한다. 이러니 공연제작사가 뮤클을 금지옥엽 같은 존재로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작년 뮤지컬 <헤드윅> 의 부산 공연 때는 일시에 900명이 단체관람해 한 공연에 4000만원의 매출을 올려줘 한 때 공연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연마케팅사 클립서비스 홍보담당자는 “티켓확보 전쟁을 치르는 인기 공연이라도 처음부터 좌석을 확보해 뮤클을 최우선으로 접촉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다 30%이상의 할인혜택과 열쇠고리 엽서 등의 기념품은 으레히 따르는 보너스이다. 거의 매번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관객을 동원하다보니 공연관계자들은 아예 마케팅 대상 1순위에 이들을 놓는다.
이들의 공연 탐식은 해외로도 뻗친다. 작년초 일본극단 시키(四季)의 <라이온킹> 과 요요기경기장에서 열린 프랑스뮤지컬 <십계> 를 보기 위해 16명이 도쿄에 다녀왔다. 이때의 인연으로 이상훈 씨는 지난 10월 도쿄 <라이온킹> 한국어공연 프리뷰때도 초청받는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다.
뮤지컬이나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은 보통 버스 2~3대가 동시에 움직이다보니 모임의 활동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가끔 버스 운전기사가 공연장 위치를 모를 경우에 대비해 내비게이션까지 챙겨야 한다”라고 이씨는 고충을 밝힌다.
주말이면 만나 몇시간씩 버스를 타고가며 같은 취미생활을 즐기다보니 자연 커플도 자주 탄생한다. 1년에 2쌍씩 모두 6쌍의 동호회 부부가 생겼는데. 아직도 열혈회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동호회 창립멤버인 김숙희(25·회사원)씨는 “서울에 비해 부산 등 지역공연이 적은게 불만이다”라면서 “원정 공연관람이 한편으론 재정파탄을 막아주고 있어 다행이다”라고 밝혔다. 뮤지컬 폐인이지만 자주 못가기 때문에 그만큼 절약이 된다는 말이다.
강인형 기자 [yhkang@ilgan.co.kr] 라이온킹> 십계> 라이온킹> 헤드윅> 에비타> 돈>라이온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