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씨와 J양은 여행지에서 만난 불안한 인연입니다. H씨를 방콕의 길거리에서 제대로 픽업한 J양, 그리고 J양의 독특함에 제대로 말려버린 H씨. 두 사람은 회사를 그만두고, 집을 처분하고, 38개국을 함께 떠돌며 연애질을 했습니다. 지금은 염리동의 한 옥탑 방에서 그들만의 맛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살고 있습니다.
H씨와 J양의 갈팡질팡 편협스러운 트래블 감각 레시피는 이 세상 모든 로맨티스트들을 위해 맛있게 올려집니다. 그 남자와 그 여자가 만난 여행길의 모든 이야기와 달콤 살벌한 '러브러브'열전이 이 매주 연재됩니다. 독자 여러분, 제대로 닭살스런 이들 커플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카오산로드의 밤 거리 사진. 태국 방콕의 여행자 거리 카오산 로드.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다. 이곳이 바로 H씨와 J양이 만난 운명의 장소.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행지에서의 인연은 하룻밤 불장난에 불과하다며 도시락 싸들고 말리던 P선배의 말은 틀렸다. 우리는 불장난이라는 야유를 비웃으며 결혼에까지 골인했고, '여행을 떠나야 사람을 만날 수 있다''남자를 만나려면 줄넘기를 해라'는 독특한 명언을 남기며 옆구리 시린 '청춘'들의 등을 두들겨주고 있다.
지금껏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불쑥 나타난 그 남자 혹은 그 여자. 그들은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혹시 한국사람 아니세요?"
여기는 국제도시 태국의 방콕. 게다가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메카이자 집결지인 세계 최대의 여행자 거리 카오산로드이다. 이런 곳에서 저렇게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한국 사람을 찾고 있다면 여행과 인생을 통달한 고수이거나 이제 갓 자유여행을 시작한 왕초보 여행자가 분명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흔들던 뻔뻔한 여인은 건너편 길거리에 앉아 머리를 땋고 있었다.
우리에겐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차오프라야 강으로 가는 길을 알려 달라던 그녀와 함께 아침밥을 먹게 되었고, 내친김에 강까지 함께 가게 되었다. J는 차오프라야 강에서 꼭 할 일이 있다며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줄넘기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허걱. 유일하게 선을 넘는 운동이라는 줄넘기! 비록 그 선이 다시 돌아온다 할지라도, 하늘을 보며 자기 안에 있는 또 하나의 선을 넘어보겠다는 그녀만의 독특한 퍼포먼스였다. 당시 나에게 차오프라야 강에서 줄넘기를 하고 있는 이 독특한 소녀는 외계인처럼 느껴졌다.
각자 일행이 있었던 우리는 어찌어찌하다보니 같은 동선을 따라 방콕 시내를 누비게 되었다. 영화에서처럼 많은 수다를 떨지는 못했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많은 에피소드들이 우리를 쫓아다녔다. 3박5일의 짧은 일정으로 방콕을 찾은 J는 그날이 마침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는데, 첫 자유여행의 황홀함에 취한 나머지 파격적인 일탈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그 이름도 유치한 동전던지기라니…. 비행기 시간을 불과 2시간 앞두고 방콕 시내 한 가운데서 날아오른 동전은 빠른 속도로 포개진 내 두 손 안에 내려앉았다. 모두의 기대 속에 펼쳐진 동전의 향방은….
그 다음은 말 안 해도 아시겠지? 결국 회사를 째고 하루를 더 방콕에서 보내기로 한 J와 우리 일행은 방콕에서 가장 높다는 호텔에서 수상한(?) 하룻밤을 보내기에 이른다.
▲1. 자물쇠 사진. 발트3국의 하나인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 공원의 조그만 다리에 연인들의 이름을 새겨 넣은 자물쇠들이 잠겨져 있다. 영원히 풀어지지 않는 사랑 2. 전영미씨가 외국인들과 식사하는 장면. 태국 치앙마이에서 태국의 전통 요리 배우기. 체험이나 투어에 참여하는 것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좋은 방법. 3. 호텔방에서 한국인 4명 같이 있는 장면. 이집트 카이로의 게스트하우스. 여행자들끼리 수다 떨며 밤을 보내다 눈이 맞기도 한다. 4. 버스사진. 사람이 다 차야 출발하는 라오스의 로컬 버스. 이런 외딴 곳에서도 로맨스는 찾아올 수 있다. 5. 피라미드 앞에서 낙타 탄 사진.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에서의 낙타 투어. 낙타도 혼자 타려면 무섭고 비싸다.
●J양의 숨겨진 로맨스 전략
자! H씨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함께 가기로 한 여행자가 펑크를 내고, 믿기지 않은 경품 여행이 어이없게 사기극으로 끝난 그날, 안가겠다는 후배를 억지로 끌고 태국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지도 한 장 들고 얼빵하게 여기저기를 나돌다가 이 남자, 저 남자의 친절한 혹은 위험한 제안도(다음 편을 기대하시길….) 여차저차 잘 넘겼다.
비행기 옆자리 아저씨의 말 한마디는 왜 그리 또렷이 들렸을까? "카오산로드에 가면 꼭 머리를 땋아야 한다." 그 날 아침, 차오프라야 강에 가기 위해 멀리서 봐도 딱 한국인인 남자들을 불러댄 것이다.
여행지에서 인연을 만들려면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차오프라야 강가에서 줄넘기를 했으니 절대로 나를 잊지는 못할걸? 방콕의 화려한 밤거리에 취해 동전 던지기를 시도한 것은 정말 여행에 취해 어이없이 행동한 것이었다. 동전의 반대면 이 나왔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동전을 던진 H씨, 사실 일부러 앞이 나오게 한 거 아닌가요? H씨는 나와 헤어진 후, 사람들을 만나면 줄넘기 소녀의 일화를 말하며 다니기 시작했고, 많은 여행자들이 나를 궁금해 했다는 후문이다. 로맨스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일어나지만 상대방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눈짓, 몸짓, 멘트는 미리 준비해야 이루어진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자.
●짧은 만남이 인연으로 이어진 커플들의 수다 레시피
1.그 사람이 언젠가 이야기한 생일이 기억났어요. 우린 다른 지역을 여행하고 있었지만 그 사람이 있는 곳을 알아내 만났죠. 그것도 인도에서요.
2.그녀가 특별하게 느껴졌지만 난 또 다른 길을 가야 했어요. 쪽지를 남기고 떠났어요. 그런데 여행하면서 그녀와 마주쳤어요. 그렇게 세 번이 반복되니 이건 인연이다 싶더라고요
3.난 그냥 돌아다니던 중이였고 그녀는 숙소를 나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었어요. 손에 세컨드 가방이 들려있기에 들어준다고 했죠. 근데 꽤 고마웠대요.
4.그의 항공 담요가 너무 탐났어요. 밤새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뒤집어쓰고 있는 항공 담요를 달라고 했죠. 그는 사막 투어에 같이 가자며 침낭 속에서 그 항공 담요를 덮어준다고 했어요.
- 다음 주 예고편
수상한(?) 하룻밤을 보낸 J와 H. 그날 밤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헤어짐과 재회 그리고 또 다른 동행, 외로움을 즐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커플여행이 혼자인 것보다 좋은 다양한 에피소드와 여행자들의 특별 인터뷰, 로맨스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여행지 BEST 5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