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광명보육원. 구파발 역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간 뒤 다시 마을 오솔길을 따라 10여 분을 더 걸어 들어가야 하는 외진 곳이다. 인적이 드문 이곳에 사랑의 메어리가 울려퍼졌다. 사랑의 연주자들은 지난 11월 2일 작고한 낙화유수 김태련씨 후배들.
검정색 정장 차림의 이들은 이날 오후 이곳에 도착해 어린이들에게 성금과 선물을 전달하고 보호 아동들과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매월 보육원과 양로원을 돌며 사랑의 손길을 전달하고 있는 이들은 이미 경기도 의정부·광주 등을 거쳤다.
김형석(가명·8)군은 "아저씨들이 선물꾸러미를 나눠줘 너무 기분이 좋다. 아저씨들이 매월 와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서울에서 떨어진 광명보육원을 사랑의 손길 장소로 선택한 것은 '큰형님' 김씨의 묘지가 보육원 인근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생전에 불우한 이웃 돕기에 앞장서 온 김씨의 유지를 받들어 후배들은 후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이곳을 일부러 찾아내 훈훈한 사랑의 선물을 전달했다.
이날 보육원 방문 봉사활동은 '동대문사단' 자회사인 대한연합상사 조병용 대표가 주관했으며, 이 회사 고문이자 자유당 주먹왕 이정재 비서실장 출신 이수학씨와 김용찬·신용민·고창기·홍승문씨와 동대문 사단 마지막 계보를 잇는 김정재·강승일·이정석·이재훈·주규열·김성진·임종수·백금용 등과 미망인 이부자 여사가 참석했다.
조병용 대표는 "공교롭게도 형님 묘지 인근에 보육원이 있다. 이것은 대단한 인연이다. 형님이 그 보육원에 사랑의 손길을 전달하라는 뜻으로 알고 매월 보육원을 방문, 선물을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보육원을 방문한 후 이들은 큰형님 김씨의 49제 행사를 묘지 앞에서 치렀다. 49제 행사에는 전국서 한가닥 했던 원로 및 현역 주먹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두한 후계자 조일환씨를 비롯해 경기도 이천 김상철·의정부 박영길·강원도 김명덕·경기도 평택 신동선·충남 천안 박경래 윤호현·당진 김인수씨 등 200여명이다.
검정색 정장 차림의 후배들 200여명이 일렬로 선 후 치른 49제 행사는 조폭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조병용씨는 추도사를 통해 "큰 형님의 유지를 받들어 남을 도우면서 착하게 살자"고 말했다. 이들은 한 번 형님은 영원한 형님이라며 큰 형님 김씨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홍승문씨는 "형님이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면서 "앞으로 형님에 대한 추모사업을 계속 펼치겠다"라고 말했다. 2004년 서울 마포구 상수동 자택을 비롯해 전 재산을 사회복지센터 건립기금으로 내놓고 자신은 셋방 생활을 해온 김씨의 드라마같은 삶은 주먹들에게 협객의 표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