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현대캐피탈 배구를 '호구'로 생각하는 것 같아 살짝 화가 나려고 한다. 오늘만큼은 승리의 투혼을 보여주겠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14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힐스테이트 2006~2007 V리그' 2라운드 대한항공전에 앞서 승리를 장담했다. 시즌 초반 부진은 자신도 어느 정도 예상한 바인데 현대캐피탈이 너무 못하는 것처럼 언론에 비치는 데 대한 속상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현대캐피탈은 1라운드서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에 연달아 패하면서 지난해 챔프의 명성에 흠집이 났다. 여기에 레안드로(삼성화재)·보비(대한항공) 등 브라질 출신 용병의 득세는 지난해 용병지존 숀 루니(현대캐피탈)를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날 현대캐피탈은 김 감독의 장담대로 세트스코어 3-1로 승리를 거두면서 최근 4연승으로 7승 3패를 마크, 대한항공(6승3패)을 3위로 끌어내리고 2위로 복귀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전날 삼성화재에 이어 이날 경기마저 패하면서 6연승 뒤 2연패로 주춤했다.
첫 세트를 25-21로 따낸 현대캐피탈은 2세트 들어서도 시종 우세를 지키며 25-22로 낚아냈다. 리시브 불안으로 3세트를 15-25로 내줬으나 전열을 정비한 뒤 4세트를 25-16으로 일축, 1라운드 패배를 깨끗이 설욕했다.
루니도 특급 용병 맞대결에서 보비에 앙갚음을 했다. 루니는 블로킹 득점 4개를 포함해 총 22득점으로 팀 승리에 앞장섰다. 보비도 23점으로 비슷한 득점력을 보였으나 다양한 공격루트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의 전력을 감안하면 루니의 손쉬운 판정승이었다.
루니는 마지막 4세트에서 보비의 결정적인 공격을 2개나 차단했다. 루니와 같은 포지션(레프트)에서 뛰고 있는 송인석은 13득점으로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김호철 감독은 "보비와 신영수가 대단하다고들 하던데 별 것 아니네"라고 농을 띄운 뒤 "사실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오늘도 진다면 선두 삼성화재를 추격하는 데 힘이 들기 때문에 사력을 다해 뛰어줬다"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오랜만에 이름값을 해낸 루니는 "주변에서 나와 다른 용병을 비교하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팀 성적이다. 1라운드 부진은 비치발리볼에서 실내 배구로 전환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앞으로 비치발리볼은 접고 배구에만 전념하겠다"면서 최고 용병의 부활을 다짐했다.
한편 이어 벌어진 여자부 경기에서는 흥국생명이 김연경(32득점)·윌킨스(21득점) 등 주포들의 고른 활약으로 GS칼텍스를 3-1로 꺾고 1위를 굳건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