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집이 늘고 있다. 일본인의 한국 체류가 많아진 데다 일본 여행이나 유학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일본의 맛을 그리워하는 틈새를 뚫고 성업 중인 것이다. 청담동에서 대형으로 운영하던 규슈라멘은 문을 닫고 강남에서 선전하던 일부 업소도 대부분 고전 중이지만. 강북을 중심으로 다시 힘을 키우는 상황이다.
라멘은 짬뽕처럼 중국과 깊은 관련이 있다. 라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강 눈치를 챘겠지만 라멘은 홍콩의 면요리와 무척 닮았다. 짬뽕이 일본에 거주하던 중국인 요리사가 개발한 일본 스타일의 요리였듯이. 라멘 역시 홍콩풍의 면요리가 일본화한 것이다.
일본의 중국 면요릿집 중에는 아예 ‘중화풍 라멘’이라는 간판을 걸고 은근히 중국 정통이라는 냄새를 피우며 토착화한 일본 라멘과 어깨를 겨루는 곳이 있다.
사실 홍콩의 면요리와 일본의 라멘을 놓고 비교하면 딱히 무엇이 중국 것이고 일본 것인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다만 홍콩 면요리는 달걀 반죽을 해서 튀긴 것(유탕면)을 육수에 말아 먹는 스타일이 많고 값싼 쇠고기나 해산물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 좀 다를 뿐이다.
일본식은 튀긴 면을 별로 쓰지 않고 꾸미가 많은 중국식과 달리 간소한 토핑이 대부분이다. 일본 라멘의 중심을 이루는 쇼유라멘은 간장 맛국물에 파만 달랑 썰어 얹은 것도 드물지 않다. 같은 라멘이지만 간소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 풍습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라멘 맛의 8할은 육수가 좌우한다. 짬뽕처럼 국물에서 그 품질이 결판난다. 면이야 큰 변수가 없다. 면의 품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우동과는 그래서 다른 요리다.
라멘 육수는 남부 규슈 지방의 돈코쓰 라멘처럼 진한 돼지고기 육수를 기본으로 하는 것과 도쿄를 중심으로 한 닭고기 육수. 북부의 닭과 돼지고기를 고루 섞어 쓰는 육수 등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남부의 돈코쓰 라멘이 묵직하고 진한 돼지고기 육수를 써서 가장 중국풍처럼 보이지만. 이런 스타일은 의외로 홍콩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다.
서울의 라멘집은 신촌·홍익대앞·대학로·동부이촌동·이태원 등 아무래도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거나 드나드는 곳을 중심으로 영업한다. 강남에는 맹주인 규슈라멘이 문을 닫으면서 이제 대중의 인기를 끄는 라멘집은 없는 듯하다. 취재팀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대중적인 두 가지 라멘을 중심으로 맛을 보았다.
간장 베이스의 쇼유라멘과 된장 베이스의 미소라멘이 그것. 다만 홍익대 앞의 ‘하카타분코’는 남부식의 전형적인 돈코쓰 라멘만을 취급해 다른 방도가 없었다.(동부이촌동 용강중 건너편 골목에는 ‘아지켄’이라는 본토 일식당이 있다. 이곳에서도 라멘을 취급하는데 있어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취재에서는 방문하지 못했다)
■SPY COMMONSENCE-일본의 3대 라멘 이것이 정통 라멘이다
흔히 일본의 3대 라멘이라 하면 하카타(남부지방의 후쿠오카). 삿포로(북부지방의 홋카이도). 기타카타(동북지방의 후쿠시마)를 꼽는다.
하카타(博多) 라멘은 진하디 진한 돼지뼈 육수가 일품이다. 면은 달걀 반죽을 하지 않고 소금만 쳐서 가늘게 뽑는 게 일반적이다. 진한 만큼 중독성도 강해서 한번 맛을 들이면 오랫동안 잊을 수 없다고들 한다. 규슈 지방의 전통 라멘이지만. 전국적으로 대도시에서는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했다.
삿포로 라멘은 미소 된장을 베이스로 닭과 돼지고기 육수를 조화롭게 쓴다. 닭과 해물을 베이스로 한 국물도 있다. 채소 따위의 꾸미가 풍성한 편이다. 매운맛의 라멘도 삿포로가 유명하다.
기타카타(喜多方) 라멘은 도쿄와 더불어 쇼유라멘이 유명하다. 닭을 주재료로 해서 돼지고기와 가다랑어포를 같이 쓰며. 국물이 맑고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 물론 이런 모든 라멘에는 육수를 낼 때 다양한 채소를 넣어야 한다.
대파·양파·마늘·생강·당근 같은 재료가 두루 쓰인다. 누린내를 없애고 산뜻한 뒷맛을 주며 영양의 균형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