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 세계의 프로 스포츠를 모두 장악해 아예 팍스 아메리카 깃발 아래 ‘식민지화’ 해버리려고 작정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LA 타임즈는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 NHL(북미 아이스 하키 리그) 텍사스 스타스의 구단주인 톰 힉스가 NHL 몬트리올 캐내디언스 구단주인 조지 질레트 주니어와 돈을 합쳐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리버풀을 인수한 것에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06년 아스톤 빌라. 그리고 이번에 리버풀까지 3년 연속 미국인들이 영국 프리미어 구단을 사들이고 있다.
1892년 창단된 리버풀은 프리미어 리그 최다인 18회 우승. 5차례 유럽 챔피언. 7회 FA 컵 패권 등을 달성한 명문으로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그런데 구단의 매각 가는 ‘헐값(?)’이다.
LA 타임즈는 3억4000만달러(약 3196억 원). AP 통신은 4억3080만달러(약 4050억 원)로 보도했다. 8900만달러(837억 원)의 부채 탕감 등 여러 변수가 있어 계산 방법의 차이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리버풀을 공동 인수한 부자 가운데 힉스 구단주는 우리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LA 다저스에서 2001년 시즌 후 처음으로 자유 계약 선수(FA)가 된 박찬호에게 5년간 6500만 달러(약 611억원)의 빅딜을 안겨준 주인공이다. 이제 왜 리버풀 구단의 매각에 ‘헐값’이라는 표현을 썼는지 설명하겠다.
힉스 구단주는 3억4000만 달러이든. 4억3080만 달러든 그 정도에 프리미어 리그 명문 구단을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를 1월24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NHL 올스타전 도중 조지 질레트 주니어 구단주로부터 듣고 놀랐을 것이다.
그의 기준으로 볼 때 정말 싸게 느껴졌을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프리미어리그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고 196개국에 중계되고 있으며 TV 중계권이 12억 2500만달러(약 1조1515억 원)에 달한다는 부연 설명에‘그런데 이렇게 싸 ’라고 감탄한 것이 확실하다. 즉석에서 “같이 사자”고 의기투합한 이들이 물리 친 경쟁 상대는 세계 5번째 부자인 두바이의 셰이크 모하메드이다.
힉스 구단주가 헐값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간단하다. 리버풀과의 협상에서 구단 가치가 4억 달러(약 3760억원)로 나왔다고 가정하면 자신이 부담할 몫은 절반인 2억 달러(1880억 원)가 된다.
그런데 2억 달러는 자신이 사인해준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몸값도 안 되는 액수이다. 2003시즌 후 트레이드해 뉴욕 양키스 선수가 됐지만 로드리게스는 2001년 텍사스와 10년간 총액 2억5200만 달러에 계약을 했다.
텍사스는 지금도 계속 로드리게스의 연봉 일부분을 부담하고 있는데 그 액수만도 올해 710만 달러. 2008년 810만 달러. 2009년 710만 달러. 그리고 10년 계약 마지막 해인 2010년 610만 달러에 이른다. 실력은 제쳐 놓고 일단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몸값의 선수 한 명에 1억달러을 얹어주면 영국의 명문 구단 리버풀의 가치와 비슷해지는 것이다.
박찬호와 비교해도 쉽다. 힉스 구단주가 이번 리버풀 인수에 부담한 비용은 5년간 6500만달러에 계약한 박찬호 급 선수 3명의 몸값밖에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