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나카타 고지와 한국인 부인이 함께 만들었다는 ‘메종 루 뒤몽 2003’이 그렇게 좋아?”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 (글 아기 타다시·그림 슈기 오기모토)에는 진귀한 와인들이 숱하게 등장한다. 최근 나온 9권에는 일본인과 한국인 부인이 만든 와인까지 선보였다.
<신의 물방울> 이 한국 와인시장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에서 95만 부가 팔렸고. 국내에서만 55만 부가 팔리며 ‘와인 교과서’로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기업체 임원 등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 만화를 선물용으로 단체 주문. 지난해 말 송년회에서 와인 한 병과 함께 이 만화 세트(현재 9권까지 나옴)를 나눠 줘 사회적으로 회자됐을 정도다.
또한 만화에 등장한 와인마다 동이 나고 값이 뛰어오르는 기현상마저 나타났다. 특히 전통적 강세였던 프랑스 보르도 와인 대신 <신의 물방울> 에 집중적으로 소개된 브루고뉴 와인이 ‘상한가’다. 이달 7일 프랑스 농식품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브르고뉴 와인의 수입량은 전년에 비해 금액으로 40.3%나 늘었다. 보르도 와인(30%)보다 성장세가 훨씬 빠르다.
또한 12사도 와인으로 꼽힌 비싼 브루고뉴 와인은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한 와인 수입업자는 “만화가 새로 나올 때마다 거기에 등장하는 와인은 바로 품절된다”고 말하며 적이 놀라는 눈치다.
와인에 대한 인식도 바꿔 놓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 와인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나 마시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일본에선 선술집과 닭꼬치집에서도 소주 시키듯 와인을 시켜 먹는다. 일본보다 15년 정도 뒤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일본보다 두 배. 심지어 세 배까지 비싸지만 조만간 김치찌개에다 와인을 먹게 될 날이 온다면 <신의 물방울> 때문일 거란 말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와인 평론가 홍미경(33)씨는 “이 만화에 나오는 와인의 이름을 줄줄 외우는 사람에서부터 와인이라는 술의 세계에 대한 이해까지 많은 영향을 미쳤다”라고 <신의 물방울> 이 일으킨 신드롬을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재미를 위해 임팩트가 강한 소재에 치우치거나 특정 와인을 굉장히 부풀려서 포장한 점 등 문제도 있다”라고 지적을 잊지 않았다.
만화 속에서 신세계 와인의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실명 비판의 대상이 된 와인 제조 컨설턴트 미셸 롤랑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이 점에 대해 “그것은 만화책일 뿐이다. 작가의 상상력을 존중하지만 맹신은 위험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와인 컨설던트 박인혜씨도 “시적·예술적 표현이 아주 좋다. 하지만 디켄딩을 폭포수처럼 하는 장면을 보면서 ‘만약 저렇게 하면 와인 전문 학교에서 바로 쫓겨날 것’이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라고 말했다.
● <신의 물방울> 은?
<신의 물방울> 은 와인 전문가 간자키 유타카의 유언에 따라 그의 아들 시즈쿠와 경쟁자 토미네 잇세가 ‘신의 물망울’과 ‘12사도’라 불리는 13병의 와인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탄탄한 구성. 시적 상상력. 와인에 관한 상세한 지식을 담고 있어 와인 입문 필독서 반열에 오르며 ‘와인신드롬’을 주도했다.
이 만화에는 총 117종의 와인을 선보이며 만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시음(테이스팅) 방법을 소개. 한국 독자들에게 와인에 대한 상식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나아가 와인에 대해 좀더 알고 싶은 갈증을 풀어 주었다. 몇 번씩 탐독하는 독자도 늘어나 ‘신의 물방울표 와인’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만큼 와인 대중화에 단단히 한몫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