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 초록색 기운이 감도는 본격적 봄이 찾아왔다. 한낮의 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돌고. 점심시간 이후에는 식곤증에 춘곤증까지 겹쳐 나른하기 그지없는 계절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춘곤증에 시달릴 때 낚시꾼은 조곤증(釣困症)에 몸달아한다. 겨우내 이상 기온으로 얼음낚시는 물론 물낚시도 제대로 못한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진 탓에 일부 극성꾼 이외에는 하우스낚시터 말고는 달리 손맛을 풀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벽닭이 울기도 전 실로 오랫만에 새벽 낚시를 떠났다. 전층낚시 쪽으로 장르를 바꾸고 난 후로는 굳이 이른 아침부터 낚시를 할 필요를 못 느낀 탓에 새벽 출조에 대한 기억을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던 터라 새삼스럽기 그지없다.
이른 새벽 지나는 차들은 다 낚시하러 가는 차 같고. 어둠 속에서 무언가 불빛에 반사되는 것만 보면 저수지 같은 심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전혀 없다. 동공이 어둠에 익숙해질 무렵 도착한 저수지는 인천 강화군 내가면 고천리에 위치한 내가저수지. 만수 면적 28만 평의 대형 저수지로서 사철 낚시가 잘 되고 특히 최근에는 겨울철 얼음낚시터로 명성이 드높은 곳이다.
■산란 장소를 찾아 회유하기 시작한 거친 붕어들
예년보다 수위가 낮아져 예상했던 포인트를 포기하고 학교 앞쪽 하류권으로 포인트를 잡았다. 수심은 3칸대 기준으로 2m를 조금 웃돈다. 봄철 수심으로는 조금 깊은 감이 없지 않지만 며칠 사이 강한 바람을 감안한다면 바람도 피할 수 있어 안성맞춤이라 생각하곤 서둘러 낚시 준비를 했다.
낚시인들에게서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것을 꼽으라면 라면과 커피. 안개 자욱한 새벽 물가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설친 밤잠을 말끔히 날려 버리고. 자정이 넘어 먹는 라면 맛은 최고급 수라상도 안 부럽다. 그 환상의 커피와 라면 앙상블을 멋들어지게 해치우고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했지만 두 시간이 지나도록 찌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입질을 하지 않으니 따사로운 햇살에 졸음까지 온다. 이럴 때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사람에게 오복이 중요하다고 했다마는 낚시꾼에게는 어복(魚福)이 더 필요한 법인데 그 어복이 나에게 없어서일까? 아니면 포인트 선정이 잘못되었을까? 이런저런 문제점을 곱씹으며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평일이라 사람이 많진 않지만 역시 내가지 인기 포인트인 관리소 앞쪽과 최상류에는 낚시하는 사람이 있다. 다행스럽게 낱마리지만 붕어의 얼굴을 볼 수 있었고. 최근 산란을 위해 이동을 시작한 대형급 붕어들이 제방 맞은편 최상류 지역과 관리소 좌측 상류 지역에서 자주 출몰한다고 귀띔받았다.
내가저수지는 문화 유적이 풍부한 강화도에 위치하고 어자원이 풍부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곳이다. 마릿수를 노린다면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40㎝에 육박하는 거친 녀석과의 한판을 원한다면 지금부터가 적기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