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해맞이공원에서 영덕으로 이어지는 20번 지방도로는 바다를 벗삼아 호젓하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코스다. 해안에 솟아오른 작은 바위섬은 하루 종일 파도와 재잘대고. 바위섬 머리 위에 앉아 나른한 오후를 즐기는 갈매기떼의 모습은 영락없이 한 장의 그림엽서다. 이처럼 풍경이 예쁜 곳에는 어김없이 펜션이 둥지를 튼다. 이 길 주변도 예외는 아니다.
크고 화려하거나 아기자기한 치장으로 오가는 나그네의 시선을 끈다. 초행길이라면 선택에 혼란을 일으킬 지경이다. 하지만 소소정펜션은 치장과 거리가 멀다. 그래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찾는 이가 끊이지 않는다.
■작은 미소 정원. 소소정펜션
오도리 간이 해수욕장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오른쪽으로 빨간 편지함이 눈길을 끈다. 그 뒤에 소소정(少笑庭)이란 팻말이 서 있다. 소소정펜션(www.sosojung.co.kr) 입구다. 이처럼 입구에 편지함이 있는 펜션은 드물다. 소소정펜션이 입구에 편지함을 마련한 이유는 단순하다. 손님에 대한 ‘작은 이벤트’를 위해서다.
“연인이나 부부가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 이곳으로 보내면 편지함에 보관해 놓지요. 그리고 며칠 후 그분들이 직접 이를 꺼내 읽으면 서로의 사랑을 재확인할 수 있지 않겠어요?” 최승월(58) 사장의 설명이다.
빨간색의 편지함은 또한 이정표 구실도 한다. 워낙 간판이 늘어선 탓에 소소정이란 작은 팻말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이름도 재미있다. 최 사장은 “작은 미소가 있는 정원”이라고 설명한다. 누구든지 이곳에서 하룻밤 묵은 뒤 만족감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설명한다.
■“원래 별장을 지으려 했지요”
규모가 생각보다 작다. 2층 규모의 목조 주택으로 방은 다섯 개에 불과하다. 그것도 두 개만 가족형일 뿐 세 개의 커플룸은 침대와 테이블 각 1개. 의자 2개가 전부다. 최 사장은 “원래 별장을 지으려 했었어요. 작은 텃밭을 이용해 작물을 키우는 주말 농장 비슷한 형태지요. 그래서 건물도 가족 중심 형태로 설계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규모에 비해 풍경은 주변 어느 펜션도 따라오기 힘들 만큼 거대하다. 바닷가 언덕 위에 있음에도 수평선이 길지 않다. 맑은 날이면 장기반도가 손에 잡힐 듯 펼쳐지고. 양쪽으로 굵은 해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다. 그래서인지 한참 동안 앉아 바다를 바라봐도 지루하지 않다. 오른쪽으로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굵은 해송 가지 사이로 드러나는 오도리 간이 해수욕장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건물 주위로 조성된 작은 텃밭에는 할미꽃이 꽃을 피웠고. 그 뒤로 많은 야생화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용 요금은 8만~15만원(주말 기준)이다. 054-261-5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