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이 새로운 한류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겨울연가> <대장금> 등 TV 드라마와 댄스 가수들이 일으킨 한류 붐이 한풀 꺾인 반면 뮤지컬 분야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힙합·랩 등 흑인 음악 수용에 있어 풍부한 감성과 응용력으로 아시아 시장을 휘어잡은 한국인의 음악적 끼가 뮤지컬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한국의 토니상이라 할 수 있는 제1회 더 뮤지컬 어워즈 출범을 맞아 아시아는 물론 미국 브로드웨이에까지 진출하고 있는 한국 뮤지컬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 <달고나> 라이선스로 일본 진출
대학로 소극장에서 관객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달고나> 와 <사랑은 비를 타고> 가 라이선스를 받고 일본에 진출한다. <달고나> 는 일본 기획사 아뮤즈사와 이달 말을 목표로 정식 수출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지킬 앤 하이드> 등이 조승우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 시장에서 호평받았고. <겨울연가> 도 드라마 인기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공연을 펼쳤다.
그러나 해외 유명 작품도 아니고 한류 스타의 후광도 입지 않은 순수 토종 창작 뮤지컬이 일본에 상륙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탄탄한 구성과 아이디어를 깐깐한 일본시장에서 인정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흘러간 가요를 엮어 만든 <달고나> 는 일본 공연에선 국내 가요가 일본 가요로 바뀌게 된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인기를 끈 <사랑은 비를 타고> 도 리메이크 제안을 받아 수출된다.
■ <대장금> 제작 전부터 해외 입도선매
난타의 PMC프로덕션이 제작한 뮤지컬 <대장금> 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작품이다. 다음달 국내 공연을 가진 뒤 내년엔 동남아시아 등에 투어 공연과 라이선스 수출을 동시에 추진한다.
요즘 세계적 추세인 인기 있는 콘텐트를 다양한 장르로 변주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use) 방식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월 제작 발표회 때엔 인기를 반영하듯 일본·중국·싱가포르의 공연 기획사가 대거 참가했다. 제작비 60억원이 투입된 대장금은 영화·음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조성우의 뮤지컬 데뷔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 원작 작품은 흥행에 성공을 거둬도 로열티 등을 내고 나면 수익이 미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드라마 등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국내 콘텐트를 활용하는 것은 효율적 전략이라고 하겠다.
■ <맘마미아> 중국 공연에 CJ 공동 투자
뮤지컬 제작뿐만 아니라 공연 사업에서도 한국의 진출은 활발하다. CJ엔터테인먼트는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와 손을 잡고 오는 8월 뮤지컬 <맘마미아> 영국 오리지널 투어팀의 베이징 공연을 공동 주최한다. 지난해 2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국내 흥행 1위를 차지한 맘마미아의 한국 공연을 주최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한다. 이번 공연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D-1주년’ 기념 행사로 열리며 2009년엔 중국어 버전 공연과 한·중 동시 공연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공연 시장은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급속도로 성장할 것이 확실하다. 국내 시장이 멀지않아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을 감안한다면 6000억원으로 추산되는 광활한 대륙 공연 시장에 튼실한 교두보를 놓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보라 하겠다.
■뮤지컬 아시아 신흥 허브는 한국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브로드웨이에 입성조차 못하고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에서도 푸대접 받은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로미오 앤드 줄리엣> 등이 한국에서 흥행 성공을 계기로 새롭게 부활. 재조명받고 있다. 나아가 대만·홍콩·싱가포르·중국 등 아시아 시장 진출에 한국 프로덕션이 자본과 배급을 맡았다. 일본을 제치고 뮤지컬 시장의 아시아 신흥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는 대목이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지난해 관객수 256만명을 넘어섰다.(티켓링크 집계) 지난해 무대에 올려진 115편 중 72편이 국내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한국 뮤지컬은 무한한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추진력 삼아 한국 뮤지컬은 한류를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 상품으로 쑥쑥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