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스테이크 골목. 남영동 터줏대감 식당들이 오랜 세월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다. 그 시절 골목을 호령하던 스테이크 음식점들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내실 있는 알짜배기 레스토랑들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테이크 맛을 보려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들었다는 20~30년 전만 해도 스무 개가 넘는 스테이크집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는데 지금은 고작 4~5개의 가게만이 남아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로 47년째를 맞는 황해집은 스테이크 골목의 터줏대감이다. "부모 손잡고 외식하던 그 코흘리개들이 벌써 장성해서는 이젠 부모님 모시고 찾아와 옛날 생각하며 먹고 간답니다." 스테이크지만 칼질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둘이 가서 모듬스테이크를 주문했더니 테이블 위에 놓인 불판 위에 호일 한 장을 후다닥 깔고, 감자·버섯·양파·마늘·버터·소시지·베이컨과 T자 모양 뼈가 박힌 T본 스테이크를 올려 낸다. 육즙이 적당히 새어 나올 때 가위로 한입 크기로 잘라 소스에 찍어 먹는 것, 이게 바로 '남영동식 스테이크'다.
황해집 맞은편 까치네는 여대생들의 숨겨진 아지트다. 조그만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복도같이 좁고 긴 실내가 깊숙이 이어진다. 낙서가 빼곡하게 채워진 벽에는 누군가의 추억이 방울방울 맺혀 있는 듯하다.
당면에 오징어볶음을 끼얹은 오징어덮채, 계란에 청양고추·소시지·각종 채소 등을 넣어 부쳐 낸 계란 범벅도 유명하지만 저녁엔 단연 닭도리탕이 인기다. 깊숙한 냄비에 푸짐한 양념·닭·떡 등을 걸쭉하게 끓여낸 닭도리탕은 소주 안주로 제격이다.
미성회관은 이 골목 최장수 식당이다. 1951년 처음 문을 연 이후 50년 이상 변함 없는 맛을 자랑하는 한식당이다. 5층짜리 건물에 별실과 연회장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해태제과·동양화재 등 인근 직장인들의 회식 또는 접대 장소로 인기가 있다.
점심시간에는 돌갈비영양탕과 우거지탕 등 식사류를 주로 한다. 손이 많이 가는 우거지탕은 40~50그릇 정도로만 한정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12시 이후에 가면 맛보기가 힘들다. 선착순 20명에 한해선 돌솥밥을 제공하니 점심시간은 남보다 서두르는 것이 여러모로 득이다.
토속적 이름과는 달리 카페처럼 분위기 있는 달구지는 고깃집이다. 지하철역에서도 멀고 먹자골목에서도 홀로 떨어진 외진 곳에 있어 아는 사람들만 찾아오는 단골가게다. 달구지를 찾는다면 곱창이 가득 찬 곱창전골을 꼭 먹어 볼 것. 염통·차돌박이·버섯 등을 함께 넣고 끓인 곱창은 질기지도 않고 얼큰한 국물은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남영사거리 골목의 쯔쿠시는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다.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좁은 공간이지만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사케의 종류는 무려 80여 종이나 된다. 일본인 조리장이 내놓는 음식은 소박한 일본 가정식 요리다.
단풍잎 색을 닮은 무즙인 모미지오로시, 고추냉이 소스로 무친 문어인 타코 와사비는 사케와 잘 어울리는 안주. 뽀얀 국물이 특징인 나가사키식 쯔쿠시 짬뽕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은 미식가들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