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호(66) IB그룹 회장의 고향 사랑은 남다르다. 권 회장은 경북 울진 출신으로 해외에서 맨손으로 일군 원양어업의 성공을 발판 삼아 대구와 경북에 대규모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인이다.
2001년 인터불고호텔을 오픈했고, 지금은 대구 남쪽 경산에 27홀 규모의 인터불고 경산CC 건설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권 회장은 지금까지 수천억원을 국내에 투자했다. 투자 대비 수익은 미미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지인들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지만 자신을 키워 준 고향과 조국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할 뿐이다. 막바지 공사에 한창인 인터불고 경산CC에서 권 회장을 만났다.
■호텔은 대구 시민의 사랑으로 …
대구 유일의 특급 호텔인 인터불고호텔은 2002 한·일 월드컵과 2003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본부 호텔로 지정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제 4년 후인 2011년이면 대구 세계 육상선수권대회 본부로서 다시 한 번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 모든 것은 권 회장의 남다른 집념과 노력의 결실이다. 권 회장은 1967년 고향을 떠나 원양어선을 탔다. 그리고 79년 말 독립, 원양어업을 시작했다. 대서양을 무대로 선단을 운영하던 권 회장은 89년 대구파크호텔을 인수, 국내에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호텔 외관은 흰 벽에 빨간 기와로 된 지중해풍이었다. 여기에 매료된 것 같다." 인수 당시 적자였던 호텔은 90년대 중반부터 여건이 좋아졌다. 또한 월드컵과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최라는 호재도 만났다. 하지만 97년 말 외환 위기라는 직격탄을 맞고 만다. 호텔 운영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법한 시점이다.
그런데 권 회장은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호텔 옆 부지에 새로운 건물을 짓기로 한 것이다. 땅값을 빼고도 800억원이 들어가는 대공사였다. 2001년 호텔 이름도 인터불고호텔로 바꿨다. 권 회장은 "이 액수면 고기 잡는 배 30척을 구입할 수 있으며, 1년에 1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구에 국제 규모의 숙박과 회의 시설이 없으면 대회를 치를 수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인터불고호텔은 2006년 265억 매출에 이익은 26억원에 불과했다.
권 회장은 "인터불고호텔이 없었으면 국제 대회의 원활한 유치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불고호텔은 대구시의 기반 시설이다. 시민의 사랑이 없으면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라며 호텔에 대한 애정을 당부했다.
■"이젠 골프장도 사교 클럽"
오는 10월 오픈을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인 인터불고 경산CC는 2011년 세계 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시작한 무렵인 2005년 10월 첫 삽을 떴다. 골프장 건설 이유에 대해 권 회장은 "호텔 손님 가운데 골프장 예약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4년 후에는 세계적 VIP들의 주문이 훨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골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클럽하우스. 연면적 5500평에 4층 규모로 골프장 입구 언덕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유럽의 성을 연상시킨다. 건설비만도 170억원. 이 안에는 사우나·연회장·라커룸 등이 들어서 있다.
그런데 클럽하우스가 골퍼 전용이 아니라는 점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면 골프장 건설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치위원회를 조직한 것은 물론 48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공사임에도 지난 1년 6개월 동안 소음과 먼지에도 불평 한 마디 없었다."
그래서 권 회장은 클럽하우스를 지으면서 이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130평 규모의 연회장을 따로 만들어 공개하기로 했다. 또한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과 테니스코트도 들여놓았다. 골프장이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권 회장이 이끌고 있는 IB그룹은 수산업을 주력 사업으로 조선·골프장·호텔·냉장·관광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본부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으며, 한국·네덜란드·알골라 등에 지사를 두고 있다.
또한 장학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86년 설립한 동영장학재단을 통해 한국·중국·유럽·아프리카 등에 매년 5억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