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문화 예술 공연만큼이나 두둑한 정과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예술의 전당 앞이다. 오롯이 맛으로만 이야기한다는 집들을 찾아 보았다.
14년 전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해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부대전골 집 숙자네는 가게에 들어가지 않아도 그 유명세를 단번에 알 수 있는 곳이다. 외관과 벽면을 가득 메운 공연 포스터와 아티스트들의 사인은 예술의 전당 거리에서 이 집의 위상을 뚜렷하게 보여 준다.
신선한 재료만을 사용하는 부대전골에는 쫀득한 소시지, 보드랍게 갈아 낸 한우, 특제 육수가 어우러져 감칠맛을 더한다. 얼리지 않은 생고기를 사용한 시골 생삼겹살은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전라도식 콩나물 국밥도 5000원에 맛볼 수 있는 별미다.
10년간 일식집을 하다 3년 전쯤에 황해도식 밥집으로 다시 오픈한 봉산옥도 빼놓을 수 없는 곳. 일식집 '다다미'일 때도 워낙 맛으로 유명한 집이었지만 지금도 그 인기는 시들지 않았다.
절인 배추·숙주·한우·돼지고기 다진 것을 갖은 양념으로 무쳐 소를 만든 만두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빚고, 만둣국은 양지를 우린 국물과 함께 낸다. 맛 정보 TV 프로그램에도 여러 번 나온 바 있는 이곳의 대표 메뉴 장어 파김치 쌈을 맛보고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로 마무리하면 봉산옥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두부 요리로 유명한 백년옥의 세컨 메뉴 식당쯤 되는 앵콜칼국수는 이제 백년옥이라는 이름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유명세가 대단하다. 이곳의 차진 팥칼국수를 맛본 이들의 평가는 모두 만장일치 합격점이다. 부담 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이 집의 장점이다.
남부터미널역 가까이 자리 잡고 있는 병천순대마을의 순댓국도 먹어 볼 만하다. 단출한 기사식당의 분위기를 풍기고 반찬도 배추김치에 깍두기 정도로 기본적이지만 감칠맛 나는 국물맛과 쫀득한 육질이 이곳을 다시 찾게 한다. 병천에서 바로 공수해 오는 순대가 이곳 순댓국 맛의 비결이다.
예술의 전당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말 그대로 숨어 있는 맛집다운 맛집을 소개하면 바로 이곳, 복 있는 집이다. 체인점 형태의 커다란 복요리 음식점 아래층에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는 가게 모양새만 보면 영락없이 분식집이다. 하지만 이곳의 복 맑은 탕은 얼리지 않은 참복만을 사용한다.
반찬으로 나오는 데친 꼬막은 별미 중의 별미. 술안주로 따로 주문할 수도 있는데 알찬 국물이 가득 들어 있는 통통한 꼬막 한 접시가 단돈 1만원이다. 저녁에 3인 이상이면 코스 요리를 맛볼 수도 있는데 기본 복요리가 나오고 전라도식 인심이 그득한 생선구이·찌개가 한 상 가득 펼쳐진다.
백혜선 [100s@joins.com]
봉산옥 02-525-2282 복 있는 집 02-581-2261 병천순대마을 02-3473-0101 고종의 아침 02-598-1523 에릭스 뉴욕 스테이크 02-583-3060 속초 명태회 함흥냉면 02-588-7791~2 숙자네 02-598-5089 앵콜칼국수 02-523-2860 라 칼라스 02-581-6862 우면산 꽁보리밥집 02-585-4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