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날씨에 어느 건물 옥상에서 꼭 껴안고 있는 남과 여. 남자가 여자의 얼굴을 붙들고 절절하게 호소한다. 그리고는 더위사냥을 꺼내 반으로 부러뜨려 한쪽을 여자에게 건넨다.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황당해 하는 여자를 놔두고 다급하게 도망치듯 자리를 뜨면서 남자가 내뱉는 한마디. "아유, 더워~."
더위를 심하게 먹은 한 남자가 자신을 주몽이라고 착각했던 것. 다음 장면으로 병원의 벤치가 나온다. 조금 전의 남자가 맛있게 더위사냥을 먹고 있는 남자 아이에게 다가가 더위사냥의 반쪽을 남자 아이의 반쪽에 맞춰 본다. "내가 니 아비다"라고 하자 남자 아이는 무시하고 일어나 가 버린다.
패러디를 통해 웃음을 전달하는 이번 광고는 기존의 더위사냥 광고와 차별점을 두고 있다. 무더운 사막과 열정적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이를 소재로 해 왔던 광고에서 새롭게 변신한 것이다. 단순히 어떤 장소가 더운 상황이 아니라 흔히들 말하는 누군가 '더위 먹은' 상황을 소재로 삼아 "더위 먹었을 땐 더위사냥"이라는 컨셉트로 풀어낸 것이다.
그래도 '덥다'라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선 특별한 공간이 필요했다. 기존 광고의 사막에 버금가는 배경을 찾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 연중 내내 더운 나라답게 32도의 날씨가 촬영팀을 맞이했다. 하지만 유독 촬영 당일날 아침부터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절망적 날씨에서도 스태프는 콸라룸푸르의 명물인 페트로나스 타워 옆의 고층 빌딩 옥상 35층에서 카메라 등의 장비를 세팅하고 테스트 촬영을 강행했다. 이윽고 오후 1시 30분, 도저히 구름에 가려 나올 것 같지 않던 태양이 얼굴을 내비치며 콸라룸푸르를 뜨겁게 달구었다. 한국에서라면 누구나 짜증낼 만한 후덥지근한 날씨가 스태프에겐 오히려 반가웠다.
장소 못지않게 제작진을 고심하게 만든 것은 모델 캐스팅이었다고 한다. 분명 시청자들을 웃겨야 하지만 개그맨이 등장하게 되면 반전의 극적 긴장감을 살리기 힘들고, 연기력이 부족하면 충분한 감정의 전달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떠오른 모델이 '이글 아이' 이종수와 영화 '복면달호'에서 여가수로 나왔던 이소연이었다. 이들의 진지하면서도 엉뚱한 모습이 올 여름 더위를 제대로 사냥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