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는 원래 화투를 만들던 회사였다. 그리고 일본 최초로 트럼프를 만든 회사다. 트럼프와 화투를 일본 내수용으로 판매했던 이 작은 회사는 1980년대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패미콤을 통해 단기간에 세계적 지명도를 가진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한다.
패미콤은 1개의 게임기에 1개의 소프트웨어만 사용 가능했던 기존 상품과 달리 소프트웨어를 교체함으로써 또 다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유통 혁명을 이뤘다. 게임기를 단기간에 상품 수명이 끝나는 완구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후 닌텐도는 89년 휴대용 액정 게임기인 게임보이를 선보인 데 이어 2004년 더블·터치 스크린의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DS(이하 NDS)를 내놓았다. 2006년엔 NDS를 얇고 가볍게 만든 후속 기종인 닌텐도 DS Lite(NDSL)와 차세대 게임기인 위를 내놓았다. NDSL은 이제 전 세계 어디를 가나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이에 힘입어 닌텐도는 최근 일본 내 시가 총액 순위 10위에 올랐다.
올해 1월 장동건을 모델로 내세워 한국에 NDSL을 정식 발매했을 때만 해도 ‘비디오 게임의 불모지‘라고 불리는 한국에서 과연 성공할까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지난 5월 중순까지 성적표는 27만 대 출하에 약 70%가 팔린 20만 대 수준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다면 닌텐도가 성공한 가장 큰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게임에 대한 고정관념의 파괴를 들 수 있다. 즉 "5세부터 95세까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게 하는 것"이 닌텐도의 철학이다. 기존 게임과는 족보가 다른 셈이다.
그래서 "중장년층은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나 "게임을 즐기는 여성은 적다"는 선입관을 단숨에 깨뜨렸다. 대표적 소프트웨어가 강아지 키우기(닌텐독스). 뇌 단련하기(두뇌 트레이닝). 영어 배우기(영어 삼매경) 등으로 한 번만 해 보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성과도 뚜렷하다. NDS는 소니사의 PSP를 누르고 전 세계서 4000만 대를. NDSL만 2186만 대를 팔았다. 두뇌 트레이닝과 닌텐독스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1000만 장을 넘어섰다.
그런데 닌텐도의 진짜 성공의 비결은 따로 있다. 일본통인 한 지인은 "물에 젖어도 찢어지지 않게 만드는 매뉴얼. 떨어뜨리거나 밟아도 깨지지 않는 패미콤. 어린이 눈높이 상품 개발 등은 닌텐도의 타협하지 않는 장사꾼 기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하나 더. 게임보이는 두꺼운 것· 얇은 것· 백라이트 있는 것·컬러 등 4~5회 모델 체인지를 감행했다. NDS 또한 처음에는 두껍게 나왔다가 나중에 얇은 것이 나왔다. 하지만 모델 교체에 따른 수요 증가는 있었지만 기이하게도 반발이 없었다. 왜? 싫증 날 때를 대비. 후속 모델을 준비했다가 절묘한 타이밍을 맞추는데 귀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