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남긴 수 많은 화제들
세계기록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대회에도 풍성한 화제가 만발했다. 육상 선수로는 고희연을 이미 치르고도 남았을 선수들이 필드와 트랙에서 '올드 반란'을 꿈꿨고 새로운 스타들이 떠오르며 미래를 예약했다. 역대 대회와 비교해 유난히 3연패 선수가 많았던 것도 이번 대회 눈에 띄는 특징이었다.
▲떠오른 신성들
100m에서 9초85로 우승한 타이슨 가이(미국)를 빼놓을 수 없다. 아사파 파월과 5차례 대결에서 모두 졌던 가이는 이번 대회에서 통쾌하게 설욕하고 200m, 4x100m계주까지 우승하면서 칼 루이스, 마이클 존슨, 모리스 그린에 이어 네번째 단일 대회 3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반면 세계기록(9초77) 보유자 아사파 파월은 100m와 4x100계주에서 완패하며 스포트라이트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110m 허들 중국의 류샹도 세계대회 첫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허들 지존'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남자 1500m에서 항상 2인자 자리에 머물렀던 버나드 라갓은 케냐에서 미국으로 귀화한 이후 출전한 첫 대회에서 우승했다. 미국의 이 종목 99년만의 금메달.
직업이 교도관인 케냐의 루크 키벳은 2시간 20분대 이하의 선수만 500명을 헤아리는 마라톤 왕국 케냐에서 대표로 선발돼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인생 역전을 이뤄냈다.
남자높이뛰기의 버나드 토마스(바하마)는 대학 농구선수였다가 덩크 대회에서 보여준 놀라운 탄력 덕에 전향해 불과 2년만에 1인자 자리에 올랐다. 토마스는 바를 넘으면서 발을 나비처럼 터는 독특한 동작으로 화제가 됐다.
쿠바의 신예 야젤리스 사비나(23)는 여자 멀리뛰기와 세단뛰기 2관왕을 노린 '도약 여왕' 타티아나 레베데바(러시아.15m07)를 울리고 세단뛰기 첫 월드 챔피언이 됐다.
▲세월의 흐름을 거스른 노장들
자메이카 태생으로 슬로베니아로 귀화한 멀린 오티는 47세의 나이로 여자 100m에 출전했다. 2005년 헬싱키 마라톤에 출전했던 이스라엘의 아옐레 세네그네 이후 최고령 출전기록. 1983년에 첫 세계대회에 데뷔했던 그는 이번 대회 11초54로 예선탈락하긴 했지만 2009년 베를린 대회에도 나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불혹을 바라보는 독일의 프랑카 디치(39)는 여자 원반던지기에서 세계대회 통산 세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벨로루시의 엘리나 즈베레바가 2001년 40세에 금메달을 딴 이후 최고령 금메달리스트. 이리나 야첸코(41) 역시 같은 종목에 출전해 10위를 했다. 필드가 트랙보다 수명이 아무리 길다고 해도 인간승리의 모델로 손색이 없다.
16세에 데뷔해 어느덧 20년 가까운 출전 경력을 자랑하는 모잠비크의 마리아 무톨라(34)는 여자 800m에 출전해 결승까지 진출했으나 레이스 도중 발에 걸려 넘어지는 불운으로 메달 꿈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무적의 제왕들
이번 대회에는 기록 흉작 속에서도 종목 3연패를 이룬 철인들이 유난히 많았다.
남자 1만m의 케네시아 베켈레(에티오피아)가 3연패를 이뤄낸 것을 신호탄으로 남자 해머던지기 이반 티칸(벨로루시) 역시 올 시즌 최고기록(83m63)을 기록하며 3연패를 달성했다.
에콰도르의 경보 영웅 헤페르손 페레스(남자20㎞경보)는 또다시 조국에 금메달을 안기며 중남미 소국 파나마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여자 7종경기의 카롤리나 클뤼프트(스웨덴)도 마의 7000점을 돌파(7032점)한 끝에 3연패에 성공, 연승 기록을 19연승으로 늘렸다.
여자 1만m의 티루네시 디바바(에티오피아)는 레이스 도중 찾아온 복통을 이겨내며 믿을 수 없는 역전극을 이뤄낸 것을 비롯해 여자 장대 높이뛰기의 이신바예바(러시아)는 단 3번의 도약만으로 우승을 확정지으며 대회 2연패에 각가 성공했다.
여자 100m 허들의 미셸 페리(미국) 역시 2연패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오사카=박수성 기자 [mercury@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