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앞은 이대생과 쇼핑나온 인파로 늘 활기가 넘친다. 왁자지껄한 파티도 좋지만 한가로운 분위기에서 향기로운 차 한 잔이 그리운 날도 있는 법.
이대역 3번 출구에서 '걷고 싶은 거리'를 따라 이대 정문 앞 첫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을 해보자. 한 블록 차이로 번잡함은 사라진다. 여대생 취향의 달콤한 맛과 향긋한 분위기는 기본이다.
'동병상련'은 색다른 떡을 맛볼 수 있다. 탁자 세 개가 고작인 조촐한 공간이라 테이크아웃 손님도 많다. 공간이 소박하다고 맛에 의구심을 가진다면 실수다. 평창동 제작실에서 매일 가져오는 30여 가지 떡들은 100% 수제품.
우리 땅에서 나는 신토불이 재료로 만든 떡이기에 계절마다 메뉴도 조금씩 바뀐다. 그 중 현미 인절미 구이가 별미다. 은은한 콩고물 향, 조청의 달콤함, 부드러운 떡 반죽이 조화를 이루며 입안에 쩍쩍 붙는다. 솔잎향과 박하향이 은은하게 나는 백산차와 맛궁합이 잘 맞는다. 떡 구이류 4000원, 백산차 5000원.
홍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티앙팡'은 이미 유명한 곳이다. 대학 강의를 할 정도로 수준급의 홍차에 대한 지식을 갖춘 주인 말고도 300종이 넘는 홍차 종류가 바로 사람들을 끄는 비결이다. 이곳에선 무얼 시키든 기다림이 필수다.
정석을 지키는 유난한 차 우리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스콘이나 쿠키는 주문을 받으면 굽기 시작하기 때문에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사이드 메뉴를 먼저 보고 차를 고르는 것이 좋다. 모든 디저트는 너무 달거나 맛이 강하지 않아 홍차의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지하층은 홍차 위주로, 2층은 수제 디저트 위주로 메뉴가 구성되어 있다. 홍차 6000~8000원, 치즈케익 4000원.
'메이준'은 넓은 실내와 세련된 인테리어로 여심을 사로잡는다. 하얀 내부 컬러에 포인트로 그려진 벽화나 장미·거울 등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널찍해 연인들도 즐겨 찾는다.
런치 메뉴(11:00~15:00)를 이용하면 직접 만든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와플을 6000원에 맛볼 수 있다. 와플은 24시간 숙성시킨 것으로 바삭하지 않고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원두향이 먼저 손님을 맞는 '부에노 커피'.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생두 볶기)하기 때문이다. 시간대를 잘 맞추면 로스팅 장면을 구경할 수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부트 커피(Boot coffee)'와 제휴해 들여온 양질의 생두를 사용한다.
커피전문점 중에 이곳 원두를 사다 쓰는 곳이 많다고 하니 말 다했다. 커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넘치는 붙임성 좋은 재미교포 출신의 주인도 이 집의 명물. 흡연도 가능한데 연기 흡입기가 설치되어 있어 공기는 쾌적한 편이다. 4000~10000원.
백혜선 기자 [s100@joongang.co.kr]
(티앙팡 02-338-7412, 동병상련 02-393-9731, 메이준 02-362-3777, 부에노 커피 02-364-0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