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이 220억 베팅을 통해 대작 게임 '워해머온라인'(EA미식)과 '반지의 제왕'(터바인)의 한국 내 서비스 권리를 따낸 것(본지 9월 11일치 참조)을 두고 뒷말이 많다.
고스톱·포커 등 아바타 판매를 주 수입원으로 삼는 웹보드 게임 이외에 딱히 성공한 게임이 없는 NHN(한게임)의 '마지막 도박'이라는 말도 나온다.
NHN 측은 월 7억 정도 버는 'R2'의 성공을 내세운다. 하지만 R2는 기획력 없이 만들어진 게임으로 성공도 아니고, 게임 실패를 대비해 주가 관리 차원으로 설립된 자회사 NHN게임즈에서 만들어서 큰 의미가 없다는 평이 따라다닌다.
업계에서는 돈 많은 NHN의 잇단 게임 실패의 진짜 문제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퍼블리싱 능력'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좋은 게임을 갖고도 성공 못하는 것이 핵심 문제란 얘기다.
가령 '스키드러쉬'나 '권호'는 웰메이드 게임으로 개발 시점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웹보드를 제외한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 능력과 경험이 없다 보니 NHN 품에선 '귤'도 '탱자'가 돼 버린다.
100억여 원을 들인 '아크로드'는 처음부터 재미없다는 평이 많았다. 처음 서비스 때 너무 성적이 안 좋아 보도 자료에서 NHN이라는 말을 빼기도 했다. 좀 괜찮았을 때는 NHN을 넣었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였다.
액션 대전 게임인 '권호'의 경우는 초기 엄청난 동접자를 확보했음에도 판단 미스로 인해 모두를 잃은 운영 미숙의 대표적 사례다. 대전 액션 게임은 1:1 대전의 밸런스가 생명인데도 마치 MMORPG처럼 오래 한 유저를 강해지게 만들었다.
신규 유저는 아무리 때려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공격력이 센 고참 유저는 한 대만 때려도 상대방이 무너진다. 그러니 찾아오던 유저들이 꽁무니를 뺄 수밖에 없다.
김창근 NHN 퍼블리싱 본부장의 "퍼블리싱할 한국 게임이 없다"는 말이 공허한 것은 그 때문이다.
NHN은 지난 7월 골든브릿지자산운용과 공동으로 250억원 게임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 활성화와 국내 신생 개발사 지원을 내세웠다. 그러나 글로벌 전략을 위한 돈줄 마련이라는 본심을 감추기 위해 국내 게임산업 육성으로 분칠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반지와 워해머의 '돈질'이 결코 게임 펀드의 자금이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는 의심을 벗을 수 없게 됐다.
NHN의 글로벌 전략이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국내 게임산업을 육성하려는 진정성과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 그리고 자체 퍼블리싱 능력부터 키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요즘 유행하는 말대로 '깜냥'도 안되는 능력으로 "돈이면 다 된다"식 돈질에만 매달리는, 한국 게임 시장의 교란자로 기억될 것이다.
박명기 기자